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공급부족 외친 테슬라…"공급과잉 지속" 전망한 韓 신평사
입력 2020.09.24 18:03|수정 2020.09.24 18:03
    NICE신용평가 전기차 관련 e세미나
    전기차 시장 위험요인…급격한 판매증가 어려워
    장밋빛 전망 지적 나오며 회의감 가중할 가능성
    • 테슬라는 배터리데이에서 배터리 공급부족 사태를 강조하며 자체 생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루 만에 정반대 전망이 나왔다. 국내 신용평가사 NICE신용평가는 배터리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내연기관 대비 부족한 가격경쟁력 및 원재료 수급 측면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전기차 시장 확대에 불안요인이 있다고 설명한다.

      24일 NICE신평은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산업전망에 대한 온라인 세미나를 열고 중기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공급과잉을 지속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기차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각국 정채과 전기차 가격경쟁력 등에 따라 수요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으로 설비확대에 나서는 배터리 업체의 수익 회수 시점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이번 발표 내용은 테슬라가 시장에 던진 메시지와 정면 배치된다. 테슬라는 22일(현지시각) 배터리데이를 열고 주요 협력사로부터 배터리 구매를 확대하더라도 2022년부터 심각한 공급부족에 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때문에 3년 안에 100GWh 규모 생산능력을 갖추고 이를 2030년까지 3TWh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기차 시장 성장전망에 대한 견해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시장조사기관은 2030년까지 전세계 전기차 시장이 연평균 25~30% 수준의 성장률과 25~40%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세계 자동차 판매량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은 2.2%(약 2백만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측대로라면 2030년 기준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약 2500만대에서 4400만대까지 성장하게 된다.

      NICE신평은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위험요인을 고려하면 이같은 급격한 판매량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나리오 별로 베이스 케이스(Base Case)일 경우 2030년 전기차 판매량을 2100만대, 스트레스 케이스(Stress Case)일 경우 1100만대 정도로 예측했다. 베이스 케이스가 2030년 전기차의 고급차 시장 점유율 40%, 대중차 시장 점유율 20%를 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조차 달성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중기 NICE신평 기업평가1실장은 "현재 전기차 가격은 정부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없이 내연기관과 경쟁하기에는 비싼 수준"이라며 "전기차가 내연기관보다 싸지더라도 충전시간 단축과 주행거리 확대를 위한 기술개발과 인프라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LG화학 등 배터리셀 제조사의 투자계획을 참고하면 최악의 경우 배터리 공급량 대비 수요비중은 2025년 31.7%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낙관적으로 보았을 때에도 수요 공급 사이 균형은 71%에 불과할 것이란 설명이다.

      NICE신평의 이번 발표는 현재 전기차 및 2차전지 업계가 시장을 너무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도 있다.

      현재 2차전지 시장은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신차 사이클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독일 폴크스바겐(VW)과 미국 GM 등 주력 완성차 업체는 내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신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이들이 테슬라를 추격하는 만큼 전기차 보급이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시장조사업체 한 관계자는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완성차 업체가 늘어나지만 양산능력을 갖춘 배터리 업체는 한정적이다. 이 때문에 이르면 2022년부터 공급부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라며 "친환경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테슬라만이 공급부족을 점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배터리데이 이후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기술개선 한계가 부각됐고 가격경쟁력 확보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글로벌 증시 전반이 이런 우려를 반영하며 테슬라와 LG화학 등 주요 업체가 조정국면에 들어갔다. 신용평가 업계에서 전기차 시장 전반의 장밋빛 전망을 정면 지적한 만큼 불확실성은 한층 더 확대할 수 있다.

      증권사 2차전지 담당 한 관계자는 "배터리데이 이후로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라며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에 대한 전망 자체에 대한 도전이 거세지면 진실이냐, 거짓이냐의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