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카카오야?' 잇단 계열사 상장 채비에...기관들은 피로감 호소
입력 2020.10.08 07:00|수정 2020.10.12 09:41
    줄이은 계열사 IPO 추진 소식에 기관들 난감
    핵심 경쟁력은 결국 플랫폼...투자 테마 엇비슷
    "한 번에 한 계열사만 주목받게 하는것도 전략"
    •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카카오 계열사들이 줄이어 기업공개(IPO)를 예고하자 기관들의 피로감이 쌓여가고 있다. 이들 계열사의 핵심 경쟁력은 결국 카카오라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마케팅 포인트가 비슷한데, 투자자인 기관 입장에선 의무보유확약(락업) 기간 등 투자 전략을 두고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관들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카카오페이지가 상장을 금융계열사(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뒤로 미룬 것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증시 유동성이 커진 만큼 기업가치 평가가 애매한 금융계열사의 상장을 먼저 추진한 뒤, 가치평가가 비교적 객관적인 카카오페이지를 후속 상장시키는 그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카카오그룹에서 상장을 준비 중인 카카오 계열사는 5곳에 달한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그리고 카카오페이지가 최근 IPO 신호탄을 울렸다. 카카오뱅크는 주관사를 선정 채비에 나섰다. 카카오페이는 KB증권을, 카카오페이지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준비를 진행 중이다. 엔터 및 영상콘텐츠플랫폼 계열사인 카카오M과 O2O 승차플랫폼 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도 상장 대기군에 속한다.

    • 카카오 계열사들의 IPO가 이어지는 이유는 이들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 매각)가 비슷한 시기에 진행됐기 때문에, 투자회수(Exit)를 해야하는 기한도 비슷하게 겹쳤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계열사들이 투자받은 기간이 비슷해서 상장 계획이 겹치는 듯하다"라며 "지분 투자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니 준비를 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기관들은 카카오 계열사의 연이은 상장에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이다. 그간 공모주 시장에서는 한 그룹 계열사가 적어도 연 단위로, 아무리 짧아도 반기 단위로 하나의 계열사만 공모 청약을 진행하도록 하는 게 불문율처럼 여겨져왔다. 예컨데 2010년 이후 잇따라 계열사 상장에 나섰던 삼성그룹은 1년 주기를 정확히 지켰다. 올해 상반기 SK바이오팜을 상장한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준비 중이던 SK건설의 상장을 훨씬 뒤로 미뤘다. 내년에는 배터리 분리막 업체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를 준비시키고 있다.

      카카오 계열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상장 준비 작업에 착수하다보니 증권가 일각에서는 '2021년엔 분기마다 계열사가 하나씩 시장에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관들이 우려하는 지점도 이 부분이다. 카카오 계열사는 같은 노란색의 상징색을 공유하고, 플랫폼을 기반으로 서로 다른 영역의 콘텐츠 사업을 벌이는 구조다. 영역이 상당 부분 겹친다.  이런 와중에 공모주의 통상 락업 기간은 길게는 6개월에 달한다. 단기간에 카카오 계열사 공모주가 쏟아져나온다면, 투자한도  관리가 쉽지 않아진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상장 준비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시장에 보내는 일종의 시그널인데, 보통 제대로 된 그룹이라면 한번에 하나의 계열사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게 전략적으로 안배한다"며 "카카오게임즈 다음 계열사 상장 2호는 여기네 저기네 말이 많은데 이것 자체가 이미 노이즈"라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에서 교통 정리를 제대로 해줘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금융 계열사를 먼저 상장시킨 뒤 카카오페이지를 상장시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당초 카카오게임즈 다음 주자로 꼽혔다. 이미 주관사를 선정한 게 반 년 전이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 등 금융 계열사가 먼저 상장하게 될 경우 내년 하반기 이후로 일정이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매출보단 기업의 '비전'에 입각한 기업가치 평가가 불가피한 카카오의 금융계열사를 먼저 상장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유동성이 넘치는 장의 덕택을 보려는 것이란 설명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측에선 증시 유동성이 풍부하고 공모주 투자열기가 높을 때 계열사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법적으로 계열사 상장 시기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지만 장외가 기준 카카오뱅크 시가총액이 40조원을 넘어선 시점을 놓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외 주식시장에서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는 40조8900억원 가량이다. 이는 5일 기준 4대 금융지주의 시총 합계인 44조7203억원과도 규모가 비슷하다. 이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무리한 공모가 산식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본질가치보단 '꿈'에 투자하는 '유동성 장세'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다만 락업 기간 이후의 주가 하락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IPO 시장의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금융위원회가 투자 기회를 열어주겠다고 공표한 대상인 일반투자자들의 부담도 현실화하고 있다.

      실제로 5일 SK바이오팜에 대해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170만주가 시장에 풀리며 해당 기업의 주가가 10% 넘게 하락했다. 또한 기관투자자 보유 물량이 아직 풀리지도 않은 카카오게임즈조차도 상장 뒤 주가도 하락하는 모습이었다. 카카오게임즈의 주가는 상장 이틀 뒤 공모가 2만4000원 대비 238% 상승했지만 현재 5만원대로 떨어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