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 데드라인 눈앞...PEF 등판 가능성도 솔솔
입력 2020.07.23 07:00|수정 2020.07.27 09:44
    채권단, HDC 답 없으면 8월 중 무산 결론낼 듯
    플랜B 마련 분주…대형 PEF도 물밑 검토 움직임
    인수 부담 줄어들고, 회계 문제도 해소될 전망
    투자 정당화할 안목 있거나 SI와 연합 필요할 듯
    • 아시아나항공 M&A의 결말이 오래지 않아 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다음달 중엔 거래 진행이든 무산이든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인데 HDC현대산업개발의 협상 태도를 감안하면 후자에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거래 무산 시 사모펀드(PEF)가 대체자로 부상할 지 관심이 모인다. 일부 대형 PEF가 물밑에서 아시아나항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으로 PEF가 항공사를 인수하기 쉽지 않지만 기업과 손을 잡거나 매각 조건이 대폭 완화한다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란 평가가 나온다.

      21일 M&A 업계에 따르면 금호그룹은 HDC현산에 아시아나항공 경영진 선임, 잔금 납입 등 절차를 이행할 것을 계속 독촉하고 있다. 채권단은 앞으로 3주일 정도 안에는 매각의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처럼 HDC현산이 별다른 의지를 표명하지 않으면 다음달엔 거래 무산이 확정되는 것이다.

      M&A 협상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현산 회장이 만나고, 정부도 측면 지원에 나섰지만 교착 상태다. 이달 초 러시아를 끝으로 해외 기업결합승인 절차가 마무리 됐으나 HDC현산은 선행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본다. 정황상 HDC현산이 사업 확장보다 불확실성 제거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매각자 측 관계자는 “HDC현산이 잔금을 내지 않으면 추가로 시간을 주고 납입을 독촉해야 하는데 그 최종시한은 8월 중순 정도가 될 것”이라며 “그 전에 극적으로 타협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분위기론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거래가 무산되면 금호그룹과 HDC현산은 계약금 반환 및 손해배상을 두고 법적 다툼에 들어갈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에 필요한 자금은 기간산업안정기금에서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항공사(FSC)고 코로나로 인해 경영상황이 더 악화한 면도 있는 만큼 지원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채권단도 매각 무산을 염두에 두고 플랜B를 준비해야 할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았던 제네럴모터스(GM) 사례를 검토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데 분주하다.

      PEF들도 아시아나항공 매각 추이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몇몇 대형 PEF들이 물밑에서 아시아나항공 스터디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대규모 자금을 쓸 대형 거래가 뜸하니 아시아나항공을 살피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매각 무산 시 새로운 원매자를 찾아야 한다. 매각 초기부터 ‘우량한 기업’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PEF는 우선 선택지가 아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대형 항공사를 하나로 합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면 PEF라고 반드시 마다할 이유가 없다.

      관련법에 따라 외국인과 외국정부, 법인 등은 국내 항공사업 면허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국내 법인은 외국인이 지분을 절반 이상 보유하거나 임원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공운수업을 할 수 있다. 즉 글로벌 PEF가 아닌 국내 자금으로 꾸려진 PEF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PEF가 나서면 조건은 HDC현산 때보다 유리하게 바뀔 가능성이 크다. 채권단은 거래 성사를 위해 채무를 조정하고 자금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재무부담을 완화한 후 구주는 거래에서 제외하고 신주 인수 규모를 줄이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

      HDC현산과 협상이 무산된다면 그 시기는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실적 발표와 겹친다. 반기보고서는 외부 감사인의 감사를 거쳐야 한다. 상반기 내내 아시아나항공 M&A의 발목을 잡은 회계 문제를 짚고 넘어갈 수 있다. 불확실한 면이 있다면 계약상 ‘진술과 보장’을 통해 위험을 줄이면 된다. 회사는 화물 운송 증가로 2분기 흑자전환도 예상된다.

      M&A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 지원 시 아시아나항공의 부실이 정리되고, 반기 실적이 확인되면 회계 문제에서도 자유로워진다”며 “HDC현산이 포기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민할 PEF들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그렇다라도 PEF가 선뜻 항공사 인수에 나서기 쉬운 상황은 아니다. 재무여력이 탄탄한 HDC현산도 머뭇거릴만큼 항공업 전망이 불투명하다. 임금과 비용을 줄여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는데 언제 여객 수요가 회복될 지 점치기 어렵다. 한앤컴퍼니와 MBK파트너스가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 인수를 두고 경쟁을 벌인 것처럼 투자를 정당화 할 ‘어떤 안목’이 있어야 한다. 그도 아니라면 위험 부담을 줄여줄 전략적투자자(SI)와의 연합이 필수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