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코로나 대출 연장하라지만…조여오는 은행 건전성 부담
입력 2020.08.26 07:00|수정 2020.08.27 09:46
    9월말 코로나 대출 만기 시점
    정부 만기 재연장 압박
    건전성 부담 커진 은행들 응할지 미지수
    • 코로나 2차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코로나 대출 연장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상반기 코로나 사태로 힘들어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대출을 9월말까지 연장했다. 만기 시점이 다가오지만 코로나 휴유증은 더욱 커져만 간다. 은행들은 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지만 건전성 비율 악화 등의 이유로 만기 재연장에 들어갈지 의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은행권이 원금 상황 만기와 이자 납기를 미뤄준 금액이 39조원에 이른다. 만기 연장 납입 유예 시한은 다음달 말이다. 금융당국은 현재의 경제상항을 고려해 만기 재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의 분위기가 상반기와 같지는 않다. 상반기때만 하더라도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사태에 은행권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은행들 사이에서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부도보다는 만기연장이 서로에게 윈-윈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번 재연장에 대해선 은행권들도 마냥 만기 연장만이 방법은 아니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행들은 하다못해 원금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자까지 유예하는 것에 대해선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은행 실무 담당자들 사이에선 은행 건전성 측면에서라도 이자 유예만큼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실제 코로나 사태가 터진 올해 3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BIS비율은 14.72%로 저년대비 0.54%포인트 하락했다. BIS 기본자본비율과 보통주자본비율도 12.8%, 12.16%로 전년 대비 각각 0.41%포인트, 0.4%포인트 떨어졌다. 1분기 위험가중자산 증가율이 큰 폭으로 상회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적으로 발발하기 이전임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에는 위험가중자산 증가에 따른 BIS 비율 하락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코로나 대출 증가로 인한 은행의 유동성 비율도 또다른 문제로 거론된다. 2분기말 기준 시중은행의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이 100% 아래로 떨어졌다. 시중은행의 LCR 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제도가 도입 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LCR은 은행이 ‘뱅크런’을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나태내는 지표다. 30일 내 빠져나갈 것으로 보이는 순현금 유출액을 은행이 들고 잇는 현금이나 국공채 같은 유동성 자산으로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시중은행들은 1분기까지만 한더라도 국내 은행들의 LCR은 100%를 넘었지만, 코로나 대출만기 연장이 이뤄진 시점을 기준으로 LCR비율이 떨어졌다. 금융당국에선 지난 4월 이후 9월말까지 LCR 비율을 한시적으로 85%로 완화해줬다. 금융당국이 만기 재연장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금융사들이 LCR 비율 재연장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원하는 것처럼 만기 재연장이 상반기처럼 원활하게 이뤄질 것인가다. 은행들의 건전성 비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마냥 정부의 말만 믿고 대출 연장에 나서기 힘들 것이란 설명이다.

      채무자들 대다수가 한 은행에 채무가 있는 경우보단 여러 은행에 채무가 있는 경우가 많다. 다중채무자들의 재무여력이 약화된 상황이라 은행들 입장에선 누가 먼저 채무를 회수하느냐가 관건인 경우가 많다. 한 은행이 채무를 회수할 경우 다른 은행들은 채무 회수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건전성 비율이 악화된 은행을 중심으로 대출 만기 연장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할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유동성 비율을 한시적으로 완화해준다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한시적 조치이다 보니 은행들 입장에선 정부 말만 믿고 대출 만기 연장을 하긴 힘들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대출 만기 연장에 반대하는 은행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라며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들의 자금회수가 이뤄지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