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증자 '덜컹덜컹'...투심 악화에 자금 조달 '위험신호'
입력 2020.10.28 07:00|수정 2020.10.27 17:54
    메디톡스·헬릭스미스 주주배정 유상증자 '위기'
    제약·바이오 업종 전반 신뢰도 하락할 가능성
    정부 K-바이오뉴딜·유동성 기댄 '공모조달' 한계
    • 공모 시장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의 잡음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재개된 바이오주(株) 랠리와 유동성 장세에 기댄 자금 조달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정부 차원 K-바이오 뉴딜이 본격화한지 반년도 지나지 않아 지난해 바이오 쇼크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2일 한국거래소는 메디톡스에 공시 번복을 이유로 불성시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메디톡스가 전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무상증자를 철회하겠다고 공시한 지 하루만이다. 메디톡스는 유상증자 납입일 하루 전에 철회 결정을 공시했다. 공모청약 참여율이 저조하지는 않았다. 구주주 청약에서 104% 이상 청약률을 기록했지만 대급 납부일을 하루 앞두고 중단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전일 금융감독원은 헬릭스미스의 증권신고서에 대해 두 번째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헬릭스미스 역시 채무상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그간 공·사모 방식으로 조달한 자금의 사용 내역이 증권신고서와 다르게 사용되었다는 이유로 유상증자 추진이 가로막힌 상황이다.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코스닥 내 시가총액 상위에 머물던 제약·바이오 기업의 유상증자가 연이어 난항에 처하면서 우려는 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올해 유상증자를 실시했거나 추진 중인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우려는 크게 두 가지다. 증자를 통해 마련한 재원이 투명하게 활용되지 않는다는 점과 최대주주 지분 희석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헬릭스미스는 최근 펀드사기 문제가 불거진 고위험상품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며 공모조달 금액의 사용처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유상증자를 마무리하지 못한 헬릭스미스와 메디톡스를 포함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나선 한국유니온제약, 펩트론 등은 최대주주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드러난 이야기를 종합하면 주주 돈으로 필요자금을 조달하는데 사용처도 불투명하고 최대주주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식"이라며 "산업 자체에 대한 신뢰도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국내 증시에서 존재감이 확대했지만 급등한 건 주가에 불과하고 산업 경쟁력은 전에 비해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의 주가는 코스피와 코스닥에 비해 월등히 높다. 정부 차원의 K-바이오 육성 정책과 유동성 장세가 주가 급등으로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경쟁력과 무관하게 제약·바이오 업종 전반의 조달환경도 좋아졌다. 실제로 올해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에 나선 제약·바이오 기업은 11곳에 달한다. 바이오 산업은 업종 특성상 본격적인 수익 확대 시점이 불투명하고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 비용이 필요한 만큼 주식자본시장을 통한 조달이 주를 이룬다.

      투자금융(IB)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유동성 힘에 기대서 주가가 오를 거라는 기대감 만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조달한 기업이 전에 없이 많은 편인데 바이오 업종 비중이 꽤 높은 편"라며 "최근 들어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심이 다시 악화하면서 공모시장에서의 조달 역시 한계점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