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도 양극화 뚜렷…'흑자' 점치는 LG·삼성, '악재' 가득한 SK
입력 2020.07.30 07:00|수정 2020.07.31 10:10
    삼성SDI, 내년 전기차전지 '흑자' 예고
    SK이노, "재무악화로 중간배당도 중단"
    투자자 관심 '이익성장'으로 옮겨가며
    하반기 이후 3社 내 양극화 '심화' 전망
    • 국내 2차전지 산업에서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LG화학과 삼성SDI가 전기차 전지 부문에서 이익전환을 앞두고 있는 반면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당분간 지속될 재무악화 등 악재에 따른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차전지 산업에 대한 시장의 초점도 성장 기대감에서 흑자 달성 여부로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실적발표회 분위기는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29일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43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를 지속했다고 발표했다. 순차입금 규모는 올해 2조2150억원 늘어난 8조7739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채비율이 148%로 증가했지만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만큼 배당 등 주주환원책에서도 소극적 모습을 보였다.

      반면 삼성SDI는 전일 있었던 실적발표회에서 2분기 매출액 2조5586억원, 영업이익 1038억원을 기록했으며 하반기에는 전 사업 부문에서 우호적 업황이 펼쳐질 것이라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전기차용 전지 부문에서는 내년 단독으로 흑자 전환할 것이라 예고했다. 삼성SDI가 흑자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SDI의 흑자 전환 예고로 2차전지 산업이 본격적인 이익성장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간 국내 배터리 3사 중 전기차 전지 부문에서 손익분기점(BEP)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 받는 것은 LG화학이었다. LG화학은 지난 1분기 실적발표 당시 "연간 기준으로 한 자리수 초반 수익성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6월 투자자설명회에서도 관련 질문을 받자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공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까지 흑자 시점을 제시한 만큼 LG화학의 이익전환 여부가 2차전지 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재차 확대시킬 거란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도 2분기 전기차 전지 부문의 BEP 도달을 점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중국 2차전지 기업의 부진을 계기로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전 세계 배터리셀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 중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지난 1분기까지만 해도 전기차 2차전지 흑자를 얘기하는 것은 LG화학 한 곳에 불과했지만 삼성SDI가 여기에 가세한 상황"이라며 "코로나 이후 완성차 OEM의 배터리셀 조기확보 동향 및 고질적인 수율 문제 극복 여부에 따라 2분기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은 커진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후발주자인 만큼 아직까지 수익성을 언급하기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코로나 이후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한 상황에서 하반기 이후 3사의 수익 격차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사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은 정부 그린뉴딜 정책의 최대 수혜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의 ESS 사업은 초기 단계로 아직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진 못한 실정이다. 지난해 ESS 화재 사고 이후 LG화학과 삼성SDI가 수주절벽에 맞닥뜨렸을 때와는 정반대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본격적으로 3사의 이익성장으로 옮겨가며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시장의 소외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올해 LG화학과 삼성SDI 주가가 연초 대비 60% 이상 상승한 데 비해 SK이노베이션은 12% 하락해 시장수익률을 밑돌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경쟁사 못지 않게 완성차 업체의 러브콜을 받으며 수주실적을 채워가고 있다. 그러나 정유사업 업황 악화와 소송 문제로 인해 재무리스크가 부각되며 증설부담이 확대하고 있기 떄문이다.

      증권사 2차전지 담당 한 연구원은 "LG화학이나 삼성SDI와 같이 성장산업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SK이노베이션의 산적한 악재가 저평가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SK이노베이션이 악재를 모두 털고 향후 수주 및 증설 등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투자매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의 경우 올들어 증설부담 완화를 위해 조달처를 다변화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가 하락으로 기존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업황도 개선세를 보이고 있고 최근 편광판 사업부 매각을 통해 추가로 현금을 확보했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 결과 확보할 수 있는 합의금 또한 미래투자에 쓰일 거란 목소리가 많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3사 모두 고객사 물량을 차질 없이 공급하기 위해서 증설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자금조달이나 재무악화 측면에서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라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사이 진행 중인 소송에서 합의금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 내부에서도 소송 합의금에 대비해 1조원 상당의 충당금을 쌓는 방안 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상반기 신용도가 하향조정된 데 이어 향후 조달여건을 둔 불확실성을 둔 불확실성도 점차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페루 광구 매각은 코로나로 인해 일정이 지연되고 있고 자회사 상장을 통한 재원마련 역시 내년 이후 가능할 전망"이라며 "하반기 경영계획을 세우면서 투자지출을 보수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