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된 '현대차 시총을 넘어라'…문지기로 전락한 '재계 2위'
입력 2020.07.15 07:00|수정 2020.07.16 06:58
    삼성SDI·카카오 이어 엔씨소프트 '바짝'
    현대차, 주가 10만원·시총 10위 '횡보중'
    '차화정' 넘어 실적 아닌 성장성 보여줘야
    • 현대자동차 시가총액을 둔 코스피(KOSPI) 내 추격전이 재개될 조짐이다. 지난 5월 삼성SDI와 카카오가 현대차 시총을 추월한 이후 7월 들어 엔씨소프트까지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현대차 챌린지'라 부르기도 한다. 현대차가 상징하는 '구 경제'를 코로나19 이후 부각한 '신 경제'가 넘어서는 걸 이벤트처럼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서열 2위 그룹의 맏형 격인 존재감에 비해 증시 평가는 박해졌다.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에 비해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 모빌리티 대응이 우수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증시 자금은 좀처럼 현대차를 향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로선 주식시장 내에서 성장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10일 종가 기준 현대차 주가는 9만8300원으로  코로나 당시 낙폭을 회복한 이후 횡보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약 21조3000억원으로 코스피 내 10위권에 머무는 중이다. 같은 기간 삼성SDI(2차전지)·카카오(언택트) 등 성장주는 현대차를 앞질러 시총 10위권 내에 안착했다.

    • 현대차를 앞질렀거나, 앞지를 것으로 보이는 종목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망산업으로 꼽힌다. 7월 둘째주 들어 엔씨소프트(IT·게임주)가 장중 한 때 현대차를 앞지르기도 했다. 최근 엔씨소프트의 주가를 고려하면 이른 시일 내 10위권에 들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차가 사실상 성장산업을 돋보이게 하는 기준선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 주가가 지루한 횡보세를 이어가는 원인으로는 우선 팬데믹 여파를 직격으로 맞은 자동차 산업 업황이 꼽힌다.

      실적발표를 앞둔 현대차의 2분기 성적표는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신차 출시 효과로 인한 믹스 개선과 튼튼한 내수시장을 감안하더라도 해외 판매 감소로 인한 고정비 부담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적자 가능성도 거론되는 가운데, 성장성을 보여주기 위해선 하반기 글로벌 경제 성장화 및 억눌린 수요(Pent-up) 확보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러나 최근 증시의 트렌드 상 실적전망은 크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 전반을 비교해서 본다면 현대차의 내수 버팀목과 재무여력, 미래사업 대응 수준은 우수한 편"이라며 "그러나 현재 증시가 바라는 것은 실적이 아니라 미래 성장성이기 때문에 실적 부진 외 변수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 이는 그룹 내에서 같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아차·현대모비스와의 비교에서도 잘 드러난다. 현대차의 외국인 투자자 비율은 지난해말 39.80%에서 9일 기준 33.59%까지 6%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2~3%포인트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외인 비중이 절대적 잣대일 수는 없지만 3사 중 이탈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주식시장 내 현대차의 정체성이 전통의 완성차 기업에서 벗어나 미래·친환경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자동차 연구원은 "2차전지 산업이 테슬라 주가에 따라서, 수소 산업이 니콜라 주가에 따라서 새로운 가치평가 기준을 적용받고 있는 동안에도 현대차 주가는 큰 변화가 없는 실정"이라며 "현대차 친환경차 부문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투자자들의 시각은 차화정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로서는 하반기 실적 방향성 만큼이나 시장 내 포지셔닝 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이다. 자동차 시장 내 내연기관 퇴출 시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신사업 비중 확대와 구사업 조율 사이 현대차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이재일 유진투증 연구원은 "기존 OEM 대비 가파른 신생 친환경차 메이커의 성장 근거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라며 "테슬라의 경우 무인 자동화 공장을 갖추고 있어 노조와 협상할 필요가 없고 온라인 기반 판매채널을 보유하고 있어 딜러사 문제로터 자유롭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대차를 비롯한 기존 OEM의 큰 몸집이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