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코어 팔아 DICC ‘패소’ 대비하는 두산…주주 반발·FI 동의 여부 관건
입력 2020.09.25 07:00|수정 2020.09.28 10:51
    인프라코어 매각 예비입찰 1주일 연기
    DICC 채무 두산重 떠안는 방안 고심
    FI 측 동의 필수적…협의는 아직
    두산重 현금 1700억 불과, 인프라코어 팔아 충당할 듯
    • 두산그룹 재무구조 개선 성패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성공적인 매각에 달려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영권 매각을 위해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와 관련한 우발채무를 떠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두산중공업의 현재 재무상태를 비쳐볼 때 결국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해 DICC가 부담해야 할 채무에 대응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두산중공업 주주들의 반발을 고려해야하고 DICC 소송의 원고 측인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원만한 협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 성공 또한 예단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두산중공업은 약 1조원대에 달하는 DICC 우발채무를 잠재 인수자가 아닌 두산중공업이 직접 떠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DICC 소송의 불확실성을 걷어냄으로써 매물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실제로 이번 매각 대상에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 두산인프라코어가 시가 총액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우발채무를 갖고 있다는 점은 원매자들이 두산인프라코어의 인수전에서 적극적이지 않은 원인으로 작용했다.

      일단 DICC 소송전의 피고는 두산인프라코어이다. 대법원에서 두산그룹이 최종 패소 판결을 받을 경우, 채무는 두산인프라코어가 떠 맡게 되지만 지급 보증 형태로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이 나서기 위해선 원고 측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채무를 갚는 주체가 바뀌는만큼 두산중공업이 해당 채무를 갚을 능력이 있는지, 재원마련 계획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현재 두산중공업 개별기준 보유 현금은 약 1700억원으로 1조원의 우발채무를 감당하긴 턱없이 부족하다. 회사는 총 1조30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지만 유입하는 자금은 전부 국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의 상환에 쓰인다. 주가가 올라 이보다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되도 채무상환 금액이 늘어날 뿐 충당금을 쌓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 ㈜두산은 두산솔루스, 모트롤BG를 매각해 현금을 마련했으나 유입된 자금을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투입해야 한다.

      결국 두산중공업이 믿을 것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성공적인 매각, 그로인해 마련한 현금으로 DICC 우발채무에 대응하는 방안 외에는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다만 현재까지 FI 측에는 두산중공업의 지급 보증을 비롯한 구체적인 사안들은 전달되지 않은 상태다. 관련 업계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예비입찰이 끝난 이후 원매자들의 희망 가격과 조건을 들여다본 후 채무 관계의 정리를 진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두산그룹에서 채무 조정에 대한 논의는 진행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인수후보자들 또는 소송의 상대방과 협의한 바는 없다”며 “인프라코어 매각이 성사될 지 여부도 아직은 알 수 없기 때문에 서둘러 조정안을 통보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두산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의 채무를 떠 안게 될 경우 두산중공업 주주들의 상당한 반발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으로 유입되는 현금의 상당부분을 채무 상환에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핵심인 자회사를 떼냈는데 결국엔 빚잔치로 끝이 날 경우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두산그룹과 매각주관사는 지난 22일로 예정된 두산인프라코어의 예비입찰을 일주일 연기했다. 우발채무 관계를 조정하면서 인수후보자를 더 끌어들이고 높은 가격을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우발채무에 대해 두산중공업이 오롯이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 내지 못할 경우 본입찰의 흥행 또한 장담하긴 어렵다. 현재 유력한 원매자로는 현대중공업그룹을 비롯한 국내 전략적투자자(SI)들, 두산그룹과 거래관계가 있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이 거론된다.

      결국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은 두산그룹과 원매자들 사이의 눈높이를 어떻게 맞출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두산인프라코어의 올해 반기 실적은 지난해 대비 약 60%수준까지 떨어졌고,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사업적 돌파구를 찾기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프라코어의 주가는 크게 치솟아 3년내 최고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