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지원 속 태양광 육성 성과…새 성공 사례 쓸지 미지수
M&A 성과 적고 니콜라 투자선 잡음…역량에 의문부호 붙어
과거사업 정리 어려워…젊은 총수에 직언할 인사 있을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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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은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승진으로 3세경영 체제를 조기에 구축했다. 태양광 육성 공로를 인정받은 김 사장은 앞으로 새로운 성공 사례를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녹록지는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사업에선 아직 큰 성과가 없고 비주력 사업 정리는 쉽지 않다. 니콜라 문제로 김동관 사장의 투자 안목에 의문 부호도 붙었다. 그룹을 오랜 기간 이끌 젊은 수장에 직언을 할 인사가 있느냐도 향후 전략 설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요소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10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이 부사장 승진 1년이 되지 않아 사장 대표이사로 다시 승진했다. 그 외에 9명의 신임 대표이사도 선임됐다. 태양광 초기 공신들이 대거 신임 대표에 오르며 김동관 사장 친정 체제가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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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사장은 2010년 그룹에 들어온 후 한화솔라원, 한화큐셀을 거쳤다. 그룹 ‘태양광 육성’ 공적을 쌓는 이상적인 길을 밟아 왔다. 한화에너지는 작년 3억달러 규모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당시 한 관계자는 한화에너지가 척박한 미국 리테일 시장에서 사업을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상황을 접하고 ‘애국심이 생기는 딜’이라고 했다. 김 사장의 성공엔 후계자가 실패하지 않도록 지원한 그룹의 역할도 작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동관 사장 체제로 인해 그룹의 역량을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반대로는 스스로 수장으로서 역량을 증명해야 할 부분들도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몇몇 난제들도 거론된다.
일단 '니콜라'에 대한 평가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2018년 미국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에 1억달러를 투자했다. 두 회사는 김동관 사장이 지분 50%를 가진 에이치솔루션의 자회사와 손자회사다. 그룹 승계의 핵심 계열사이자 김 사장의 뜻을 받아 사업을 확장하는 데 가장 앞장서는 곳으로 꼽힌다. 니콜라의 사업성을 높이 보고 원래 계획보다 더 많은 주식을 받아왔다. 6월 니콜라가 상장한 후 주가가 폭등하자 김 사장의 혜안이 주목받았다. 금방이라도 태양광 치적을 넘어설 것으로 보였다.
이후 니콜라 사기 의혹이 불거지자 이에 대한 평가가 반전됐다. 김동관 사장의 투자 안목에 의문 부호가 붙었고, 지금 승진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화그룹에서 니콜라는 일종의 ‘금기어’가 됐다. 김 사장의 핵심 측근이자 니콜라 투자 주역인 민구 한화큐셀 미국법인장(전무)은 이번 인사에서 유럽법인장(전무)으로 자리를 옮겼다. 니콜라 문제가 조금만 늦게 터졌어도 민 전무가 부사장으로 영전해 한국으로 돌아왔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에 대해 한화그룹은 수평이동으로 문책성 인사는 아니란 입장이다.
글로벌 M&A 부문에서의 성과도 필요할 전망이다.
김동관 사장은 미국에서 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왔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산업 육성 의지가 크다. 맥킨지 출신이자 그룹 전략에 관여해 온 박흥권 한화종합화학 사업부문 대표도 적극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동관사장 라인의 국내외 계열사들이 태양광, 첨단소재, 항공기 부품 등 성장성 높은 기업의 M&A 기회를 적극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금까지는 드러낼 공적이 많지 않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글로벌 화학사 사솔(Sasol)의 미국 에탄크래커센터(ECC) 화학단지 지분 인수에 나섰으나 경쟁자들이 써낸 금액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함께 참여한 금융사들도 애초 기대가 크지 않았다. 최근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그로윙 에너지 랩스(GELI)를 인수하며 첫 M&A를 성사시켰지만 금액은 크지 않다. 2016년엔 한화첨단소재가 미국 자동차 소재기업 컨티넨털스트럭처럴플라스틱스(CSP) 인수에 나섰으나 성과가 없었다. 아직 해외서 빅딜을 할 역량이 부족한 것 아니냔 시선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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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차원에서는기존 사업을 정리하고 재무구조를 탄탄히 해야할 과제들도 남아있다. 특히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를 극복해야 한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실적은 작년부터 개선되고 있지만 그룹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화학 등 다른 영역에선 현금창출력이 꺾이고 있다. 증권사들은 이들 계열사들이 태양광 사업에 보증을 선 것까지 감안하면 실질 재무구조는 보이는 것보다 더 나쁠 것으로 보기도 한다.
부담을 줄이려면 비주력·저성장 산업을 정리가 필수다. 이미 시장에서는 ㈜한화 철강·식품사업, 한화솔루션 PVC 사업, 해외 리조트, 국내 골프장, 유통사업 등 매각 의지를 밝혔거나 매각설이 돌았던 사업들은 모두 잠재 매물로 분류된다.
문제는 이들 산업들은 대다수가 인수에 관심을 갖는 곳을 찾기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사실 한화의 자산이나 사업부 매각은 투자은행들 입장에선 원매자들만 찾을 수 있다면 거래 기회를 잡고 한화그룹과 관계도 돈독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 인수자 찾기의 어려움 때문에 거래 실패를 우려해 한화그룹과 관계가 악화되거나 시장에서 평판 악화를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김동관 사장에게 시장 상황에 대해 직언할 인사가 있느냐도 향후 전략 설정에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짧은 임기만 부여받는 임원들이 그룹을 오래 이끌 젊은 수장에 불편한 말을 전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화큐셀은 작년부터 해외 경쟁사 3곳을 대상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일찌감치 비침해 예비결정을 내렸다. 독일은 최근에서야 한화큐셀의 손을 들어줬다. 결과적으론 소송의 근거가 없지는 않았던 것이지만 문제는 회사 안팎에선 처음부터 소송의 실익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심지어 한화그룹 법무 쪽에선 승리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김동관 사장의 의지가 강하다 보니 다른 뜻을 개진하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한 국내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김동관 사장이 특허침해 소송 의지가 강했지만 국내에선 이기기 쉽지 않다고 봤다”며 “그룹 오너 관련 자문은 결과가 좋아야 하는데 전망이 불투명하다보니 대형 법무법인들도 완곡히 거절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말했다.
한화종합화학은 삼성그룹과 맺은 약정에 따라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기반, 상장 유지 비용, 재벌 승계 테마주에 대한 이해도 등을 감안하면 한국 상장이 가장 수월하지만 회사는 미국을 먼저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김동관 사장이 글로벌 시장서 존재감을 살리기 위해 한화종합화학의 미국 상장을 강하게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장 의지가 강하니 이에 대해 언급이 쉽지 않은 분위기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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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22일 11:0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