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證, '탈(脫) 부동산PF' 시작...재매각 늘렸다
입력 2020.08.19 07:00|수정 2020.08.18 17:52
    정부 규제에 부동산 PF 셀다운 늘려
    증시 호황 덕에 상반기 순익 선방
    성장동력은 줄어…IB·WM 강화 지속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덕에 대형증권사로 도약한 메리츠증권이 이젠 셀다운을 통해 스스로 위험노출액(익스포져)를 줄이고 있다. 연초 이슈가 됐던 부동산 PF 규제안이 다소 완화된 방향으로 적용됐는데도, 자체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다.

      부동산 금융 비중이 워낙 컸던 만큼 메리츠증권이 사업구조를 어떻게 정비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부동산 익스포져가 줄어드는 만큼 단기적으로 성장동력도 같이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IB와 WM부문으로 사업 다각화를 하고있지만 수익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란 지적이다.

      올해 상반기 메리츠증권의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6.7% 증가한 1557억원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것은 메리츠증권이 주력으로 삼았던 부동산PF 관련 채무보증 규모를 크게 축소한 부분이다. 메리츠증권은 보유하던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며 채무보증 잔액을 전년동기 7.7조원에서 6.2조원으로 감소시켰다. NCR 비율도 크게 개선됐다.

    •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PF로 성장한 기업이다. 부동산 PF에서 벌어들인 이자수익 덕에 증권사 중 자기자본이익률(ROE)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부동산 금융 비중이 높은 사업구조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메리츠증권의 채무보증 규모는 7조5530억원 가량으로 타 증권사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셀다운 규모는 적었다. 셀다운보다 직접 보유함으로써 얻는 수익에 초점을 둔 이유에서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는 부동산 PF 관련 관리방안 규제를 내놨다. 먼저 채무보증 금액의 반영 비율을 부동산의 종류별로 차등화했다. 국내 주거시설은 100%, 국내 상업용 및 해외는 50%, 그리고 국내외 사회간접자본(SOC) 관련해서는 0%로 적용한다. 또한 부동산 관련 신용공여와 부동산대출에서 국내 주거시설 관련 대출로 차감 대상을 한정하고 기존 보유분은 이를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

      지난해 말 규제를 처음 언급했을 때보다 한결 완화된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 메리츠증권은 최근 부동산 자산 셀다운 규모를 늘리고 있다는 평가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 측에서 채무보증 잔액을 많이 줄이고 사업계획도 완전히 수정하겠다고 했었다"며 "이 기조가 계속 갈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이자수익 감소가 불가피했지만 증시에 불이 붙은 덕분에 어느정도 만회가 됐다. 이번 분기 실적을 견인한 것은 트레이딩 부문이었다. 트레이딩 부문 수수료는 전년동기대비 118.5% 증가한 1512억원을 시현했다. 코로나19 이후 증시에 유동성이 쏠리면서 증권사들의 트레이딩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증시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분명치 않다. 장기적으로 메리츠증권의 성장동력이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실제로 메리츠증권이 공을 들이고 있는 기업금융(IB)부문 2분기 순영업수익은 전년동기 대비 6.4% 감소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단 올해 상반기 증시 호황으로 증권사들이 돈을 벌긴 했지만 '넥스트'가 뭔지에 대한 고민은 상시 있는 것 같다"며 "해외투자는 당분간 학습효과에 따라 없고 국내에서 투자자산을 찾기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의 사업다각화 노력에 관심이 모아진다. 먼저 메리츠증권은 인수금융, 해외 대체투자 등 IB부문의 역량을 키우려 하는 모습이다. 메리츠증권은 1분기 벨기에 파이낸스타워 인수를 주선하는 등 성과를 내며 자문수수료 부분 수익이 증가한 바 있다. 또한 지난달 해당 부동산을 편입한 국내 최초 해외 부동산 공모리츠 '제이알글로벌리츠'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리츠의 공모주 청약경쟁률은 참혹했다. 증거금을 넣어놓은 일부 기관들은 0.23대1이라는 경쟁률을 보고 납입일에 잔금을 치르지 않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단기 차익실현에 대한 투자자의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 배정물량 4900만주 중 2000주는 KB증권, 메리츠증권 등 2곳의 대표주관사들과 인수주관사인 대신증권이 인수했다. 인수 비율이 33%인 메리츠증권은 330억원 가량의 실권물량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일반청약의 경우에도 실권이 발생한 부분에 대해 주관사가 각각 인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WM부문에서도 역량도 키우려는 모습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7월 강남프리미엄WM센터를 설립해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에서 프라이빗뱅커(PB) 역량을 쌓아온 김도훈 상무를 센터장 자리에 앉히기도 했다.

      그러나 사업 다각화를 하고 이자수익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사업다각화를 하고 있긴 하지만 이익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지켜봐야 한다"라며 "최근 IB부문 업황은 둔화되고 WM부문은 투자자 신뢰를 잃어 실제로 수익이 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