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된 불확실성과 변동성…"우려가 현실로" 신평사의 경고
입력 2020.10.06 07:00|수정 2020.10.05 17:43
    하반기도 계속될 '불확실성'과 '변동성'
    글로벌 신평사 "1년간 등급 더 내려간다"
    • "당장 내년도 예측 가능성이 너무 낮아 자신있게 등급 액션을 하기 어렵습니다. 코로나도, 경제상황도 올해는 이런 갈팡질팡한 상태가 계속되지 않을까요"(신용평가업계 관계자)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연말 등급 조정을 향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코로나를 장기 이슈로 볼지, 단기 이슈로 볼 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으면서 이제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분위기다.

      9월 들어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하반기 평가에 앞서 각 산업별, 그룹별 세미나 혹은 보고서를 통해 전망을 밝히고 있다. 시장의 관심이 큰 이슈에 대해선 별도로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하고, 산업 구조가 급변하는 산업들은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신용평가 측면의 시각(view)을 제시하고 있다.

      신평사들이 내놓는 전망에는 산업별, 기업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향한 우려가 주를 이룬다. 현 상황이 계속된다면 상반기에 영향을 크게 입은 업체들은 이후에도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지금까지 영향이 덜했던 산업에도 전반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이 상황이 안좋다 보니 전망을 낼 때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실적 및 수요에 코로나 영향이 제일 큰데, 아직도 언제 효과적인 백신이 나와서 상황이 좋아질 지 예상을 할 수가 없으니 장기 전망을 하는 신평사 입장에선 우선 부정적 전망을 달아놓고 모니터링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교적 ‘과감한’ 등급 액션이 자유로운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한 발 앞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최근 무디스는 향후 1년간 한국 기업의 등급 하향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이미 올해 상반기 국내 10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거나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등급이 있는 기업들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대기업들이다. 연초부터 SK이노베이션, 이마트, LG화학 등이 연이어 하향 조정됐다. 현재 무디스가 등급을 부여한 국내 기업 중 ‘긍정적’ 전망인 곳은 하나도 없다.

      또 다른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4월 한국 기업들의 부정적인 등급 조정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P는 이달 10일 SK E&S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내렸다. BBB-는 S&P가 부여하는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에 해당한다.

      직격탄을 맞은 면세·호텔업계는 업황 리스크가 ‘사상 최대수준’이라는 평이다. 하반기에도 여전히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면서 재무구조 저하가 급속도로 나타나고 있어, 등급 수준에 맞는 재무안정성 회복을 위한 액션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현재 호텔롯데(AA)와 호텔신라(AA) 모두 ‘부정적’ 전망을 달고 있다.

      항공업도 마찬가지다. 전반적인 불확실성이 확대하면서 실적 저하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코로나로 인한 항공업 침체가 향후 1~2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백신 개발 등 획기적인 이벤트가 발생해도 효과가 나타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의 지원 등으로 단기 유동성 위험은 넘겼지만 여객수요 회복으로 인한 본원적인 이익창출력이 회복되지 않으면 결국 신용도 방향성은 하향세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아직까지 크게 코로나 영향을 받지 않은 업계도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안심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건설 업계는 지금까지 코로나의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지만, 이후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이 불가피하단 관측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위축이 현실화하고 있다. 또 사업장 폐쇄, 자재조달 차질 등으로 공기 지연 및 원가상승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평이다. 부동산 시장 규제 강화가 이어지면서 실적개선 기반인 주택사업의 저하 가능성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떠오르는 ‘미래 먹거리’를 향한 우려도 내비쳤다. NICE신용평가는 전기차와 관련 업계의 시장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놨다. 중기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공급과잉을 지속할 것으로 관측했다.

      NICE신용평가는 배터리 회사들에 대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삼성 SDI 모두 최근 배터리 투자로 재무부담이 확대된 상태”라며 “기존 주력 사업의 업황 저하가 맞물리면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수익력 대비 재무부담 증가가 큰 편이며, 투자부담에 의해 중기적으로 확대된 재무 부담이 유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차 판매 확산이 현대차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라고 평가했다.

      한 증권사 크레딧 연구원은 “신평사들은 이제 상반기에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한 회사들을 하반기에 어떻게 정리할까가 과제로 남았다”며 “크레딧 투자자들은 아직 안정적으로 등급 받는 곳들은 오히려 다른 때보다 신뢰도가 높다고 보고 있고 호텔·면세나 영화관처럼 손상이 크게 간 곳들은 아마 하반기 중 등급 조정에 들어가지 않을까 예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