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세제 개편, 증권가 부글부글..."세수 위해 증시마저 후진화"
입력 2020.07.06 07:00|수정 2020.07.07 10:15
    주식보다 펀드에 먼저 과세…자금유출 가속화
    원천징수 방식 등 장기투자자 더 불리한 구조
    운용사 "해외주식 쏠릴 듯"…투심 위축 우려도
    기재부 궤변에 업계는 "세수 욕심"…냉소 확산
    • "주식 거래량이 많아지니까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 재원으로 욕심이 나는거죠.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과세 재원에 과세 잣대 들이미는 겁니다. 이런 정책에 무슨 '선진화'를 붙힙니까" (A증권사 관계자)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선진국도 그렇게 한다고 변명하는데 기재부는 두 나라를 국내 자본시장의 롤모델 감으로 본다는 이야깁니까? 와중에 미국 이야기는 쏙 뺐는데 속이 빤히 보이는 해명이죠" (B운용사 관계자)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에서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를 소액주주에게도 적용하는 내용의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며 증권·운용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펀드가 주식 개별종목보다 1년 가량 먼저 과세가 적용돼 현금유출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증권사들은 자산가들을 비롯한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고민이 많다.

      기재부는 합리적인 해명보다는 궤변에 가까운 변명을 내놓고 있다. 오히려 세금 부담이 줄어들 것이며 펀드 투자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공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활용도가 떨어지는 대안이라는 평가와 함께 정부가 코로나 이후 거래량이 늘어난 금융시장을 세수 확보 대상으로 삼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정부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확정했다. 주식, 파생상품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묶어 2022년부터 과세한다.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는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총 0.1%포인트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금융세제 개편이 지난해부터 예고된 만큼, 양도소득세를 도입하는 방향성 자체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구체적 내용을 두고선 ▲거래빈도가 적고 수익률이 높을 수록 불리해지고 ▲공모펀드의 위축을 가속화하며 ▲개인투자자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들며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 운용 업계에서는 직접투자보다 1년 이른 2022년부터 국내주식형 펀드 내 주식매매에도 양도세가 부과돼 공모펀드 위축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현재 방안에는 직접 주식투자와 달리 펀드를 통한 주식 투자의 경우 기본공제가 없다. 공모 전체로만 놓고 보면 펀드규모가 지속적으로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발생한 이후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순자산총액은 세 차례 크게 감소한 바 있다. 이후 증감액의 폭은 크지 않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문제가 생기다보니 투자자 피해 때문에 시장이 위축돼 왔다"며 "안 그래도 증시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이 늘며 간접투자 위축 우려가 컸는데 그 속도가 더 빨라질 거라는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1일 기재부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펀드 투자자의 세부담 증가를 고려해 ISA 제도를 함께 개편한다"라며 "ISA를 통해 펀드에 투자할 경우 소득의 200만원까지 공제되기 때문에 세 부담이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설명이란 반박을 내놓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펀드 과세를 피하자고 금리나 수익률이 예·적금보다 낮아 외면 받는 ISA 계좌를 찾는 고객들이 얼마나 될 것인지 확실치 않다"라며 "자산가들의 경우 투자실력으로 세 부담 이상의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과세 자체를 피하는 것이 미덕으로 통하는 편"이라고 일축했다.

      양도세를 매달 정산해 원천징수하는 방식을 두고 문제가 제기된다. 복리효과가 축소돼 전반적인 투심 저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주식 자체의 세제가 어려워지는 만큼 접근 자체를 꺼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업계는 이번 추진 방안에 맞춰 관련 시스템 개발을 준비 중이며 브로커리지에도 영향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과세 기준에 대한 세부지침에 주목하고 있다. 채권에 대한 양도소득에는 과세하지 않지만 채권형 펀드에는 과세하는 등 현재 양도소득세 과세 체계도 '누더기'에 가까운 만큼투자 대상별 과세와 손실 판단 시기가 정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규모가 크고 거래빈도가 낮은 장기투자자일 수록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라며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매력이 감소할 전망인데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고액 자산가까지 이탈할 경우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설명했다.

      증권 거래세를 유지하는 방안은 투자자를 포함한 금융투자 업계가 한 목소리로 이중과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기재부에선 거래와 소득은 과세목적과 체계가 달라 엄연히 다르며 주식 양도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인 소액주주의 경우 오히려 세 부담이 줄어든다는 입장이다. 기능적으로도 고빈도 거래를 방지해 증시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이 같은 설명이 궤변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현행 금융세제의 변천사를 따져봤을 때 선진화를 이유로 양도소득세를 도입할 경우 거래세를 폐지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며 "기술적 요소로 양도소득세를 도입하기 힘들어 거래에 과세하는 방식이었는데 양도소득세를 도입하면서도 이를 유지하는 건 명백한 이중과세"라고 꼬집었다.

      2000만원 이상부터 과세해서 괜찮다는 것 역시 세 부담 증가를 고려한 당국의 선의가 아닌 과세 행정비용 절감 차원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통계에 따르면 주식을 통해 연 2000만원 이상 수익을 내는 소액주주는 전체 5%인 약 30만명으로, 사실상 세수를 이들로부터 확보할 전망이기 때문에 2000만원이라는 비과세 구간이 설정된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기재부가 거듭 해명을 내놓는 데 이건 선진화가 아니라 후진화 정책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기재부가 해명을 계속하는 것도 결국에는 세수 욕심에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불만을 재확산하는 요인"이라며 "코로나 이후 거래량이 늘어난 만큼 세수 재원 중 어느 것도 포기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