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주 호황 속 나홀로 주춤…신사업 추진 압박 커지는 LG유플러스
입력 2020.10.16 07:00|수정 2020.10.19 09:29
    화학·전자 등 고공행진 하는데 유플러스만 게걸음
    순수 통신사로서 안정적 실적 내지만 시장선 외면
    사업보고회 앞둔 ㈜LG도 고심…새 비전 필요해져
    대형 M&A 쉽지 않을 듯…자금력·내부 역량도 고민
    • LG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고공행진하지만 LG유플러스는 그 대열에 끼지 못하고 있다. 좋은 실적을 내도 전략 변화없이 ‘순수 통신사’의 모습을 유지하니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지 않다. 그룹 사업보고회를 앞두고 주가가 부진해 LG유플러스 경영진은 물론 지주사도 면이 서지 않을 상황이다. 투자자의 마음을 잡고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 비전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분기 연결기준 영업수익 3조2726억원, 영업이익 2397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5.1%, 영업이익은 59.2% 늘었다. 내년엔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작년 초 1만8000원 선에서 시작한 주가는 올해 코로나 충격파로 반토막 났다. 회복한 후에는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도 큰 호재가 아니었다. 주가수익비율(PER)은 2018년 16배, 작년 14.13배였지만 올해는 역사적 저점인 8.96배로 예상되고 있다.

    • 그룹 안에서 살펴보면 LG유플러스의 부진이 더 두드러진다. LG화학은 전기차용 배터리 바람을 타고 시가총액 50조원을 오간다. 한때 시장에서 외면받던 LG전자도 가전 부문의 선전으로 주가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코로나 국면에서도 주가를 안정적으로 지켰고, 소형 상장사인 LG디스플레이와 LG하우시스 주가까지 힘을 내는 형국이다. 그룹주 시총이 100조원을 훌쩍 넘은지 오랜데 핵심 계열사 LG유플러스의 시총 비중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LG유플러스는 지금까지 통신업에만 주력했다. 후발 사업자로서 마케팅을 강화하고 비용을 통제하는 전략을 써 실적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이혁주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새로운 사업을 늘리는 데 보수적이니 연결과 별도 재무제표의 차이도 거의 없다.

      이런 전략이 언제까지 유효할 지는 의문이다. 사물인터넷(IoT), 5G 등 가입자당 평균 수익(ARPU)을 높일 재료가 없지 않지만 결국 국내 가입자 파이는 정해져 있다. 과거처럼 고객 쟁탈전이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렵고 1~2%의 점유율 변동도 쉽지 않다. LG유플러스의 고객이 늘긴 했지만 통신업 지형도를 바꿀 수준은 아니다.

      그간 LG유플러스의 가장 큰 투자는 작년 LG헬로비전(전 CJ헬로) 인수다. 그 외엔 자회사 미디어로그로부터 소싱사업(90억4000만원)을 사들이거나, LG유플러스 펀드에 5천만달러를 투자한 정도다. LG헬로비전 M&A 역시 통신과 방송을 번들상품으로 묶기 위한 것이라 완전히 새로운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 M&A 후 LG유플러스, LG헬로비전 모두 주가가 부진하다. 이런 상황에 통신업을 강화한다고 다른 유료방송 매물까지 살피긴 어렵다. 회사 내부에선 ‘소재가 없는데 주가가 오르겠냐’는 목소리도 있다. 새로운 성장 비전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LG그룹 내 이익 기여도가 높고 미래 산업의 중추 역할을 맡아야 할 회사가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니 지주사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LG는 지난 4월 이후 LG유플러스 지분 1.04%를 추가로 매집하며 측면 지원에 나섰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LG유플러스 수장인 하현회 부회장 입장에선 주가 부진에 고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과거 LG유플러스를 이끌었고 지금도 등기임원(이사회의장)으로 있는 권영수 ㈜LG 부회장 역시 체면이 서지 않을 상황이다. 권 부회장은 최근 LG유플러스 주가에 대한 고민을 자주 토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엔 ‘3위 통신사로서 본분을 지키라’는 지시가 많았지만, 지금은 신사업 확장에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과거엔 LG유플러스의 통신 사업 자체에 관심이 많았지만 지금은 어떻게 신사업 기회를 창출해 주가를 올릴 것인지가 관심사”라며 “LG유플러스 주가가 워낙 좋지 않다보니 그룹에서 직접 챙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다음달이면 LG그룹 사업보고회가 열리고, 그 이후엔 인사가 이뤄진다. 실적이 안정적이라 큰 폭의 변화가 없을 것이란 시선이 있다. 반면 부진한 주가 때문에 올해 LG유플러스에 대규모 인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LG유플러스 임원진들의 고심이 깊어질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내실을 다진다는 명분이 있었고 성과도 있었다. 이제는 새로운 성장 비전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 사업보고회에서 통신업 현황 발표는 큰 의미가 없고, 다음 단계의 청사진을 내놓아야 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LG유플러스가 과거 대비 수익기반을 잘 쌓아왔고 지주도 신사업을 긍정적으로 밀어줄 환경이 만들어졌다”면서도 “대형 M&A는 쉽지 않다보니 플랫폼 비즈니스나 콘텐츠 투자 등 확보된 가입자의 이탈을 방지하는 차원의 확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사업보고회의 구체적인 사안이나 인사 관련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그간 재무적 체력을 잘 다져온 것은 신사업 확장 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들의 실적 호조로 ㈜LG의 곳간이 풍족해졌고, ㈜LG가 LG유플러스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걸림돌도 적지 않다. 연결기준 자산이 46조원에 달하는 SK텔레콤, 34조원의 KT에 비해 LG유플러스는 18조원에 그친다. 덩치가 작으니 투자에 따른 출렁임도 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에도 대규모 자금을 써야 하니, 다른 곳에 큰 돈을 들이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내부적으로 투자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나 역량을 쌓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올해  SCL헬스케어그룹, 뉴레이크얼라이언스 등과 손잡고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 ‘인바이츠헬스케어’를 설립했다. 성과를 떠나 단순 지분투자에도 적극적이다. LG유플러스에도 대형 플랫폼사, 대형 병원과 함께 원격의료 사업을 하자는 제안이 왔지만 경영권 거래가 아니다보니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