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담 불가피한 SK하이닉스 '10兆 딜'…"투자성과 관건"
입력 2020.10.21 07:00|수정 2020.10.20 17:46
    "취약 부문 확장 긍정적, 재무부담 증가 부정적"
    재무 전략 변경, 외부 차입 규모 등 지켜봐야
    수익성 제고 등 투자 부문 성과가 관건
    • SK하이닉스의 ‘10조원 빅딜(big deal)'을 두고 신용평가 업계에서는 '긍정 반 부정 반'의 조심스러운 평가를 내놓는 분위기다. 비교적 취약했던 사업 부문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최근 차입금이 늘어온 만큼 재무부담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은 다소 부정적이라는 분석이다. 향후 재무 부담을 상쇄할 만큼의 투자 성과를 내는 것이 재무부담 및 신용도 관리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SK하이닉스는 총 10조3104억원에 미국 인텔의 낸드 플래시 사업 부문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우선 70억달러(8조192억원)를 2021년 말까지 지급하고, 이후 계약 완료(딜 클로징)가 예상되는 2025년 3월 20억달러(2조2912억원) 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금 조달은 “보유 현금과 차입 등을 통해 조달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현재 SK하이닉스의 절대적 재무 수준은 우수한 수준이라는 평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39.2%, 차입금의존도는 20.3%다. 현금성자산은 올해 6월말 연결 기준 5조2647억원 규모다. 총차입금은 13조8557억원, 순차입금은 8조5910억원이다.

      최근 수익성이 다소 낮아진 가운데 차입금 규모가 작지는 않기 때문에 이번 투자로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메모리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수요가 계속되면서 차입금이 증가했다. 특히 2019년 순차입금 규모가 크게 높아졌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고, EBITDA 규모가 축소되는 동시에 투자와 배당, 법인세 등 현금유출이 지속된 탓이다. 약 9조원의 추가자금소요가 발생했다.

      물론 이 정도 규모의 투자에는 일시적으로 재무부담이 오르는 건 당연하지만, 향후 장기적인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기대한 만큼의 성과(수익성)가 뒤따라야 한다. 이에 신평업계는 향후 해당 거래로 인한 회사의 재무전략 변화, 투자 자금조달 구조, 투자 부문의 수익성, 주요 국가의 규제 승인 등을 지켜볼 것이란 입장이다.

      신평업계 관계자는 “해당 거래가 하이닉스의 신용도에 미칠 영향은 현재 수준에선 단정적인 언급이 힘들지만, 딜 자체로만 보면 긍정적인 부문과 부정적인 부문이 모두 혼재돼 있다”며 “투자금액 자체가 크기 때문에 향후 인수하는 사업에서 얼마 정도의 성과를 낼 지가 관건이다. 지위가 열위했던 낸드 부문 규모를 키울 수 있는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더 들여다 봤을 때 투자 효과가 높아진 재무 부담을 해소할 만큼 충분히 성과가 날 지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 조달 측면에서 외부 차입 규모, 대주주 SKT의 지원 등 여러 가능성이 있겠지만 아직 신평사 쪽에서 파악하고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며 “자체 자금 외에 외부차입도 의존을 할 수 밖에 없을 테니 외부 차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하거나, 비주력자산을 활용한다던지 회사도 여러 재무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하이닉스는 현재 AA(안정적)의 우량 신용도를 가지고 있다. 2016년~2018년간 메모리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이익창출규모가 대폭 증가해 그룹의 이익창출력 제고를 견인해왔다.

      최근 차입금이 늘어왔지만 중장기적으로 재무적인 우려는 크지 않았다. D램 부문의 우수한 사업경쟁력과 낸드 부문의 실적 개선세, 강화된 재무완충력 등을 고려해서다. 또 지난해 연말에 비해 재고수준도 올해 1분기 대부분 개선됐고, 올해 전체적으로 작년 대비 개선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정기평가 후 신평업계는 향후 D램 및 낸드 수익성 개선여부, CAPEX 추이와 안정적인 EBITDA 창출여부, 투자부담에 따른 재무안정성 변화 수준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NICE신용평가는 이달 초 “SK하이닉스의 연결기준 EBITDA 창출규모는 2018년 27조3000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반도체시황 둔화와 함께 2019년 11조3000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며 “올해 들어 코로나 사태에 따라 모바일용 반도체 수요는 부진했지만, 서버용 D램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 환율 효과, 낸드부문 내 고용량 SSD 매출 확대 등을 바탕으로 상반기 EBITDA가 전년 동기 6조2000억원에서 7조5000억원으로 증가해 영업수익성이 소폭 반등한 모습이다”라고 평가했다.

      반도체업계는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기 타격에도 아직까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올해 1분기 메모리반도체업체의 실적은 메모리 가격 상승과 전방 수요의 회복 등으로 전 분기 대비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다만 D램 최대 수요처인 모바일시장 침체,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변동성 등으로 업황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전반적인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