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차 더해진 회사채 시장 '연말 효과'
입력 2020.10.16 07:00|수정 2020.10.15 17:36
    연말 효과와 유동성 덕 수요예측 '흥행 연타'
    데뷔전 치른 넷마블 높은 인기 확인하기도
    등급 리스크 있는 기업들은 험난할 전망
    •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올해도 어김없이 회사채 시장의 이른 연말 준비가 시작되고 있다. 11월부터 기관들의 북클로징(book closing)에 맞춰 기업들은 ‘막바지 조달’에 나섰다. 우량 등급 기업들은 무리없이 수요를 확보하고 있고, 소수의 A급 기업도 정부 지원 등에 힘입어 조달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비우량채 또는 등급 우려가 있는 기업은 '연말 효과' 특수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10월 첫 주 넷마블과 현대중공업지주 등이 수요예측에 나섰다. 이달 남은 기간 수요예측이 예정된 곳은 파라다이스(A+), 롯데렌탈(AA-), SK실트론(A), 군장에너지(A+) 등이다.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AA)도 2년만에 공모채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코로나로 강화된 보수적 투자 기조는 계속되고 있다. 채권자본시장(DCM) 리그테이블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은 KB증권은 회사채 호황이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누적 주관금액이 늘었다. 코로나로 인해 전반적인 시장의 불안이 높아지면서  ‘안전한 선택’을 찾는 기업이 많아졌다는 평이다.

      풍부한 유동성이 계속되면서 일부 기업들은 수요예측에서 ‘예상을 넘는’ 투심을 확인하기도 했다.

      7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넷마블은 모집액의 7배에 달하는 투자 수요를 모으면서 성공적인 공모채 데뷔를 마쳤다. 물론 지난달 AA급 우량등급을 받으면서 무난한 수요 확보가 예상됐지만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다는 평이다. 채권 발행금리도 희망금리 대비 0.07%포인트가량 낮은 연 1.42%로 결정될 것으로 보여 조달비용도 예상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넷마블의 ‘화려한 데뷔’는 크레딧 시장에서 IT기업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바 ‘언택트’ 기업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비교적 보수적인 크레딧 시장에서 어떤 평가가 나오는지 관심도 높아졌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는 채권시장에선 아직까지 게임 등 IT회사의 ‘영속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자체 본업의 사업력에 더해 기업의 ‘확장성’에 대한 평가도 높아졌다는 평이다. 이번 신용평가사들의 넷마블 등급 평가 근거에도 4조원에 달하는 투자지분 활용 가능성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거론됐다. 투자자들 또한 사업 경쟁력과 현금 보유력 등에 근거해  ‘장기적으로 투자할 만한 기업’으로 인정한다는 분석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번 넷마블을 시작으로 향후 IT 기업들의 시장 조달도 힘을 얻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A급 이하 회사채에 대한 투심은 여전히 싸늘하다. 그 와중에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곳도 있다. 7일 현대중공업지주(A-)는 800억원 모집에 247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올해 발행에 나선 A급 회사채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참여 등 M&A(인수 합병)로 인한 불확실성과 A급 신용도 때문에 수요 확보 우려가 나왔다. 다만 비교적 넓은 금리 밴드 제시와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의 수요예측 참여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달 공모채 발행을 준비중인 BBB급 두산인프라코어의 발행도 관심을 끈다. ‘알짜 회사’이긴 하지만 비우량채의 발행 환경이 워낙 좋지 않다보니 공모채 발행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다만 미매각이 나와도 SPV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등급 우려가 있는 기업은 조달 환경이 녹록지 않다. 이달 12일 공모채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는 파라다이스는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발행 계획에 변수가 생겼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을 운영하는 파라다이스와 파라다이스글로벌은 각각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등급이 강등됐다. 코로나 장기화로 주력 사업의 수요가 급격히 위축됐고, 회복 예상 시점도 불투명해 재무 부담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14일 수요예측에 나서는 롯데렌탈(AA-)도 '부정적' 전망이 달려있어 투심 향방을 지켜봐야 한다. 코로나로 인한 수요 급감을 겪고 있는 CJ CGV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영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는 증권사와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상태로, 지난달 발행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제반 상황상 이번 달 발행을 계획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사 크레딧 연구원은 “연말도 다가오고 전반적인 회사채 시장 투심은 괜찮다고 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A등급 회사채의 절대 금리 투자 매력이 높지 않은 상황은 심화하고 있다”며 “연말 채권 펀드 자금 흐름, 기업어음(CP) 등급 평가 결과 등이 하반기 남은 기간 크레딧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이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