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리츠엔 '비인기 자산'만? 싸늘해진 투심에 전전긍긍
입력 2020.08.21 07:00|수정 2020.08.24 09:27
    주목받던 '코람코' 공모 실권 사태
    질 낮은 자산 편입에 투자심리 싸늘
    향후 대체투자 시장 크게 줄어들 듯
    • 2019년 최고의 금융상품으로 꼽혔던 공모 리츠(부동산투자회사;REITs) 투자 심리가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올해 공모 리츠의 수와 규모가 크게 늘어나며 꽃을 피울 거란 전망도 연이은 흥행 실패에 자취를 감췄다. 연말까지 상장을 예고한 리츠도 시장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고민이 깊다. 그러나 저금리가 장기화할 전망임에도 리츠와 같은 인컴형 상품에 대한 시장의 외면은 계속되고 있다.

      기관투자자마저 비교적 안정성이 검증된 공모 리츠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최근 상장하는 리츠의 편입자산 가치가 다소 낮아 재매각 불확실성이 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코로나 이후 투자할 만한 실물·대체투자 자산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오는 31일 상장을 앞둔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는 아시아 최초로 기초자산에 주유소를 담아 주목을 받았다. 공모 리츠의 새 바람이 되어줄 거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공모 청약에서 일반 배정분에 300억원이 넘는 실권이 발생했다. 현금흐름이 안정적으로 발생하는 주유소 자산인데다, 연 6%대 배당수익률이 기대되는 상품이지만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먼저 최근 진행된 공모 리츠들이 대부분 흥행몰이에 실패하며 상장 첫 날 시초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다른 신규 상장주는 이른바 '따상'(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을 가는데, 리츠는 오히려 손실을 내니 선호도 자체가 확 줄어든 것이다.

      주유소 기반인 편입자산 가치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코람코가 가지고 있던 주유소 자산 중 현금창출력이 뛰어난 일부 주유소는 이번 리츠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간간히 A급이 있어도 B급 위주로 편입돼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며 "목표 수익률을 채우긴 충분한 숫자로 보이지만, 정말로 매력적이다 싶은 자산은 빠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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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는 배당수익률에 대한 의구심으로도 이어진다.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에 담긴 주유소는 지난해 SK네트웍스가 현대오일뱅크와 코람코자산신탁 컨소시엄에 매각한 200여개 주유소 중 187개다. 그러나 유류매출을 보완하기 위한 편의점이나 식음료 프랜차이즈 등 퀵서비스레스토랑(QSR)이 입점한 주유소는 각각 전체의 47%, 12% 정도다. 절반 이상이 순수 주유소인 셈이다. 배당수익률이 4~5%에 달하는 미국 주유소 리츠 '게티리얼티'가 대부분 편의점이나 QSR, 정비소 등과 혼합된 주유소 자산을 삼고 있는 것과 비교하는 목소리가 많다.

      게다가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에 담긴 187개 주유소 중 20곳만이 서울에 위치해 있다. 업계에선 외곽지 주유소 부지가 얼마나 매력이 있을 지도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공모리츠 전반이 기초자산 다양화 및 밸류애드(Value-add) 투자 전략을 통해 가치 상승을 예고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 확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외곽지 주유소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기 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엔 NH프라임리츠가 증권사 '미매각 물량' 유동화에 쓰이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물론 NH프라임리츠는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실사가 어려워져 재매각이 늦어지고 있을 뿐, 문제가 있는 자산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존에 NH프라임리츠에 투자한 국내 기관들도 입장은 비슷하다. 문제는 리츠 투심이 식어가는 상황에서 해당 논란이 공모 리츠에 일종의 '멍에'를 씌웠다는 점이다.

    • 코로나 이후 단기 차익 위주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공모 리츠엔 부담이다. 공모 리츠의 경우 상장 이후 주가 차익을 남기는 데 적합한 상품이 아니다. 그러나 SK바이오팜 이후 공모주 투자자의 눈높이가 크게 변화했다. 일부 IB에선 진행 중인 리츠 상장 작업이 불투명해졌다는 판단을 이미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리츠뿐 아니라 자본시장 내 마땅한 실물·대체투자 수익처를 찾기 어려운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물류센터와 산업단지 등 그간 인기를 끌었던 자산도 고평가 및 공급과잉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향후 자본시장 내에서 대체투자 비중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