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 부회장 등 후견 신청…건강·판단력 쟁점화
조현범 사장 2심서 유죄시 후계자 입지 흔들릴 듯
표대결·명분 싸움 예고…”파국 전 합의할 것”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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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했다. 조양래 회장이 지주사 지분을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 양도하자 장남 조현식 부회장 등 나머지 자녀가 조 회장에 대해 성년후견을 신청했다. 조 회장이 건강한 상태에서 자의로 주식을 넘겼느냐를 따지겠다는 것인데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지분 다툼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표대결과 우군 찾기 국면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조현범 사장은 후계자로 낙점받았으나 배임수재 등 혐의로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것이 부담스럽다. 2심에서도 징역형이 확정되면 최대주주가 경영에 적극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조현식 부회장 측이 다시 목소리를 높이거나,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자는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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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래 회장은 지난 6월 자신이 보유하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전량(23.59%)을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전격 양도했다. 조 사장 지분율은 42.90%로 장남 조현식(19.32%) 부회장을 훌쩍 넘어섰다.
7월 조 회장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서울가정법원에 아버지에 대한 성년 후견을 신청했다. 8월 조현식 부회장이 성년후견 심판 절차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중립적 태도이던 차녀 조희원 씨도 최근 조 회장과 조현범 사장에 자신 명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 내역을 설명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1대 3 구도인데 지분율은 조현범 사장이 10%포인트 이상 앞선다.
성년후견 신청 취지는 고령인 조 회장이 건강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판단으로 지분을 양도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조 회장 건강에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이후 양도의 무효나 취소를 다투는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법원은 가족들을 상대로 의견을 청취하는 상황으로, 조만간 절차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조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건강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한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성년후견 심판이 본격화하면 조양래 회장의 건강 상태를 두고 다투게 될 것”이라며 “만일 한정치산이나 금치산 정도의 결과가 나온다면 주식 증여 무효나 취소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현재 지분율 격차가 크다보니 그룹 안팎에선 사실상 분쟁은 끝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조현식 부회장은 현재 법무법인 원의 조력을 받고 있다. 이는 원이 그룹 분쟁에 전문성이 있기도 하지만, 다른 대형 법무법인들이 기울어진 판에 끼기 부담스러워한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은 경영권 분쟁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만일 성년후견이 받아들여지고, 이후 소송을 통해 지분율까지 원상 복구된다면 경영권 분쟁은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조 회장 지분은 미래의 상속분으로 남는다 치면 두 형제의 지분율 확보 경쟁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때도 주식 매입과 우군 확보 경쟁이 치열했고, 사모펀드들의 몸값이 오르기도 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가는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튀고 있다.
조현범 사장의 형사재판도 경영권 향방의 중요 변수다.
조 사장은 하청업체로부터 납품 대가로 수억원의 뒷돈을 받아 챙기고, 관계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작년 11월 구속돼 재판을 받다 지난 3월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졌고, 4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조 사장은 항소했는데 머지 않아 2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조현범 사장은 과거 경제범죄 문제로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혐의로 2007년 검찰에 고발됐다가 2009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푼 돈’을 벌려고했겠느냐 항변했지만, 반대로는 ‘푼 돈’에도 관심이 갈만큼 가용 자금은 많지 않은 것 아니냔 시선도 있었다.
조현범 사장이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 보통 40% 이상 지분이면 안정권이지만 이 경우엔 반대쪽 지분도 30%가 넘는다. 올해 들어 지주사 지분율을 급격히 줄인 국민연금(6.24%)의 의중도 신경을 써야 한다. 소액주주 비율도 17.57%에 달해 표 대결이 이뤄지면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조양래 회장은 앞서 입장문에서 조현범 사장이 15년간 경영을 맡아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에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 그룹 상황에선 조 사장은 물론 조현식 부회장도 경영 성과를 주장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룹은 올해 초 비상경영을 선언했고, 신사업 확장도 중단하기로 했다. 중추인 타이어 사업의 시장 지위는 약화하고 있고, 매출과 영업이익도 매년 하락세다. 한온시스템 지분 투자 후 현대자동차그룹과 한동안 서먹한 관계가 이어졌다. 올해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타이어 수요 감소까지 겹쳤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돌이키기 어려운 파국으로까진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작년까지만 해도 조 회장과 자녀들은 한 자리에 모여 의사결정을 할만큼 돈독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그룹 위기 상황에서 형제의 우애를 부각하는 시선도 있었다. 성년후견 심판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은 심대한 도덕적 타격을 입게 된다. 그 전에 자녀들이 절충점을 찾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조현식 부회장 측에선 과거부터 전문경영인 체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최대주주인 조현범 부사장이 직접 등기임원에 올라 경영하기 어려워진다면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 의제에 힘이 더 실릴 것으로 보인다.
사업부 분할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의견도 있다. 과거 조현식 부회장은 지주사, 조현범 사장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쪽 업무를 주로 맡았던 터라 타이어는 조현범, 비타이어는 조현식 체제로 가지 않겠냐는 시선이 많았다. 그룹은 타이어 외에도 자동차용 축전지(한국아트라스비엑스), 일반기계(한국엔지니어링웍스), 금형(한국프리시전웍스) 등 사업을 하고 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법적 판단까지 기다렸다간 어느 쪽이든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타이어 외에도 우량한 사업들이 있기 때문에 사업을 나눠갖는 식으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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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9월 2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