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M 회복세 보인다지만…'몸사리기'에 차별화 부각
입력 2020.09.29 07:00|수정 2020.10.05 15:48
    [2020년 3분기][회사채 주선 순위]
    코로나 여파 장기화에 양극화 심화
    우량채 위주 안정적인 수요 회복세
    크레딧 위험 있는 기업들 직접조달↑
    KB證,12조원 주관 1위…3위에 SK證
    • 3분기 회사채 시장은 우량채 위주로 회복세를 보였다. ‘코로나 쇼크’가 나타난 1분기, 비수기인 여름을 지나 3분기는 다수의 기업들이 공모채 시장 문을 두드렸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와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정부 지원책이 활동하면서 전반적인 회사채 수요예측은 경쟁률이 양호하게 나오고 있다. 다만 민평 금리 수준보다 낮게 입찰하지 않기 때문에 발행 스프레드 자체는 민평 금리보다 다소 높게 형성되고 있다.

      인베스트조선 이 집계한 2020년 3분기 채권자본시장(DC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증권사가 주관을 맡은 무보증 공모회사채(일괄신고 제외)는 56조7580억원을 기록했다.

      회사채 주관 순위에서 KB증권이 부동의 1위를 이어갔다. KB증권의 누적 주관금액이 12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조원보다 늘었다. 7월과 8월에는 1조원에 못미치는 대표주관 금액을 기록했지만 9월 대표주관 금액은 1조7000억원이 넘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인 9조1690억원을 주관해 2위를 지켰다. 8월엔 다소 부진했지만 9월에 다시 페이스를 찾은 모습이다. 상반기 4위였던  SK증권은 간발의 차로 한국투자증권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올해 회사채 시장에서 역할이 커진 산업은행은 주관과 인수 두 부문에서 상반기 수준을 유지했다.

    • 하반기 들어 회사채 시장의 고질적인 양극화는 그 어느때보다 뚜렷해졌다. 기업의 실적 및 등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다. 7월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기록한 곳들은 한진(BBB+)과 AJ네트웍스(BBB+), HDC현대산업개발(A+), 현대일렉트릭(A-) 등 모두 AA급 미만 기업들이었다. 8월엔 BBB+ 등급의 키움캐피탈을 제외하곤 BBB급 회사채 발행이 없었다.

      신용 리스크가 높아진 가운데 기업어음(CP)금리는 내려가자 일부 기업들은 CP 발행에 나섰다. 재무구조 악화로 기업들이 단기성 자금 조달을 늘리면서 CP발행액은 지난 5월부터 4개월째 증가세를 보였다. 코로나로 인한 업황 악화가 장기할 것으로 예상돼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CP를 발행하는 기업도 많아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무리없이 흥행할 기업들은 공모채 발행에 나서기로 하고, 금리 밴드 상단이 예상되는 등 자신이 없는 기업들은 차라리 내년 1분기, 혹은 그 후 발행하자는 고민이 있었다”면서 “8월쯤 기업들의 CP 발행이 늘어났는데, 하반기에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것들이 많아 전략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량기업들은 공모 회사채 발행을 이어갔다. SK,현대차,롯데, LG, GS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자금 확보 기조를 유지했다.  3분기 현대오일뱅크(4400억원), 현대제철(7000억원), 롯데케미칼(4000억원), LG이노텍(2700억원), 에쓰오일(6400억원), 롯데지주(3500억원), SK(4000억원), SK이노베이션(5000억원), SK브로드밴드(2200억원) 등이 발행했다.

    • 눈에 띄는 그룹으로는 SK와 롯데가 꼽힌다. 롯데그룹은 7월 롯데케미칼(AA+), 8월엔 롯데물산(AA-)과 롯데지주(AA), 9월엔 롯데쇼핑(AA)이 발행에 나섰다. 10월엔 롯데렌탈(AA-) 발행이 계획돼 있다. 유통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이 크레딧 이슈가 떠오르면서 CP와 사모채 시장에서도 대규모 조달을 이어가고 있다. 호텔롯데(AA)는 8월 3000억원을 포함해 하반기 들어 총 6000억원의 CP를 발행했다. 사모채로도 9127억원을 조달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A)와 코리아세븐(A+) 등도 장기 CP를 발행했다.

      SK그룹은 ‘큰 손’ 자리를 지켰다. SK㈜(AA+)는 올해 지금까지 세 번 공모채 발행에 나섰다. 3분기 SK디스커버리(A), SK브로드밴드(AA), SK인천석유화학(AA-) 등도 회사채를 발행했다. 2년 만에 발행한 SK이노베이션(AA+)은 ‘부정적’ 등급전망을 달고 있고, 상반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등 우려가 있었지만 오버부킹을 기록했다.

      증권사 크레딧 연구원은 "대기업 위주 AA급 크레딧물 시장은 안정적으로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며 "롯데그룹은 밴드 상단이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보니 CP 발행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AA)은 등급보다 낮은 A+에 가까운 스프레드를 갖고 있고, 호텔롯데는 등급 하향 우려가 큰 점이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공모채 발행도 이어졌다. 하나금융투자(7000억원), 삼성증권(4100억원), 대신증권(1000억원), NH투자증권(4500억원) 등이 발행했다. 다만 상반기 불거진 단기 유동성 불안과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증권사를 향한 투심이 다소 수그러든 분위기다. 7월 1000억원 발행에 나선 대신증권(AA-)은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을 기록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8월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1조1700억원의 주문이 들어온 바 있다.

      업계 상위권의 AA+ 등급 증권사들은 비교적 선방했다. 지난 2월 수요예측에서 5배가 넘는 주문이 들어온 삼성증권은 이번 수요예측에서는 2배 규모의 오버부킹을 기록했다. 9월의 마지막 우량채인 NH투자증권은 수요가 몰려 3000억원 증액발행했다. 지난해 4월에는 1조 7700억원의 수요가 몰리며 5000억원 증액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