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證, 두 대표 모두 중징계 눈 앞...경영공백 현실화 위기
입력 2020.10.26 07:00|수정 2020.10.27 09:52
    박정림 대표 직무정지, 김성현 대표 문책경고 통보
    두 명 모두 연말 임기 종료...중징계 확정시 연임 어려워
    과도기적 각자대표체제, 계속 유지할 지도 관심
    • KB증권의 각자 대표이사 두 명이 모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 통보를 받으며 경영공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두 명의 전문가에게 영역을 나눠 맡겨 KB증권을 전문가 집단으로 키워내겠다는 KB금융지주의 인사 전략이 또 다시 차질을 빚게 된 상황이다.

      이달 말 중징계가 현실화할 경우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두 대표의 연임 여부에 핵심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룹 역시 현대증권 인수합병 이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KB증권 지배구조를 두고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현재 박정림 KB증권 대표에게 직무정지, 김성현 KB증권 대표에게 문책경고의 중징계안을 통보한 상태다. 직무정지는 해임권고 바로 아래의 중징계로 확정시 향후 4년간 금융회사의 임원을 맡을 수 없다. 문책경고는 직무정지 아랫 단계로, 확정시 향후 3년간 같은 불이익을 받는다.

      자산관리(WM)와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박정림 대표의 경우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에 휘말린 게 중징계의 배경이 됐다. KB증권은 라임운용 펀드를 570억여원가량 판매했고, 1000억원대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체결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20일 라임자산운용에 등록취소의 중징계를 결정하고, 판매사에 대한 추가 제재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금융(IB) 및 글로벌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김성현 대표의 경우 해외 대체투자 부실이 징계 배경으로 추정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대체투자 관련, 호주 부동산 펀드 사기ㆍ독일 파생결합증권(DLS) 만기 상환 실패 등 사태에 휘말렸던 바 있다.

      2019년 1월 취임한 두 대표의 첫 2년 임기가 오는 12월 말로 끝난다. 기본적으로 계열사 대표이사에겐 '2+1'년 총 3년의 임기가 주어지는 게 관행이지만,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당장 임기 만료까지 근무하는 덴 지장이 없지만, 연임이 불가능해진다.

      물론 가처분신청을 통해 징계의 효력을 중단시킨 후, 행정소송을 진행하며 연임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중징계가 확정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이런 방식을 택했다.

      다만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상 중추적인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이런 선택이 가능했다는 분석이 많다. KB금융지주가 계열사 대표급을 살리기 위해 금감원의 징계에 불복하고 법적 절차를 밟으며 분쟁을 이어나갈진 확신이 어렵다는 평가다.

      박정림 대표의 경우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도 여러 차례 언급됐지만, 징계 통보를 받은 이후 하마평이 사라지기도 했다. KB금융지주는 2+1년의 임기를 소화한 허인 현 행장에게 1년의 임기를 더 주기로 최근 확정했다.

      증권가에서는 만약 두 대표가 2년의 임기만 소화하고 KB증권 대표직에서 물러날 경우, 경영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KB증권에는 4명의 부사장이 있는데, 이 중 김영길ㆍ우상현 부사장은 은행의 핵심 보직을 맡고 있는 겸직 임원이다. 신재명 S&T부문 부사장은 신한금융투자 출신으로 4년 전 합류했고, 박성원 부사장은 정통 IB맨으로 타 영역에 대한 전문성이 넓지 못하다는 평판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평소 '증권사는 증권맨에게 맡겨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해왔다. KB증권 사내에 마땅한 후보군이 없다면 외부 업계 경력자 등 다른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KB증권이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할 지 여부도 관심이다. 현 체제는 2016년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통합 과정에서 선택한 과도기적 체제였다.

      당시 상대적 다수였던 현대증권 출신 직원들을 다독이기 위해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을 유임시켰고, 경영관리본부장 등 관리자직에도 현대증권 출신들을 중용했다. 주특기에 따라 WM과 S&T는 윤경은 대표, IB와 글로벌부문은 전병조 KB투자증권 대표가 맡는 체제가 이때 도입됐다.

      연착륙에는 실패했다. 두 대표의 불화설이 끊이지 않았다. 서로 견제하기 위해 정보를 숨기거나 협조를 거부하는 정황이 일부 포착됐다. KB금융은 영업부문에서 두각을 보이던 은행의 박정림 당시 부행장과 한누리투자증권 시절부터 IB부문의 지주가 되어온 김성현 당시 부사장을 기용해 이런 난제를 해결하려 했다. 각 영역의 전문가에게 경영을 맡겨 KB증권을 전문가 집단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청사진도 있었다.

      투 톱 교체 직후 순항하는 듯 했던 KB증권은 결국 라임사태와 S&T부문 실적 부진 등으로 기세가 꺾였다. 당초 구조조정의 총대를 맬 것이라고 여겨졌던 박정림 대표는 결국 조직에 메스를 대지 못했다. 지난해 별도 기준 KB증권의 1인당 순이익 규모는 1억165만원으로, 비슷한 자본 규모의 삼성증권(1억5213만원)의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은 2016년 증권가에서 명망이 높은 경력자를 새 통합법인의 단독 대표로 세우고 싶어했지만, 적임자가 없어 결국 각자대표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두 대표에 대한 중징계안이 확정된다면 KB증권은 당분간 영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태가 될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