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명확해진 신세계그룹…이제 관심은 계열분리로
입력 2020.10.05 07:00|수정 2020.09.30 10:00
    3세 '분리경영'으로 사실상 승계 완성
    신세계그룹 계열분리는 수순이란 관측 지배적
    정용진 '실적 가시화' · 정유경 '분위기 전환' 과제
    •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분을 자녀에 증여하면서 이마트와 신세계 최대주주 지위가 변동됐다. 후계구도가 명확해지면서 분리 경영을 전제로 한 3세 승계 작업에도 본격 속도가 붙었고, 이제 관심은 계열 분리 수준으로 쏠리고 있다.

      이마트 지분 10.33%를 가지고 있던 정용진 부회장은 지분율 18.55%로 올라서면서 이마트 최대주주가 됐다. 신세계 지분 10.34%를 보유하던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도 이번 증여로 지분율 18.56%가 되면서 신세계 최대주주가 됐다.

      두 남매가 신세계그룹 양대 축인 이마트와 신세계 최대주주가 되면서 경영권 승계구도는 확실해졌다. 대형마트·복합쇼핑몰·호텔 사업의 이마트 계열은 정용진 부회장이, 백화점·아울렛·면세점·패션 사업의 신세계백화점 계열은 정유경 총괄사장이 경영권을 넘겨받는 식이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가 각 계열회사를 지배하는 식으로 사실상 분리돼 있다. 신세계로부터 대형마트 부문을 인적분할해 이마트를 법인으로 출범한 2011년을 시작으로, 2016년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각 보유 중이던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맞교환하며 지금의 분리경영 체제가 만들어졌다.

      복합쇼핑몰 사업(신세계프라퍼티)은 정 부회장에게, 면세 사업(신세계DF)은 정 총괄사장에게 몰아주는 움직임도 있었다. 2017년 이마트가 신세계로부터 신세계프라퍼티 지분 10%를 장외취득하며 지분 전량을 보유하게 됐고, 2018년엔 신세계DF와 조선호텔 면세점 사업부가 합병하며 신세계DF로 일원화됐다.

      사실상 분리경영이 완성됐다는 점에서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도 수순일 거라 보는 추측이 그간 지배적이었다. 이명희 회장의 이번 증여로 그 시기가 가까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세계그룹 담당 한 증권사 유통 연구원은 "이명희 회장이 올해로 77세인 만큼 후계 작업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상했던대로 이마트와 신세계를 양대 축으로 남매가 경영을 승계받는 모습"이라면서 "이제 관심은 계열분리 성사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 계열분리가 성사되기 위해선 SSG닷컴, 신세계의정부역사, 광주신세계 등 경영과 소유가 일원화되지 않은 몇몇 계열사 지분이 정리돼야 한다. SSG닷컴은 현재 이마트가 50%, 신세계가 27%가량을 보유 중인데 신세계가 보유지분을 최대주주인 이마트에 넘겨줄 가능성이 있다. 신세계의정부역사는 신세계와 광주신세계가 52.6%, 신세계건설이 19.9%를 가진 계열사다. 이마트가 대주주로 있는 신세계건설이 보유 지분을 신세계에 넘길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지분 정리의 핵심으로 꼽히는 곳은 광주신세계다. 정 부회장이 지분 절반 이상(52.08%)을 보유하고 있지만 매출 대부분은 백화점 사업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사실상 경영과 소유가 일원화되지 않은 유일한 계열사란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말 대형마트 사업부문을 이마트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향후 최대주주인 정 부회장도 보유 지분을 신세계에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

      증여세 마련을 위해서라도 남은 계열사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향후 두 달간의 주가 변동에 따라 증여세 규모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최고 세율과 최대주주 대상 할증률을 감안해 총 3000억원 수준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광주신세계를 증여세 재원으로 사용할 경우 매각처는 신세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신세계는 광주신세계 지분율이 10.4%에 이르고, 광주신세계 매출의 약 70%가 백화점 사업부문에서 나오기 때문에 명분도 뚜렷하다"라고 설명했다. 분할납부를 감안하면 증여세 마련을 위한 지분 정리 움직임도 최장 5년 내로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계열분리 움직임이 나올수록 남매의 사업 성적표 비교도 단골 소재가 될 전망이다.

      유통업계 흐름이 급변하면서 남매 간 성적표도 매번 엇갈려 왔다. 그룹의 모태인 백화점 사업은 그간 굳건한 시장 지위를 보여줬는데 작년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이마트의 두 배에 이르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백화점과 면세점 모두 어닝쇼크가 나면서 부진에 빠졌다. 대형마트는 그간 꾸준하게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이커머스가 급부상하면서 SSG닷컴을 통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향후 신세계그룹을 끌고 갈 혁신사업은 전부 이마트에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정 총괄사장에겐 '실적 회복을 통한 분위기 전환'이, 정 부회장에겐 '대규모 투자가 들어간 신규사업의 실적 가시화'가 과제로 남았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 신세계엔 "1년 새 크게 뒤바뀐 실적을 되돌려야 한다"는 평가를, 이마트엔 "주력사업의 경쟁력 회복과 함께 온라인 부문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다수의 투자로 인한 자금부담 완화 계획도 필요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공통적으로는 다음달 있을 그룹 정기인사를 통해 무책임 경영 비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신세계그룹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곧 있을 그룹 정기인사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 모두 그간 이마트와 신세계를 이끌어오며 수십억원의 보수와 배당을 받아왔지만 등기임원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그룹 총수로서 회사 경영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번 증여로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선 만큼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