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터진 공모 딜 '50% 수익률'...하반기엔 쉽지 않다
입력 2020.07.03 07:00|수정 2020.07.06 09:49
    부문별 대어 고수익 기대감이 이끈 상반기 ECM
    HDC·현대로템·SK바이오팜 등 대박사례 될 전망
    유동성 장세 지속하며 하반기 기대감 커지는데
    밸류부담 커지며 공모주 투자전략 변화 가능성
    • 올 상반기 이례적으로 증시가 급락과 급등을 오가며 주식자본시장(ECM)에서는 일부 빅딜(big beal)이 공모 투자 흥행세를 이끈 것으로 타났다. 발행사들이 투심 악화를 우려해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자금 조달을 시도했고, 덕분에 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평이다. 특히 단기간에 투자자에게 50% 이상의 수익률을 안겨준 '대박' 딜이 잇따랐다.

      유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벌써부터 하반기에도 흥행 공식이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가득하다. 그러나 상반기 공모주 대박 공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역대 최대 규모로 풀린 시중 자금이 주가 반등으로 이어진 만큼 발행시장 역시 증시 내 밸류에이션 부담을 피해가기 힘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30일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상반기 ECM 분야 별 주요 거래로는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의 유상증자, 현대로템의 전환사채(CB), SK바이오팜의 기업공개(IPO)가 꼽힌다. 세 건의 거래 모두 투자자들에 고수익을 안겼거나 안길 것으로 기대되며, 공모 딜 '대박' 사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HDC현산의 신주와 현대로템의 CB 발행 공모청약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은 30일 기준 50% 안팎의 수익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HDC현산과 현대로템 모두 폭락장에서 신주 발행가액·전환가액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HDC현산의 신주 발행가액은 14600원, 현대로템의 CB 전환가액은 9750원으로 모두 평년 대비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흥행 규모 면에선 현대로템이 압도적이다. 현대로템 CB 1655억원 모집에는 약 8조원의 주문이 몰려 47.72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구주주 대상 청약 3일 전 평균주가가 1만6098원으로 가파른 회복세를 보인 덕분이다.

      2일 상장을 앞둔 SK바이오팜의 기대수익률은 더 높다. SK바이오팜은 희망공모가 밴드를 제시하던 당시만 해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상장에 성공하기 위해 기존 언급되던 9조원대보다 낮은 약 4조원으로 기업가치를 제시한 바 있다. 기관투자자의 쏠림현상으로 공모가는 밴드 상단인 4만9000원에 결정됐다. 상단이라 해도 유통주식 수가 적은 만큼 상장 직후 주가가 크게 뛸 것이란 기대감이 존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바이오팜은 워주가가 뛸 거란 전망이 명확했기 때문에 청약 경험이 없는 개인 투자자들도 쌈짓돈을 싸들고 와 청약 방법을 물어보는 경우도 많았다"며 "이름을 대면 알 법한 기관투자자들은 다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 내에선 하반기 ECM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시장의 관심이 소재·부품·장비에 국한됐다면 올해는 언택트·바이오·IT·반도체·스마트 팩토리 등 테마가 훨씬 확장된 상황"이라며 "각국 중앙은행 차원에서 증시에 호재를 쏟아내는 만큼 발행시장에서 투자심리 역시 긍정적일 것으로 내다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려 역시 만만치 않다. 유동성 장세가 지속된 만큼 밸류에이션 부담 역시 커지고 있어 공모주 투자심리가 상반기와 같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상반기 ECM 흥행에는 대부분의 주식이 '평소보다 싼 가격'이라는 공감대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본다"라며 "주가가 오를 만큼 올랐다고 본다면 투자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을 이미 소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코로나 19 이후 실적 뒷받침 없이 유동성의 힘만으로 반등장이 연출된 데 대한 우려와도 무관치 않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폭락장 이후 유동성 장세가 대부분 기업에 호재로 작용했지만, 하반기에는 실적장세로 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며 "공모주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