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 인수전에 산은 자회사 참여…이동걸 회장 "언급 않겠다"
입력 2020.09.28 16:14|수정 2020.09.28 18:05
    산은 주도 구조조정에 산은 자회사 참여
    특혜 논란 일거나 구조조정 실익 없을 수도
    이동걸 회장 28일 간담회서 "언급 부적절"
    •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산업은행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다.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기업의 매각에 사실상 산업은행과 한 몸인 업체가 인수자로 나선 것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8일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예비입찰엔 MBK파트너스와 글랜우드PE 등 사모펀드(PEF)가 참여했고, 현대중공업그룹은 KDB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 문제가 걸림돌이었으나 두산그룹이 우발부채 문제를 책임지기로 하면서 유력 원매자들이 참여했다.

      두산그룹 구조조정은 정부 방침 아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특별약정’ 형태로 지원안과 자구안을 주고 받지만 결국 산업은행의 ‘추인’을 받아야 하니 두산인프라코어 매각도 산업은행의 뜻에 따라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인수전에 참여한다. 당장 인수자로서 보다 많은 정보와 배려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산업은행 관리 하의 기업이 산업은행 손자회사로 바뀌는 셈이라 구조조정의 의미가 크지 않다. 두산중공업에 대한 특혜로 비춰질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떠맡으며 국책은행발 금융지원 등 수혜를 누리고 있다. 여기에 두산인프라코어까지 맡아 준다면 그룹 입지가 더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재무적투자자와 공동 인수를 통해 재무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매각자는 물론 인수자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산업은행은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동걸 회장은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열어 두산그룹 구조조정은 그룹이 자율적으로 진행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은 두산그룹 구조조정에 대해 “목표를 정해주고 그 목표를 1년 안에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을 팔지는 자율적으로 하라고 한다”며 “두산이 파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원매자로 산업은행이 들어간 것이 아니고 우리가 만든 KDB인베스트먼트라는 구조조정 전문 회사가 상업적, 독립적으로 판단한 사안이라 언급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 M&A 때처럼 매각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거나 사안을 모른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아직 ‘시장 주도 구조조정’과 거리가 먼 자회사와의 연결고리도 부인한 모양새다. ‘정부 주도’ 구조조정에 해당할 소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 눈길을 모은 것은 이동걸 회장과 산업은행 실무진의 호흡이다. 이동걸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노딜 이후 현대산업개발 쪽에서 연락을 받은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까지 없다”면서 “연락이 오면 만나야 하느냐”고 농담조로 반문했다. 이어 이 회장이 만나는 것이 좋은 지 문자투표를 한번 하면 안되느냐 묻자 실무진은 곧바로 간담회 단체 채팅방에 설문조사 내용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