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역대급 실적에도…관심은 오직 '배터리'뿐
입력 2020.10.12 11:34|수정 2020.10.13 10:00
    매출 7.5조·영업익 9000억 '어닝서프라이즈'
    "투자판단 돕기 위해" 발표에도 주가는 하락
    변동성 최대 원인은 배터리 분사 '불확실성'
    임시주총 전까지 LG화학 고민 깊어질 전망
    • LG화학이 9년만에 분기 기준 최대실적을 내놨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여전히 전지사업부 분사에 쏠려 있는 모습이다. 최근 외인 매수세로 오름세를 보이던 주가는 잠정실적 발표 직후 2% 가까이 하락했다. 실적보다는 분할상장 계획이 더 중요하다는 반응으로 풀이된다. 이달 말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LG화학의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12일 LG화학은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57.8% 늘어난 902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8% 증가한 7조5073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2%까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호실적을 점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다.

      LG화학은 전일 "최근 당사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가 변동성이 확대돼 보다 정확한 실적 예측과 기업가치에 대한 판단을 돕기 위해 잠정실적을 공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장 후 LG화학 주가는 전거래일(69만2000원)보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LG화학 측의 설명과는 다르게 현재 주가 변동성은 실적에 대한 의구심보다는 분사 관련 불확실성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평가다.

      LG화학 주가는 지난 9월 전지사업부를 물적분할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한 이후 일주일 만에 16% 가까이 폭락했다. 조정 이후 외국인투자자의 유입이 이어지며 폭락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하는 듯했지만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는 9월 23일 하루를 제외하고 순매도를 이어갔다. 기관 역시 뚜렷한 방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외인을 제외한 국내 투자자를 중심으로 분사에 대한 불만이 여전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투자금융(IB)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에도 LG화학의 기업가치에 근본적 변화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분사 불확실성에 대해 개인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LG화학의 책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증권사 2차전지 담당 한 연구원은 "배터리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라갔다면 내려갈 때도 같은 이유로 내려가는 이치"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터리 때문에 LG화학을 샀으니 배터리가 없으면 LG화학을 살 이유가 없다는 단순한 논리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잠정실적 발표 이후 증시 반응으로 투자자의 관심사는 여전히 배터리에 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주총 전 LG화학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물적분할 및 상장을 위해선 전지사업부의 수익성을 지속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전지 부문의 이익성장은 주주의 물적분할 반대 근거도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실적 발표에서 전지 외 사업부에서 깜짝실적이 공개될 것이란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증권가에선 LG화학이 임시주총보다 열흘가량 앞서 21일 실적발표회를 가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자 판단을 돕기 위한 잠정실적 집계에선 드러나지 않았던 사업부 별 실적은 실적발표회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관련 업계에선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출액이 포함되며 전지부문에서도 최대실적이 집계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G화학 역시 지난 실적발표회에서 연말까지 전기차 전지 부문에서 수익성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예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