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M&A 관심 이유는...생보와 경계 희미해지고 보험료 인상 가시화
입력 2020.09.24 07:00|수정 2020.09.23 16:42
    최근 1~2년새 손보사 매물 쏟아져
    실손보험료 인상, 업황 개선 기대
    '카카오' 등장에 핀테크 선봉 설 듯
    중소형 중심으로 '손바뀜' 예상돼
    • 잠잠했던 손해보험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신 국제회계기준(IFRS17) 부담에 따른 생명보험사 매각 트렌드는 푸르덴셜생명을 끝으로 소강기에 접어든 반면, 최근엔 손해보험사들이 인수합병(M&A) 업계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우선 자동차보험에 이어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이 정책적으로 이뤄지면, 오랜 고난이 끝나고 업황이 돌아설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생보사와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는데다, 비대면 판매가 더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다. 대형 금융지주들의 손보사 포트폴리오 확대 의욕이 커진 가운데, 카카오라는 '메기'가 등장하며 중소형 손보사들이 잇따라 경영권을 내놓고 있다.

      최근 1~2년새 쏟아져나온 손보사 매물은 공식적으로만 4곳이고, 잠재 매물까지 포함하면 6~7곳이 언급되고 있다. '악성 매물'이 쌓여만 가는 생보사 매물들과는 달리, 손보사 매물들은 바로바로 새 주인을 찾았다.

      정책적 보험료 통제로 인한 만성 적자와 시장 포화에 시달리던 손보사가 화제의 중심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 업황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게 꼽힌다. 올해 자동차보험 인상이 이뤄졌고, 내년부터는 실손보험에 대한 보험료 인상이 예상된다. 여기에다 코로나 사태가 손보사들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손보사 실적 쇼크의 주된 원인이었던 자동차보험의 경우, 최근 국토부의 시행규칙 변경으로 자동차 사고 현지실사 요건이 완화돼 과잉진료를 단속하기 쉬워졌다.

      실적이 바닥을 찍고 올라간다는 기대감은 주요 손보사의 채권매각 규모에서도 알 수 있다. 손보사들은 지난해 하반기 크게 악화한 보험영업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대규모로 채권을 내다팔았다. 올해 상반기엔 규모가 크게 줄었다.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보험영업 손실이 지난해 4분기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덕분이다. 특히 손보사의 골칫거리였던 자동차보험의 경우 올해 들어 손해율은 떨어지고 경과보험료는 올라가고 있다.

      손보사와 생보사간의 차이가 없어지는 점도 손보사의 매력이 올라가는 이유다. 생보사의 사망보험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장기보험, 인보험에서 두 업종의 차이가 사실상 없어졌다. 손보사는 자동차보험이란 의무보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고객과의 접점이 오히려 넓은 편이다.

      또한 생보사에 비해서 다이렉트 보험이 활성화되어 있어 디지털 측면에서도 한발 앞서 있다. 소규모 손보사에도 관심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보험업 라이선스를 취득한 후 디지털을 통해 고객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 카카오라는 메기의 등장은 생존에 위협을 느낀 손보사들의 매물 출회를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는 계열사 카카오페이를 통해 내년 초 출범을 목표로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작업에 나서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플랫폼을 활용한다면 보험시장에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플레이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보험업계는 금융 디지털 흐름에 뒤처져 있었지만, 카카오의 등장으로 디지털화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카카오의 등장은 손보업계에 대한 투자시장의 시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성장성 없는 성숙산업이란 시각이 우세했다면, 이제는 핀테크의 선봉에 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으로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한 영역 중 하나가 손보사가 취급하는 간편보험이다”라며 “고객군만 갖추고 있다면 큰 비용 없이 접근이 가능해서 IT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시장이다”라고 말했다.

      생보업 확장을 끝낸 금융지주사들이 손보업계로 눈을 돌리고 있는 점도 M&A가 활발해지는 이유다. KB금융과 1등 금융지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한금융 입장에선 손보사 인수를 원하고 있다. 생보업에선 KB금융지주가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면서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신한금융과의 격차를 크게 줄였다.

      반면 손해보험 분야에선 양사의 규모의 차이가 존재한다. KB금융이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운 반면 신한금융은 손해보험사를 갖고 있지 않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 M&A 타깃 1순위가 손보사다”라며 “잠재적인 매물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투자시장의 관심사는 향후 대기업 계열 혹은 중상위권 손보사까지 매물로 나올 수 있으냐에 쏠리고 있다. 지난해 사모펀드가 인수한 롯데손해보험도 결국은 전략적투자자(SI)를 주인으로 맞이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한화생명 계열 한화손해보험은 모회사의 재무적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데다, 생보사와 손보사를 같이 경영할 경우 시너지보다는 마이너스 효과가 큰 점때문에 꾸준히 매각설이 제기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손보사를 중심으로 한동안 손바뀜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