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세부담 줄이고 영향력 유지할 방안도 거론
물산·재단 유증 시 부담 전가·편법 승계 비판 가능
외부 투자자도 부담…”결국 세금 내고 받아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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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재산 중 핵심은 삼성전자 지분이다. 시가만 15조원에 상속세도 막대하다보니 이 부회장 일가의 세부담을 줄이면서 지배력을 유지할 방안으로 삼성물산이나 그룹 내 재단에 주식을 유증(遺贈ㆍ유산 증여)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다만 이 경우 비금융지주사 강제전환, 세금 전가 및 편법 승계 비판 등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이재용 부회장 일가가 비판과 감시를 감수하고 다른 수를 찾기보다는 낼 세금은 내고 삼성전자 주식을 받아올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장에서 다시 만들어내기 어려운 지분율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배당 성향도 강해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 정리하거나 다른 곳에 넘길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건희 회장이 남긴 상속재산 중 주식 지분가치는 총 18조1921억원(23일 종가 기준)이고, 그 중 삼성전자 지분(4.18%) 시가가 15조원에 이른다.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속세 중 삼성전자 해당 분이 대부분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분 전부 혹은 대부분을 받아야 지배력이 공고해지지만 부담이 만만치 않다.
당장 이 부회장 등의 세금 부담을 줄이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법으론 이건희 회장이 유언으로 삼성물산에 해당 지분을 증여(유증)하는 것이 거론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을 승계한 후 다시 주식을 넘기는 형식이 아니다 보니 두 단계의 거래와, 두 번의 세금 부담을 하나로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증여받으면 지분율이 현재 5.01%에서 9.19%로 높아져 삼성생명(8.51%)을 넘어 최대주주가 된다.
하지만 이렇게되면 삼성물산 총자산 중 자회사 지분가치(지주비율)가 50% 이상이 넘어 비금융지주사로 강제 전환된다. 삼성전자 지분율을 20%조원까지 늘려야 하는데 수십조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삼성그룹에는 호암재단, 삼성복지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문화재단 등 수많은 재단이 있다. 이건희 회장이 이 쪽에 삼성전자 지분을 넘기기로 유언했다면 이재용 부회장 일가의 직접 세부담은 줄이면서 지배력은 유지할 수 있다. 재단들은 삼성물산,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 주식을 조단위 규모로 가지고 있다.
다만 이 때는 편법 상속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룹들이 많이 활용했고 문제가 되기도 했던 ‘옛날 방식’이다. 예전처럼 재단 출연시 세제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2015년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취임하며 재단을 통한 우회 상속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누구에게 유증을 하든 이재용 부회장 일가가 부담할 세금을 다른 주체에 넘긴다는 점에서는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건희 회장이 건강 악화로 쓰러지기 전, 혹은 와병 중에라도 법이 정한 엄격한 요건에 따라 유증의 뜻을 밝혔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전자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과 뜻을 함께하는 외부 투자자에 넘기는 방안도 있다.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와 연을 맺기 위해 십수조원 정도는 쓸 수 있는 국부펀드나 사모펀드(PEF) 등 투자자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 이 경우는 언젠가는 수익을 돌려줘야 할 것이고, 파킹성 거래라는 시선도 의식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투자의 본질 상 오너 일가와 언제나 같은 뜻을 유지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삼성그룹은 전통적으로 외부 투자금을 받는 데 관심이 없었다.
삼성그룹 사정에 밝은 한 자문사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 중이고 각계의 감시가 심한 상황에선 재단 등에 지분을 유증해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도, 지분을 잠시 맡아줄 외부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도 쉽지 않다”며 “이건희 회장이 어떤 유언을 만들어뒀을지는 모르지만 신세계그룹처럼 세금 내고, 주식은 받는 정공법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 등이 삼성전자 지분을 받아오면 일단 상속세 6분의 1을 내고, 이후 5년간 연부연납하면 된다. 매년 1조원 중반의 현금이 필요한데 그간 확보한 배당금과 앞으로 더 높아질 삼성전자 배당 성향을 감안하면 조달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한 증권사 삼성그룹 담당 연구원은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팔거나 다른 곳에 넘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앞으로 삼성전자 배당 성향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오너 일가가 당장의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지분을 안고 가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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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26일 16:1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