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인 델타항공…한진칼·조원태 회장 우군 역할도 흔들
입력 2020.08.19 07:00|수정 2020.08.18 17:59
    델타항공 6.7조원대 영업손실
    라탐·에어로멕시코 파산에 추가 손실
    델타 “올해 추가 투자 없다” 선언
    효자 노릇한 한진칼 지분 현금화 적기 평가도
    • 대한항공은 화물 의존도가 크게 높아지며 2분기 깜짝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글로벌 항공사들의 사정은 정반대이다. 대한항공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미국의 델타항공은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델타항공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올해 투자를 대부분 연기한 상태다. 델타항공이 휘청이면서 한진그룹, 즉 한진칼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델타항공은 올 2분기 57억달러(약 6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객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한 점이 컸다. 델타항공은 올 4분기에도 현재와 같은 불리한 영엽환경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델타항공의 손실규모는 미국의 대표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21억달러, 약 2조5000억원)과 유나이티드항공(16억달러, 약 1조8000억원)의 적자 규모를 합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일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대형항공사들의 상황은 나쁘지 않다. 이들은 올해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글로벌 항공사들 가운데 몇 안되는 수익을 거둔 회사로 기록됐다. 이는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국내 의료장비 등의 수출이 급증한 점, 여객기 운항이 중단되면서 수출이 주로 화물기에만 의존해 운임이 크게 상승한 점이 주효했다. 일회성 호재에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긴 했으나 화물 운임의 하락세, 수출 품목의 감소 등으로 3분기 전망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 사실 대한항공은 델타항공의 실적 부진을 상당히 염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델타항공은 한진칼의 지분 14.9%를 보유한 대주주로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델타항공은 올해 초 한진칼 지분을 추가 취득(5%)하며 향후 꾸준히 지분을 늘려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당분간은 투자가 진행되긴 어려워 보인다.

      델타항공은 분기보고서를 통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과거 계획했던 2020년 자본 지출 대부분을 연기하고 있다(In order to preserve liquidity throughout the COVID-19 pandemic, we are deferring substantially all of our previously planned 2020 capital expenditures)”며 “올해 남은 기간동안에는 공항 프로젝트를 제외한 중요한 지출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Excluding the airport projects, we do not expect to incur material capital expenditures for the remainder of 2020)”고 밝혔다.

      한진칼에 대한 추가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것을 차치하고, 델타항공이 유동성 위기상황에 봉착한다면 한진칼의 지분 활용법을 심도있게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델타항공 측은 최근 한진칼 지분 매각을 비롯한 현금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델타항공의 실적 부침이 심해지고 유동성이 점점 말라가면서 한진칼 지분을 매각 또는 유동화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델타항공에 한진칼의 지분은 나름 효자 역할을 해왔다. 델타항공은 현재 에어프랑스-KLM(Air France-KLM), 중국동방항공(China Eastern Airlines), 한진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이 경영권 분쟁을 지속하면서 주가는 고공행진 했고, 델타의 지분가치가 상승한 유일한 투자 기업이었다. 현재 한진칼의 시가총액(약 5조원)을 고려한 델타항공의 지분가치는 7500억원 수준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델타항공이 투자한 기업들이 파산절차에 돌입한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투자 지분 회수에 대한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 델타항공은 지난해 9월 남미지역 최대항공사인 라탐항공(LATAM Air)의 지분 20%를 사들였다. 라탐은 델타항공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며 아메리칸항공이 주축인 항공사동맹(얼라이언스) 원월드(One World)를 탈퇴하고 델타항공이 소속된 스카이팀(SKY TEAM)에 합류할 계획으로 알려졌으나, 코로나 사태를 버티지 못하고 지난 5월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신청(Chapter 11)을 했다.

      델타가 보유하고 있는 에어로멕시코(Aeroméxico)의 모기업 그루포 에어로멕시코(Grupo Aeroméxico) 또한 올해 파산신청을 했다. 델타는 지분 51%에 대한 7억7000만달러(약 9100억원)을 손실처리한 상태다. 델타항공은 브라질 항공사 골(GOL)의 지분 10%를 보유한 주요주주였으나, 지난해 라탐항공 지분을 인수하며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하지만 델타는 ‘골’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당시 올해 8월 만기가 돌아오는 3억달러(약 3600억원)에 대해 보증을 했는데 ‘골’의 영업환경에 따라 추가적인 지출이 불가피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델타항공이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한진칼 지분을 시장에 매각할 경우, 경영권 분쟁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신주인수권 공개매수에 성공한 주주연합(KCGI+반도그룹+조현아)은 주주총회에서 자력으로 안건을 통과할 수 있는 지분율 50%에 약 5%포인트만은 남겨두고 있다. 델타항공의 지분을 포함해 조원태 회장의 우호지분은 40% 초반이다. 과거 KCGI는 델타항공 측에 보유 지분을 넘길 것을 제안한 바 있으나 델타 측의 답변은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당분간 투자 여력이 없는 델타항공에 지금이 경영권 분쟁의 1차 종식을 앞둔 한진칼의 투자 수익 극대화를 노릴 수 있는 적기라는 점은 조 회장이 쥔 경영권의 향방을 더 미궁으로 빠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단 조원태 회장은 주주연합 내에서 불협 화음을 기대하면서,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델타항공을 대체할 든든한 투자자들 모집하는 일이 가장 큰 현안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