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투자한 FI 드래그얼롱 보유
투자금 회수 어려워질 경우 해외자회사 매각 또는 소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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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증자로 마련된 자금 대부분도 CGV본사 운영자금으로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해외 자회사들에 투자유치로 끌어들인 재무적투자자(FI) 자금 상환 스케쥴도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FI들은 회사측과 관련해서 조율 중이지만, 제때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송전으로도 문제가 커질 수 있는 ‘뇌관’이다.
CJ CGV 유상증자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2209억원 규모의 증자를 위해 진행한 주주 및 우리사주조합 청약에서 거의 발행물량 전량에 해당하는 매수주문이 들어왔다. 주가하락으로 조달규모는 줄어들었지만, 당초 시장에서 우려한 대량의 실권주가 나는 사태는 피하게 됐다.
회사가 유상증자에 성공하더라도 갈길이 멀다. 부채비율이 900%에 육박하다 보니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모았다고는 하나 그 효과가 일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 개선이 기대되나, 코로나 여파로 실적부진이 장기화한다면 증자 효과는 일시적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여파는 2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CJ CGV의 국내 극장 관람객은 전년동기 대비 88.6% 감소했고, 매출 감소율은 3월 -67%, 4월 -88%, 5월 -93%로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하고 있다. 그나마 여름 성수기를 들어서 관람객이 다소늘고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문제는 비단 해외의 사정도 국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CJ CGV는 터키 최대 영화 사업자인 마르스엔터테인먼트그룹(이하 마르스)의 지분 100%를 인수하며 터기 영화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2018년 터키 경제위기가 발발하면서 리라화 환율이 급락하는 등 영업환경이 악화했다. 이에 따라 터기에서 영업이익은 2017년 142억원에서 지난해 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여기에다 올해엔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상황이 더욱 안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터키 사업이 악화하면서 투자를 유치했던 FI들의 상환압박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CJ CGV는 IMM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자 유치 조건은 2021년까지 마르스 IPO였다. 하지만 현재 시장 상황상 2021년까지 IPO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
회사는 IMM PE와 투자금 회수 방안을 논의중이다. 마르스 지분 12.5%를 보유한 IMM PE가 동반매도요청권(드래그얼롱·Drag along)을 갖고 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매각을 시도할 수 있다. CJ측과 IMM PE측은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원금 보장 수준에서 회수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IMM PE와 계약만기가 내년 4월인 점을 고려할 때, 터키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이 수면 위에서 논의돌 것으로 보인다”라며 “현재 진행하는 유상증자 대금을 해외 자회사 운전자금으로 쓰기엔 부족하다는 점에서 투자금 회수 방안을 놓고 내부적으로 고민이 깊다”라고 말했다.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의 상황도 터키와 별반 다르지 않다. CJ CGV가 현지 1위 사업자인 베트남 사업은 수년째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사업은 올해 1분기 적자전환하며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재무적 어려움을 겪던 CJ CGV는 지난해 MBK파트너스와 미래에셋PE로부터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법인을 보유한 CGI홀딩스에 3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해당 투자건은 MBK파트너스의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F)의 대표적인 투자사례다.
해당 투자건은 회수기한이 3년가량 남아있다. MBK파트너스는 해당 투자건에 동반매도요청권을 갖고 있다. 투자금 회수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매각을 요구할 수 있다. 일단 MBK파트너스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회수기한에 시간이 남은데다 매각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초조해 하고 있지는 않다. 터키와 달리 CGI홀딩스의 보장수익률은 5%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MBK파트너스의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다 보니 보장수익률이 다른 투자건보다 상당히 높아졌다.
다른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 측에서도 드래그얼롱 등의 투자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해당 투자건에 대해서 크게 고민하고 있지는 않다”라며 “회수 시점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보장해야 하는 수익률이 높다 보니 CJ그룹도 고민일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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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