SK바이오팜 직원 1인 평균 9억원 '잭팟'...SK㈜는 시총 3兆 줄었다
입력 2020.07.03 07:00|수정 2020.07.07 10:15
    SK바이오팜, 상장 직후 상한가...시총 6조 늘어
    직원 200여명 불과...우리사주조합 지분가치 2.5배
    자산 7조 늘어난 SK㈜, 주가는 약세...개인투자자 '손실'
    • SK바이오팜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판을 뒤흔들었다.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주가가 130% 폭등하며 시가총액이 6조원 늘어났다. SK바이오팜 직원들은 우리사주 투자를 통해 1인당 평균 9억원의 차익을 챙길 수 있게 됐다.

      반면 간접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SK㈜ 주가는 크게 약세를 보이며 기대를 걸었던 개미들을 울렸다.

      2일 상장한 SK바이오팜의 시초가는 9만8000원으로 공모가의 정확히 2배였다. 시초가 상한 한계선이었다. 이후 장이 열리자마자 곧바로 30% 상한가를 달성했다. 공모가 기준 3조8000억원 수준이었던 시가총액은 이날 9조9458억원으로 6조원 늘었다. 장중 내내 상한가 매수 대기 잔량이 3조원에 이르렀다.

      이날 주가급등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본 투자자는 SK바이오팜 임직원들이다. SK바이오팜은 임직원수가 20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에는 391만여주, 공모가 기준 1918억원어치가 우선 배정됐다.

      SK바이오팜 임직원들의 우리사주 청약 규모는 244만여주, 1200억여원어치였다. 1인당 평균 청약 규모는 약 1만2000주, 약 5억8000만원에 달한다. 회사 내부적으로 가능한 한 많은 물량을 청약하려 했지만, 임직원 규모가 워낙 작아 힘에 부쳤다는 후문이다.

      현 주가 기준, 1200억여원이었던 우리사주조합 보유 지분 가치는 3100억원으로 늘어났다. 1인당 평균 우리사주 보유액은 15억여원이다. 단 하루만에 9억여원의 차익이 난 것이다. 물론 우리사주조합 지분은 1년간 보호예수돼 판매할 수 없지만, 바이오주 투자 열기가 쉽사리 식지 않고 있어 '대박 차익 실현'도 꿈에만 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의 최대주주인 SK㈜의 주가는 이날 큰 약세를 보였다. 이날 SK㈜ 주가는 장중 한때 8%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SK㈜는 상장 후 SK바이오팜의 지분 7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바이오팜 지분을 구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수혜를 기대하며 투자했지만, 주가는 거꾸로 간 셈이다.

    • 사실 자산가치의 변화로 보면 SK㈜ 주가의 역주행은 설명하기 어렵다. SK㈜의 SK바이오팜 보유 지분 가치는 이날 주가 기준 7조4500억여원에 이른다. 공모가 기준 지분 가치는 2조9000억여원이었으니, 하루 새 4조6000억여원이나 불어났다.

      SK㈜는 그간 비상장사였던 SK바이오팜의 지분을 약 4700억여원 가치로 장부에 반영해두고 있었다. 현재 SK바이오팜 지분 75%의 가치가 7조4500억원이니, 장부가 대비로는 6조9800억원이나 가치가 폭증한 셈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증권가에서는 SK㈜의 시가총액에 SK바이오팜 지분 가치를 2조5000억원 정도로 반영해두고 있었다. 이 수치와도 격차가 제법 크다.

      하지만 주가는 역주행했다. 21조원 안팎이던 SK㈜ 시가총액은 이나 장중 18조8000억원대까지 밀렸다. 시가총액 2조8000억원이 허공에 날아간 것이다.

      시장에서는 SK바이오팜 상장이라는 재료가 소멸됨에 따라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SK바이오팜의 상장 후 주가 급등은 이미 예견된 내용이었다. '수요예측 대박' 소식이 전해진 18일 이후 국내 기관과 외국인은 줄곧 매도세였다.

      특히 24일 KB국민은행이 보유지분 전량을 5000억원에 블록세일로 내놓으며 장기 보유 수요를 대부분 끌어들였다. 잠시 '매수세 공백'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6월 이후 개인투자자들은 SK㈜를 7500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국내 기관투자가는 5536억원, 외국인은 2369억여원 순매도했다.

      SK바이오랜드 역시 이날 장 초반 10% 이상 급등했다가 곧바로 하락 전환했다. SK바이오랜드는 SK바이오팜과 상호가 유사해 개인 매수세가 한동안 붙어있던 종목이다. SK바이오랜드는 화장품 소재 및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하는 계열사로, 지난해 기준 SK바이오팜과는 거래관계가 전무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지주회사의 우량 비상장 자회사가 상장하면 일시적으로 지주회사를 매도하고 자회사를 매수하는 수급 불균형이 벌어지곤 한다"며 "SK㈜의 주가 약세도 이런 틀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