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M&A 불발이 남긴 것들
입력 2020.07.27 07:00|수정 2020.07.28 10:18
    M&A 불발, 그리고 남은 5가지 문제들
    • 장장 7개월 간 말 많고 탈도 많았던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결국 무산으로 끝났다. 항공사 간 기업결합 첫 사례를 기대했지만 동시에 '항공사 M&A 첫 무산 사례'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스타 M&A 불발은 무엇을 남겼을까.

    • 1. 계약파기 책임 둔 법정공방 가능성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모두 결렬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M&A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 모두 법무법인을 통해 법적 책임소재와 계약금 반환 가능성 여부 등을 가리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에 지급한 계약금(119억5000만원)과 운영자금 목적으로 빌려준 자금(100억원)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매각에 사활을 걸었던 이스타는 승소만이 살길이다. 부채 규모가 막대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회생 가능성이 낮다 보니 소송에서 이기지 않는 한 파산을 막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 이스타 오너일가 주식 헌납 향방과 체불임금 문제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이상직 의원 일가가 보유 지분 전량(39.6%)을 헌납하기로 했지만, 지분가치 논의는 더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이 의원은 당시 보유한 지분가치가 매각가액(545억원) 기준 약 410억원이라고 주장한 바 있지만 세금 등 각종 비용을 제하면 200억원대에 불과해 250억원 이상의 체불임금을 오롯이 해결하기 어렵다. 더욱이 헌납주식은 제주항공의 인수가 실현돼야만 매각차익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휴지 조각'과 다름없다.

      이스타 오너 일가는 어떻게든 매각을 성사시켜 체불임금도 해결하고 기사회생될 것을 노렸지만 결국 모든 책임을 안게 됐다. 이스타항공 직원만 1500명인 데다 자회사와 협력사까지 포함, 2000명이 대규모 실직 위기 상황이다. 자력으로 해결이 어렵다 보니 끝까지 제주항공 측으로 책임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3. 이스타의 운명은 

      이스타는 셧다운 조치로 운항이 장기간 중단돼 운항증명(AOC) 효력이 멈췄고, 자본총계도 -104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인 상태다. 유일한 이점일 수 있는 보유노선도 파산 시 국토부가 다른 항공사들에 재배분해주기 때문에 경쟁사로의 재매각 혹은 합병 매력도는 떨어진다.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항공업계는 이스타의 계속기업 가치와 청산가치를 비교했을 때 회생보다는 청산 쪽으로 가닥날 거라 보는 분위기다.

      전라북도에 자금지원 요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금지원 실효성은 사실상 없다는 평가다.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강원도에 뿌리 내린 플라이강원처럼 전라도 거점 지역항공사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양양을 비롯 김해·무안·대구 등 지방공항은 특히 여객수요가 없어 부침이 심한 상황이다. 결국 자금을 투입시키더라도 그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보장이 어려워 실익이 떨어진다.

      파산 가능성을 점치는 투자자들도 체납액을 회수하기 위한 법적조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는 현재 1000억원 상당의 미지급금 및 체납액 해결 문제가 산적해 있다. 한국공항공사가 이미 체납액 회수를 위해 체납액 구상권 청구 등 법적조치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항공 담당 연구원은 "이스타 신용등급은 부도직전인 'CCC'로 투기등급이기 때문에 리스에 더 높은 비용을 감수하는 등 비용구조가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어 매물로서 매력이 없다. 자력갱생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부도 가능성이 커 체납액 청구 소송이 줄이을 것이라 본다. 이스타 기사회생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시장에 없다"라고 말했다.

      4. 아시아나·이스타 인수 모두 고배 마신 애경그룹, M&A업계 불신?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도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당시 본입찰에서 1조7000억원가량을 제시했지만 2조4000억원대를 제시한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에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놓쳤다. 애경그룹 자회사인 제주항공도 이스타 인수를 최종 포기하면서 결과적으로는 두 번의 항공사 M&A를 모두 성사시키지 못한 모습을 연출했다.

      물론 아시아나항공 딜은 상대적으로 낮은 입찰가로 기회를 놓쳤고, 이스타항공 딜은 코로나로 인한 항공업황 악화와 실사 중 발견된 우발채무로 인수가 쉽지 않은 사정이 있었다. 하지만 또다시 M&A에 나서기엔 부담스러울 상황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LCC를 보유한 회사가 대형항공사(FSC)를 인수하기엔 자금여력이나 전략 면에서 쉽지 않아 당시 아시아나항공 실사를 통해 실익을 얻으려는 전략적 접근 아니냐는 시각도 많았다"면서 "얻은 것만 있고 잃은 것은 하나도 없다고 볼 순 없지만 두 번이나 항공사 인수 막바지에 고배를 마신 당사자란 점에서 M&A업계 내 신뢰도 타격이 아예 없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5. 원점 된 항공업계 재편?…'진짜 구조조정' 시작될 것 

      아시아나항공 M&A도 재매각·분리매각·기업회생절차가 언급되는 등 '노딜'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될 경우 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한계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과잉이 항공업계 내 어려움을 키워왔던 만큼 M&A를 통한 구조조정 기대감이 커졌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마저 무산될 경우 항공업계 재편 역시 원점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시장원리에 입각한 시장발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벼랑 끝에 내몰린 LCC들은 이미 외형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 기름값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이 매출보다 커졌다. 자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유상증자 등 자구책을 꺼내보이지만 모두 최대 올해 말까지만 버틸 수 있는 규모다. 이 시기까지 흐름을 뒤집을 반전 카드도 마땅치 않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계 재편 과정이 시장발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독자생존이 어려운 곳들은 서로 합쳐 시장 파이를 줄이려고 할 것이고, 거기서도 배제되거다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곳들은 결국 파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