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주가 상승 기대해야 하지만
대한항공 실적부진에 재무개선 기대감도 글쎄
“3자연합 경영권 가져와도 실익 크지 않을 듯”
불편한 동거에 배분 문제 대두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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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의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것은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것과 같다. KCGI-반도그룹-조현아, 3자연합이 한진칼의 지분을 사모으는 이유다.
코로나 사태로 항공업계는 침체에 빠졌고, 그 여파는 대한항공을 덮쳤다. 언제 상황이 호전될지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 대한항공을 통한 그룹 전반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일, 그리고 한진칼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3자연합은 신주인수권을 공개매수하며 조원태 회장과의 지분율 격차를 벌이고자 했으나 자회사들의 펀더멘털이 약해진 한진칼의 주가는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금부담은 늘어나는데 각각의 이해관계가 다른 주체들과의 불편한 동거는 계속되고 있다.
3자연합은 오는 12일까지 한진칼 신주인수권증권(한진칼 3WR)을 공개매수한다. 총 120만주로 미행사 신주인수권의 총 33%이다. 인수금액은 신수인수권증권 1주당 2만5000원으로 투입금액은 총 300억원이다.
3자연합은 120만주의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현재의 지분율 45%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신주를 받아 지분 희석을 방지하고 조원태 회장의 우호 지분율(41%)과 격차를 더 벌이겠다는 계산이다. 300억원은 신주인수권에 대한 투자금일 뿐, 120만주를 행사 가액인 주당 8만2500원에 사들이기 위해선 추가로 99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신주인수권 투자의 손익 분기점은 2만5000원+8만2500원, 즉 10만75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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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순 10만원을 상회하던 한진칼 주가는 꾸준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5일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주가는 결국 행사가액 이하로 떨어졌다.
주가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면 충분히 투자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만 지금의 한진칼 주가흐름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측하긴 쉽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핵심 자회사인 대한항공의 실적부진이다. 투자금융업계에서 예상하는 대한항공 2분기 매출액은 2조~2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약 750억~1100억원 수준이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이나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화물부문의 흑자가 이 같은 실적을 지탱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미지수다. 지난 6월부터 홍콩에서 발표하는 화물 운임지수는 빠르게 하향조정되고 있다. 여객 노선의 재개로 화물 실적 호재가 일시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적을 차치하고, 대한항공은 이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카드를 대부분 꺼냈다. 올해 기내식 사업부와 기내면세품 사업을 사모펀드(PEF)에 매각했다. 송현동 부지 매각은 언제 가시화할 지 모른다. 코로나 사태가 덮치면서 미국의 호텔인 ‘LA 윌셔그랜드센터'를 매각하는 방안도 당장은 추진하기 힘들게 됐다. 대한항공은 현재 해당 호텔의 자본재조정(리파이낸싱)을 추진중이다. 국내에 보유한 호텔을 빠르게 매각한다 해도 자본유입 효과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결국 대한항공의 실적 향상에 따른 기업가치 제고, 자산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대한항공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동안 한진칼의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한진칼의 주가하락은 3자연합에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반도그룹을 제외한 3자 연합의 자금조달의 상당부분은 주식담보대출이 차지한다. 최초 지분 매입 당시엔 평균 매입 단가가 그리 높지 않았으나 주가가 꾸준히 오르는 상황에서 추가 매입을 거듭했기 때문에 부담이 더욱 커졌다.
펀더멘털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그나마 한진칼의 주가가 고공행진 할 수 있었던 것은 경영권 분쟁, 즉 조원태 회장 측과 3자연합이 지분율 50% 고지를 두고 지분 매집을 지속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3자연합의 지분율은 45%, 절반의 지분율 확보까진 불과 5% 남짓 남아있다.
3자연합이 임시주총 소집의 카드를 굳이 꺼내들지 않더라도 올해 말까지만 지분율을 높인다면 내년 주총에선 승기를 잡을 수 있다. 다만 기대감이 사그라든 한진칼의 주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이 경우 주가하락에 따른 담보대출 상환 압박도 고려해야한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KCGI가 최초 계획했던 것과 같이 대한항공의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이 이제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경영권을 가져온다 한들 기업개선을 위한 뚜렷한 전략이 없고,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경쟁을 멈추기도 힘든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도그룹과 조현아 전 부사장, KCGI의 이해관계는 각각 다르다. 반도그룹은 부동산 개발권을, KCGI는 그룹의 경영권을 노리는 가운데 이들의 공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투자금융업계에선 3자연합 내 조 전 부사장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다는 얘기와 함께 반도그룹과 KCGI의 불협화음이 감지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KCGI의 주장대로 3자연합이 서로 계약 관계로 묶여있기 때문에 당장 연합의 와해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최악의 경우엔 한 쪽이 연합 구성원의 지분을 사들여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문제는 돈이다. 무작정 현금을 쏟아부을 수 없는 반도그룹, 현금이 부족한 조 전 부사장, 그리고 주가가 하락하는 추세 속에서 또 다른 기관투자가를 설득해야 KCGI. 어느 한 쪽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현금확보에 주력하는 기업들과 금융 투자에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KCGI가 추가 투자를 위한 펀드레이징에 상당히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의 3자 연합이 공고히 유지돼 경영권을 넘겨 받아도 각 구성원 간의 배분에 관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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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8월 06일 09:2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