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진출 고민 커진 정유사들
입력 2020.08.13 07:00|수정 2020.08.14 09:30
    정유4社 적자 지속…사업다각화 고민
    지분투자·합작법인 통해 신재생 진출
    정부·지자체 불협화음에 국내 수혜↓
    해외 투자에도 '관리 리스크' 경고등
    • 정유업계가 수요 절벽에 따른 '마이너스 정제마진'으로 인해 위기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적자에 시달리는 국내 정유사들은 석탄·원자력 발전소가 퇴출되는 분위기에 따라 신재생에너지로의 사업 진출을 고민하고 있다. 실제로 GS에너지와 SK이노베이션 등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수익을 내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정유 4사의 적자 규모는 5조1000억원가량에 달한다. 2분기 영업손실은 SK이노베이션 4397억원, GS칼텍스 1333억원, 에쓰오일 1643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132억원의 흑자를 냈다.

      정유업계 전망에 먹구름이 낀 지는 오래다. 국제유가가 급락한 데다 수요가 정체되면서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은 마이너스 행렬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유 수요의 7% 정도를 차지하는 항공유의 수요 회복이 코로나 영향으로 지연되는 등 수요는 줄어드는 모습이다. 반면 세계 각지에서 정유 설비를 늘리며 공급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필요성이 커졌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원유시장은 점점 좁아져가는 반면 대체에너지 시장에 대한 수요는 많아지고 있다"며 "정유산업만으로 충분히 수익은 낼 수 있겠지만 기업 성장은 다른 얘기라서 SK이노베이션 같은 정유회사들은 신재생, ESS 등 다른 타입의 에너지도 항상 같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SK에너지는 ▲친환경바이오연료 생산 ▲수소충전 및 전기충전 플랫폼 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SK에너지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중대형 2차전지 사업을 가지고 있다. GS에너지는 지분 50%를 보유 중인 자회사 GS파워를 통해 태양광, 연료전지, 풍력 발전소를 설치하고 발전에 나서고 있다. GS건설을 통해서도 폐배터리를 활용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정유에서 석유화학사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중인 에쓰오일도 고민이 같다. 2011년 태양광 사업 진출을 위해 3000억원을 투입하여 한국실리콘 지분 33.4%를 인수했다. 그러나 손실만 보고 2016년에 사업 정리했다. 현재는 기존 설비 고도화 작업 등 본업 관련 투자에만 집중하고 있다.

      정유사들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실제로 수익을 내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높이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에 따라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이 큰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하다. 실제로 GS파워가 건설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는 대부분 국내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평가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새만금 쪽에 태양광 발전을 지원해 주겠다고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조를 잘 맞춰주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시나 군 측은 아직도 규제가 있어서 허가가 잘 안나는 일종의 미스매칭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지형 특성상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넓은 햇빛이 내리쬐는 지역이 국내에 없을 뿐만 아니라 산을 민둥산으로 만든 뒤 설치한 태양광은 투자금액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해외 투자도 꾸준히 이뤄지곤 있지만 관리가 힘들다. 2015년 GS파워가 투자해 지분 30.6%을 보유한 피지 바이오매스 발전소 운영사 NGEL(Nabou Green Energy Limited)은 토지 임대료 분쟁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 이후 발전을 중단하면서 지난 1분기에는 32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해외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식도 눈에 띈다. 그러나 이 경우 국내에서는 수혜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K건설은 수소 연료전지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미국 블룸에너지와 올해 초 블룸SK퓨얼셀이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지분율은 SK건설이 49%, 블룸에너지가 51%다. 그러나 정부 보조금인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해외 기업에게 준다는 논란은 여전하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블룸에너지는 연료전지에서 나오는 열을 따로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열발전도 같이하는 두산퓨얼셀보다 효율이 더 높다"며 "그러나 블룸에너지는 해외 기업이다 보니 REC를 2개 주게 되는데 REC는 정부 보조금이라서 해외 업체에 왜 세금을 쓰냐는 이슈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