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때보다 효율성 떨어지기도
-
코로나 확산 후 법률자문 시장도 비대면(언택트) 자문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여러 장점에도 모두가 이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직접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것보다 효율성이 떨어지고 허비되는 시간도 예상 외로 많다는 지적이다. 경영진이 화상회의에 참여하기 편해지며 실무진이 느끼는 부담은 늘었다. 법무법인들은 우려보다 실적을 잘 내고 있다면서도 내년 이후 코로나 충격파가 본격화할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코로나 이후 대면 접촉과 이동이 막히며 법무법인들은 언택트 회의를 늘렸다. 김앤장이 코로나 확산 초기인 3월부터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고, 다른 대형 법무법인들도 뒤를 따랐다. 최근 신한금융지주의 1조원대 투자유치 거래도 마지막까지 비대면 협상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
언택트 시대에 일하기 수월해질 거란 기대가 많았는데 되레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특히 고참급 변호사들이 상대적으로 비대면 회의를 불편해한다. 프로그램이 생소한 데다 회의 준비 양상도 달라졌다. 프로그램마다 보안의 강도가 다르니 직접 만나서 회의를 할 때보다 자료를 공유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클라이언트들이야 화면은 끄고 의견만 제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변호사들은 그러기 쉽지 않다. 화면에 얼굴이 드러나니 ‘이름만 걸어두고 졸고 있는 고문’도 보기 어려워졌다.
자문의 효율성에 의문을 갖는 시각도 적지 않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니 이동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도 의견을 나눌 수 있지만 대면 회의와 똑같을 순 없다. 목표가 같은 클라이언트는 그나마 의사소통이 편하지만 협상 상대방의 뜻은 화면만 보고는 느끼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이미 컨퍼런스콜이나 메일을 통한 협상이 일반적으로 자리 잡혔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순간에는 대면 회의가 필요하다”며 “상대 법무법인과 직접 만나야 반응이나 분위기를 살필 수 있는데 화상회의에선 그렇지 못하니 협상이 늘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해외 고객이나 상대방과의 소통도 마찬가지다. 기술 발달로 현지에 가지 않고도 회의 및 실사를 할 길이 열린 것은 다행이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올해는 해외 상대방도 재택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요한 자료 공유나 의사 결정은 회사에 직접 나가서 처리해야 하니 답이 느릴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직접 해외 출장을 갈 때보다 시간이 더 소요된다는 지적도 있다.
언택트 기술 발달로 거리가 좁아진 것은 고객 뿐만이 아니다. 경영진 변호사들도 ‘좌표’만 있으면 언제든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고객 상대 회의엔 들락날락하며 훈수를 두기 어렵지만 내부 회의는 큰 제약이 없다. 변호사들이 내부적으로 신경 써야할 것이 늘었다.
김앤장은 내부 회의도 ‘스카이프’ 프로그램만 활용해 진행하는 등 코로나 방역에 힘쓰고 있다. 변호사들이 창업주 김영무 변호사 방 앞에 장사진을 치던 풍경은 사라졌는데, 김 변호사는 회의가 예전보다 더 많아졌다는 언급들이 나오고 있다. 최고 경영진 입장에서는 프로그램에만 접속하면 되니 중요한 이슈는 모두 챙길 수 있게 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러다보니 김앤장에서는 김영무 변호사가 화상회의 중 불쑥불쑥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실무 변호사들이 진땀을 빼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법무법인들이 코로나 국면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역시 실적이다. 사람을 만날 수 없으니 자문을 따오는 것도, 수행하는 것도 전처럼 수월하지 않았다. 국제 중재의 경우 대면심리(hearing) 자체가 막히니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대형 법무법인들은 올해 작년 정도의 실적은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상반기 수입 중 상당 부분이 작년에 따온 일감에서 발생했고, 하반기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고조였다는 점은 걱정하는 분위기다. 올해 남은 기간 열심히 일감을 따두지 않으면 내년에 허덕일 가능성이 크다.
다른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올해 영업 환경이 우호적이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법인의 수입 자체는 예년과 비슷하다”면서도 “실제로 일을 잘 한 것인지, 코로나로 충격을 입었는 지는 내년부터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