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기금 계열사 지원 금지?…産銀 자회사 아시아나·에어부산만은 ‘예외’
입력 2020.10.05 07:00|수정 2020.10.06 10:14
    에어부산 유상증자, 아시아나 300억 출자
    기안기금 지원 기업 계열사 지원 금지 조건 위배 지적
    적극적으로 에어부산 살리기 나선 산업은행
    유일한 자금 회수 창구라서?
    •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이 추진하는 유상증자에 약 300억원을 출자한다.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이하 기안기금)을 지원받은 기업은 계열사 및 관계사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고, 기업은 이를 확약해야만 정책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지만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만큼은 예외가 된 상황이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선 에어부산을 비롯한 계열사 매각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에어부산에 대한 자금지원도 사실상 산업은행의 결정이었던만큼 에어부산의 조기 정상화, 이에 따른 성공적인 경영권 매각과 투자금 회수를 위한 자의적인 조치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에어부산은 28일 이사회를 열어 891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의 지분 44.1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300억원의 자금을 출자하기로 했다. 증자가 완료한 시점에 예상되는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율은 약 40.3%로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데는 문제가 없다.

    •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산업은행으로부터 약 2조4000억원의 기안기금을 지원받았다. 기안기금의 지원은 ▲지원 기간 내 모회사 및 계열사 자금지원 금지 ▲이익배당 금지 ▲자사주 매입 금지 등을 전제로 한다. 기안기금 지원대상이 아닌 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을 원천 차단하고 오너일가 또는 대주주의 수익 증대를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에 대한 자금지원을 결정하며 조건 위반에 대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산업은행 내부적으로는 기안기금 지원 전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의 신규자금 지원 및 기존 대출 1조1000억원의 상환 연장을 결정했다. 당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에 각각 약 1000억원, 약 600억원의 자금 지원을 검토했기 때문에 이번 에어부산에 대한 자금 지원 또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안기금을 받은 아시아나항공이 계열사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어차피 산업은행 관리체제에 돌입한 기업이고 돈에는 꼬리표가 없기 때문에 산업은행에서 명분만 만들어 낸다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지원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 자금지원에 이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에어부산에 대한 기안기금 지원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동걸 행장은 9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제주항공은 신청하면 지원여부를 검토하고,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이기 때문에 추후에 검토하겠다”고 했다. 심각한 재무위기를 겪고 있는 이스타항공에 대해선 “이스타항공은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라며 “기안기금 지원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에어부산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정상화를 달성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에어부산의 자본금은 520억원, 자본총계는 525억원으로 자본잠식의 기로에 놓여있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900억원의 자금은 인건비(200억원), 항공기 리스료(391억원), 유류비(160억원), 공항관련비용(134억원)에 쓰인다. 에어부산의 올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은 900억원, 순손실이 1000억원이 넘는 상황에서 영업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번 증자만으로 정상화를 논하긴 어렵다.

    • 산업은행이 에어부산에 대한 지원을 결정한 것은 에어부산이 아시아나항공 차입금 상환을 위한 몇 안되는 재원이기 때문이란 평가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실패 이후 산업은행은 금호리조트와 아시아나CC, 아시아나IDT,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나CC는 골프장 산업의 호황을 맞아 제 1순위 매각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코로나 사태의 개선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한다. 일단 이스타항공을 비롯한 독립계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 정부의 지원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상태에서 자연스러운 업계의 구조조정 이후 에어부산의 매각 시점을 검토한다면, 상당히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동걸 행장의 발표대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눈앞에 둔 이스타항공은 정부의 지원 대상이 아니다. 실제로 제주항공·에어부산·진에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LCC들은 차입금이 5000억원 미만으로 기안기금의 지원 대상에도 들지 못한다.

      현재 상태만 두고봤을 때 에어부산의 시가총액(2000억원)을 고려한 아시아나항공의 지분가치는 약 1000억원 수준이다. 업황의 정상화, LCC업계의 전반적인 구조조정까지 완료된다면 과거 시가총액 최고 수준인 5000억원 이상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만으로 출자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산업은행은 계열사 및 자산 매각을 통해 투자금 회수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에어부산에 대한 지원에서 에어부산은 정부의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진 만큼 항공업 구조조정과 에어부산의 재무구조개선 완료 등이 맞아 떨어지는 시점에 매각이 진행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