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 소싱' 강조하는 삼일…딜 본부 파트너들은 우왕좌왕
입력 2020.10.22 07:00|수정 2020.10.23 09:26
    유상수 대표 "딜 소싱 강화" 주문
    실무 잔뼈 굵은 파트너들 부담감
    기존 대기업 자문 업무 충돌 우려
    • 윤훈수 CEO 선임 후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 삼일회계법인의 자문업무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윤 CEO가 회사를 총괄하지만 경력의 대부분이 감사업무에 치중되어 있다 보니 딜 부문 업무는 유상수 딜 부문 대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상수 대표가 딜 소싱 역량 강화를 주문하면서 자문 업무의 주된 업무가 중소·중견기업 딜 소싱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를 두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실사업무에 잔뼈가 굵은 파트너들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삼일이 강점을 보였던 대기업 자문 업무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6월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딜 부문으로 세대교체와 더불어 다층적(메트릭스) 구조를 구축했다. 기존 기업자문, 재무실사, 부동산 인프라 3개 본부로 나뉘어있던 기존 조직을 6개 팀으로 개편했다. 더불어 마켓조직으로 사모투자, 대기업, 대체투자, 구조조정, Private M&A를 신설했다. 파트너들은 6개 팀과 마켓·서비스조직에 각각 배치되어서 상시적인 업무는 팀에서 프로젝트 업무는 마켓·서비스조직에서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 조직개편 3개월이 지나면서 자문업무에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딜 부문을 맡고 있는 유상수 대표의 색깔이 점점 강해진다는 평가다. 유상수 대표는 1998년부터 20여년간 수 많은 거래(Deal)을 성사시킨 장본인이다. 특히 중견-중소기업 M&A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의 지론은 중소기업도 제대로 된 전략만 있다면 M&A를 통해 얼마든지 성장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다른 회계법인에서 성공하기 힘들다고 판단되는 M&A도 유상수 대표가 성공적으로 이끈 사례가 많다”라며 “딜 소싱 역량 및 어려운 딜도 풀어내는 게 유 대표가 가진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파트너들에도 이런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이전과 같은 단순한 회계 실사 만으로는 제대로 된 자문 업무를 행할 수 없다는게 유 대표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파트너들은  딜 소싱부터 실사 및 종합적인 컨설팅까지 수행 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다만 그간 이런 경험이 많지 않은 파트너들까지도 딜 소싱 역량을 요구받다 보니 내부적으로 다소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마켓 별로 리더를 살펴보더라도 딜 소싱 보다는 회계법인의 전통적인 자문 업무인 실사 업무를 담당하던 인물들이 많다. 유상수 대표와 손발을 맞춘 몇몇 파트너들 정도가 딜 소싱 경험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평가 요소 중 하나가 딜 소싱이 되면서 이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다.

      일각에선 대기업 자문이 약해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전략 및 기획을 통해 딜을 진행할 수 있어 굳이 외부 자문사를 쓰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다. 매각 프로세스를 돌리기 위함이 아니라면 굳이 비밀 누설 등의 이유로 M&A를 외부에 맡기지 않는게 요즘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딜 소싱이 강조되면 대기업 담당 파트너들의 부담감도 커지고, 대기업 자문보단 딜 소싱을 위해 다른 고객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내부적으로 고도화된 실사 시스템 등 대기업 자문 역량 강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기업 고객관리는 결국 파트너 개인이 시간을 들 일 수 밖에 없는 영역이란 점에서 대기업 자문 업무가 줄어들 수도 있다.

      회계법인의 딜 소싱 영역도 제한적이란 평가가 많다. 대기업 딜의 상당수는 여전히 외국계 IB들이 독점하고 있다. 그나마 회계법인이 가져올 수 있는 빅딜은 대기업의 사업부 분할 및 매각 등 회계실사 작업이 수반되는 업무가 대부분이다. 자연스레 중소기업 M&A 딜 소싱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3000억 이상의 대형 딜은 여전히 외국계 IB들이 독점하고 있다”라며 “1000억원 미만의 딜 중심으로 딜소싱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게 회계법인의 여전한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회계법인 재무자문의 고유 영역인 M&A 실사 업무는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 파트너들 사이에서도 본연의 업무보다는 딜 소싱에 더욱 치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 행여 전문성 없는 영역의 M&A라도 딜소싱이 되면 다른 파트너에 넘길 유인도 크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선 딜 소싱 부문을 아예 기존 자문 업무와 분리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딜 소싱에선 성공보수의 개념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데 이를 기존의 재무자문 업무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딜 소싱 부문을 따로 떼어내어 성공보수 개념의 조직을 만들어 이들에게 해당 업무를 집중시키는 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회계법인 재무자문 파트너는 “모든 파트너들이 딜 소싱에 매달리기 보다는 이를 전문으로 하는 조직을 만들어서 인센티브 중심으로 운영하는 게 현실적이다”라며 “자칫하다간 기존 대기업 클라이언트의 신뢰는 잃고 딜 소싱에선 별다른 성과가 없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