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거나 손해보거나…기업도 '종부세' 주의보
입력 2020.08.24 07:00|수정 2020.08.25 16:41
    공시지가 현실화에 부동산세 부담 가중
    부동산 개발社는 자산 매각 고민 중
    '자가 多' 유통업계 "세 부담 계속 늘 것"
    • 부동산 자체 보유 비율이 높은 기업들의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부담이 늘고 있다. 고가의 주택 부동산을 보유했거나, 임대 사업을 하는 일부 법인은 세금으로 인해 2분기 적자를 내기도 했다.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매각을 결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세금 부담 우려는 부동산을 직접 보유해 사업 안정성을 유지해왔던 유통업계 기업들에게로 쏠린다. 실제로 유통관련 기업들이 1년간 납부한 각종 세금과 공과금인 '세금과 공과' 규모는 3년째 지속해서 늘고 있다. 오히려 유통기업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마케팅 채널을 옮기면서 일부 건물을 매각하는 데 종부세 절약이라는 반사 효과도 기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인 종부세 부담이 현실화한 건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것이다. 2018년 정부는 9·13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며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현행 80%에서 연 5%포인트씩 100%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최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개별공시지가와 개별주택가격이 결정기준에 위배될 경우 국토부 장관이 특정 기간 서면을 통해 시정 요구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등 공시지가 현실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공시지가가 오른다는 것은 종부세 계산의 기준 가격 자체가 오르는 것이다. 이 여파가 기업들의 보유 부동산에 대한 세 부담까지 미친 것이다.

      종부세로 인한 실적 악화가 가장 눈에 띄게 현실화한 기업은 올해 2분기 적자를 시현한 대신증권이다. 증권업계가 올해 상반기 증시 유동성 덕에 트레이딩 부문 실적이 크게 오르면서 대거 흑자를 기록한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대신증권은 부동산 투자 관련 자회사인 대신에프앤아이가 보유한 서울 한남동 소재 나인원한남 종부세와 재산세 등이 반영되며 540억원 가량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다. 대신증권은 세입자들이 입주하기 전까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대신 내줘야 한다. 그런데 나인원한남의 주택이 341가구에 달하는 만큼 시행사는 다주택자 중과 사유가 충족돼 부동산세율이 올랐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고가 분양 주택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부동산 개발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기업들도 보유 부동산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일부 대기업계열의 부동산투자회사는 세 부담을 덜기 위해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는 모습이란 지적이다. 4월 롯데자산개발은 자체 보유하고 있던 어바니엘 가산을 포함한 총 5곳의 어바니엘 사업을 매각키로 했다.

      점포 부지를 직접 소유해 임대료를 낮춰왔던 유통사들의 고민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부동산세가 늘어나는 반면 영업이익은 떨어지며 영업이익률 성장세는 정체되고 있는 까닭에서다.

      유통업계에서 자체 소유 부동산 비중이 유독 큰 신세계그룹은 올해 부동산세 부담이 소폭 상승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신세계는 전년동기 대비 9% 상승한 252억원의 부동산세를 내야한다. 반면 여성패션, 잡화 등 주요 카테고리에서의 매출이 회복하지 못하며 영업이익률은 1.5%에 그쳤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유통 기업들이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부동산세가 평균 10% 정도 오른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투자자산이 아니라 매장 등은 영업용자산이고 백화점들은 랜드마크 부지에 있어서 공시지가 현실화 대책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든 유통업계 기업의 '세금과 공과'도 상승하는 모습이다. 종부세 과세기준일은 통상 6월1일로, 2분기 회계장부에는 종부세를 계산하여 반영해야 한다.

    • 신세계는 2018년 2분기 248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510억원의 세금과 공과를 내야했다. 롯데쇼핑도 2년 사이에 200억원 가량 더 많은 세금과 공과를 내야 한다. 한화갤러리아는 2017년 118억원에서 2019년 138억원까지로 내야할 세금과 공과가 늘었다.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려는 롯데자산개발도 세금과 공과가 2년새 3배 가까이 늘었다. 대신증권은 같은 기간 15배 가까이 늘었다.

      한화갤러리아가 올해 3월 개점한 갤러리아 광교점을 코람코자산신탁에 매각하겠다고 밝힌 데 반사효과로 종부세 절감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이 큰 이유다. 한화갤러리아는 건물 매각 후 재임차하는 세일즈앤리스백 조건을 내걸고 코람코자산신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한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종부세 부담을 더는 효과를 노렸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최근 유통업계가 오프라인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가지고 있는 자산을 유동화하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도 마곡동 부지를 매각한 바 있다. 그러나 매각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야하는 만큼 종부세를 절감하기 위해 자산을 유동화하는 것의 효과가 큰 느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국토부의 공시지가 현실화 의지가 커 세 부담이 향후 계속 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는 보유 부동산이 많다보니 향후 종부세 부담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여진다"며 "다만 임대를 포함해 법인이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부동산이 많은 만큼 중과세까지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