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가 CJ CGV 유상증자를 살릴 수 있을까
입력 2020.07.21 07:00|수정 2020.07.23 09:58
    공모가 예상 차익 20% 안팎...문제는 향후 실적
    코로나 여파로 관객 수 급락...반전 기회 '절박'
    '부산행' 후속작 '반도', 개봉일 관객 30만명 동원
    "흥행작, 방역 측면에서도 의미...향후 주가 변수"
    • 말도 많고 탈도 많던 CJ CGV의 유상증자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로 인한 극장 기피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반기를 무사히 버텨내기 위해선 반드시 흥행시켜야 하는 증자로 꼽힌다.

      가격적 요건은 나쁘지 않다. 6월 이후 주가 약세에도 불과, 아직까지도 20%가량의 시세차익이 가능한 상태다. 남은 건 관객 수 회복이 가시화하느냐다. 이런 와중에 1000만관객을 끌어모은 한국형 좀비 영화 '부산행'의 후속작 '반도'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는 35만명의 가까운 오프닝 스코어(개봉일 관객수)를 기록하며 오랜만에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CJ CGV는 20~21일 구주주 청약을 거쳐 23~24일 실권주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증자를 통해 2200억여원을 조달해 전액 채무 상환에 쓴다. 당장 이달 말에 410억원 은행 한도대출 만기가 돌아오고, 10~11월에 1000억원의 회사채 및 차입금 상환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최근 2년간 연속으로 대규모 적자를 낸데다, 상반기 코로나 이슈로 관객이 끊기며 위기에 몰린 CJ CGV 입장에선 생명수와도 같은 자금이 들어오게 되는 셈이다.

      최대주주인 CJ㈜는 일단 최대 한도로 청약에 참여하기로 했다. 배정된 주식에 최대 20%의 초과청약까지 한도를 꽉 채워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2200억여원 중 820억여원에 해당한다. 나머지 1400억여원은 기존 주주인 국민연금 및 일반투자자들에게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증자에 참여해 얻을 수 있는 예상 수익률은 나쁘지 않다. CJ CGV 역시 4월 이후 대세 상승장의 덕을 보며 1만2000원대까지 급락했던 주가가 6월초 2만3000원대로 올라섰다. 이후 조정을 받으며 2만원선 안팎에서 주가가 형성돼있다. 최근 한 달간 주가가 약세를 보인 덕분에 유상증자 확정공모가는 1차 발행가액보다 낮은 1만5850원으로 확정됐다.

      현 주가가 유지된다면 공모 투자자들은 23% 수준의 차익을 낼 수 있다. 최근 4조원을 끌어모으며 청약 흥행에 성공한 대한항공과 비슷한 수준의 기대 수익률이다.

      CJ CGV는 이미 최악 수준의 주가 하락을 경험했다. 2016년 한때 12만원에 달하던 주가는 올해 최저 1만2000원까지 밀리며 정확히 10분의 1 토막이 났다. 야심만만하게 진출한 터키에서 환율 관련 총수익스왑(TRS) 손실이 나며 주가가 뚝뚝 떨어졌고, 좀 수습이 되나 싶었더니 올해 상반기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났기 때문이다.

    • 현 주가는 조만간 일상이 회복될 거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수치로 평가된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CJ CGV 목표주가는 2만5000~3만원선에 포진해있다. 3월의 폭락장 이후 주가 회복세는 정확히 이 목표주가 밴드의 하단인 2만5000원을 찍고 내려왔다. 이후로는 전망보다 나은 실적을 보여주느냐가 주가의 척도가 될 것으로 풀이된다.

      CJ CGV는 올해 1분기 한 분기에만 7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봤다. 2분기에도 이 정도 수준의 영업적자가 지속되다가, 3분기엔 흑자로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란 게 현재 증시의 컨센서스(일반적인 전망)다.

      6월 개봉한 영화 '#살아있다'가 전국 180만 관객을 모으며 일단 희망의 신호탄을 쐈다. 이 영화 덕분에 6월 마지막주 주간 국내 극장 방문 관객 수는 오랜만에 100만명에 육박했다. 이전까지는 하루 3만~4만, 주간 단위로도 30만 안팎에 그치는 일이 흔했다.

      '#살아있다'의 관객 동원력이 한계를 보이며 7월 중순 들어 일일 극장 방문 관객 수는 다시 4만~5만명까지 떨어졌다. 그런 와중에 15일 개봉한 '반도'는 코로나 사태 이전인 1월 개봉한 '남산의 부장들'(25만명)을 넘어 올해 개봉작 최고 오프닝스코어를 경신했다. 1000만관객 영화의 후속작이라는 기대감에 제작사인 NEW의 주가가 6월말 이후 불과 2주 사이 50%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주말 관객 수는 평일 관객 수의 3~5배에 이른다. 만약 '반도'가 지금같은 관객 동원력을 보인다면 올해 처음으로 '흥행작'의 반열에 오르는 모은 영화가 된다. 증권가에서는 국내에서 비선호 장르이던 '좀비물'로 '1000만관객'을 동원했던 영화의 후속작인만큼 상당한 파급력이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대로 '반도'조차 영화관을 살리지 못한다면 하반기 CJ CGV 실적 역시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달말 남북관계를 소재로 한 전쟁영화 '강철비2', 내달 초 국내에서도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등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데, 인지도 측면에서 1000만 관객 영화인 '부산행'의 후속작인 '반도'가 앞서고 있는 까닭이다. '반도'가 실패한다면 이후 블록버스터 역시 관객 동원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거란 평가가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방역 측면에서 수백만명이 영화를 봤는데도 이를 매개로 코로나가 퍼지지 않는다면, 다른 관객들도 조금 더 안심하고 영화관을 찾을 수 있게끔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CJ CGV가 터키 이슈 이전에는 국내 관객 수 증가와 함께 주가가 움직이던 모습을 보였던만큼, 증자 이후 주가 역시 흥행작이 얼마나 나오느냐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