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차입금 조달 나서…금리 앞선 산은 우세할 듯
DICC 소송 문제 있지만 산업은행이 완충 역할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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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두산인프라코어 M&A 성사를 위해 현대중공업 인수대금 마련 전반을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산업은행 100%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가 현대중공업의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기로 했다. 여기에 저금리 대출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인수금융 주선도 산업은행이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에쿼티(Equity)와 론(Debt financing)을 모두 산업은행과 자회사들이 참여해 도와주는 상황이 예상된다.
지난 28일 현대중공업지주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KDB인베스트먼트가 FI로 참여하고, 두산그룹이 DICC 우발 채무를 부담하기로 하면서 인수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이 매각하는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시가만 7000억원에 육박한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인수가가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 입장에선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이 쉬운 의사결정은 아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8월 인수설을 부인했다가, ‘공시 번복’ 부담을 안고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
산업은행은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가 현대중공업그룹의 FI로 참여하기로 한 것과 관련, 산업은행이 아닌 자회사가 별도의 주체로 우군으로 나서니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산업은행 자회사의 가세만으로도 현대중공업의 우세를 점치는 의견이 많다.
현대중공업은 당초 채권단의 ‘권유’ 때문에 이번 인수전 참여를 고려한 후 이후 인수전 참여의 득실을 따지는 데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도 이에 대해 서는 일부 시인하는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산업은행의 측면 지원이 현대중공업의 인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이런 상황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언급대로 ‘상업적’ 판단에 의한 것인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히려 투자시장에서는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그룹을 인수전에 끌어들이기 위해 ‘중순위’ 부담을 지겠다고 나선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KDB인베스트먼트가 일반적인 상업적 판단에 의한 거래처럼 ‘높은 수익률 보장’ 조건을 내걸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즉 현대중공업의 참여와 인수를 산업은행과 자회사들이 독려하는 상황이라면 다른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이들에게 보장할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 자연히 민간 시장의 호응을 얻기는 어려워진다. 오히려 현재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를 비롯한 주요 출자자(LP)들은 수익성을 떠나 ‘두산’ 관련 거래라면 보지 않겠다는 곳들이 적지 않다. 두산인프라코어가 해외 시장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지금이 고점이라고 보는 시선도 많다.
이렇게 될 경우 KDB인베스트먼트는 다른 기관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대부분의 자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산업은행의 현대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위한 차입금 제공은 시장에서는 기정사실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리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최대 1조원에 이를 거래 규모를 감안하면 현대중공업은 5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빌려야 한다. 복수의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조건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으로서는 가장 낮은 금리와 좋은 조건을 제시한 금융사와 손을 잡아야 하는데 여기에도 산업은행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대출부문에서는 최근 산업은행이 최저금리를 제공, 다른 시중은행이나 증권사들을 압도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SK건설의 환경폐기물 업체 EMC홀딩스 인수 자금을 빌리는 과정에서 복수의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인수금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을때도 마찬가지다. 역시 산업은행이 경쟁 금융사 대비 20bp(1bp=0.01%) 이상 낮은 금리를 써내며 주관사로 낙점됐다.
이런 흐름이라면 금리 우위를 충분히 활용하는 산업은행의 전략을 감안하면 이번 현대중공업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금융 주선 업무도 맡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중공업 입장에선 후순위 지분 투자금 약간만 있으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할 수 있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다른 인수후보들로선 인수전에서 경쟁할 기회가 줄어들 전망이다. 이러다보니 투자시장 일각에서는 이런 방식이라면 산업은행이 차라리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하지 그랬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선 DICC 소송 결과에 따라 대규모 우발채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으로 거론돼 왔다. 어쨌든 산업은행이 전면에 나서면서 자금 조달은 물론 거래의 불확실성도 대부분 제거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그룹의 돈줄을 확실히 틀어쥔 상황이라 만의 하나 소송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자연히 산업은행이 물심 양면으로 이번 M&A를 지원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에 관심을 가진 곳들이 없지 않았지만 자금력이 부족하거나 우발채무에 부담을 느끼는 곳이 많았다”며 “이번 M&A에선 산업은행이 차입금 지원까지 도맡으며 현대중공업을 밀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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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0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