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은행'임에도 불구, 대형 금융지주사 10배 밸류
관건은 2년뒤 상장…밸류에이션 '인정' 받느냐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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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가 TPG캐피탈을 새로운 주주로 초청하면서 총 75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카카오뱅크로선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 저지선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록 과열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 TPG는 장외 시장의 열기에 기대 막대한 차익을 노릴 수 있게 됐고, 재무적 투자자(FI)로서 회수 보장책도 확보한 상황이다.
다만 평가는 엇갈린다. 테크기업의 성장성과 혁신성이 부각되는 분위기지만, 결국 업의 본질은 은행이다. 그럼에도 불구, 이번 투자에서 카카오뱅크에 대한 밸류는 거대 금융지주사인 하나금융지주와 같은 규모로 인정받기를 요구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로만 따지만 카카오뱅크가 1분기에만 1조원 수익을 내는 신한지주보다 무려 10배나 더 높다. 이런 밸류가 수년 뒤 IPO과정에서 그 이후까지 그대로 유지될지, 아니면 거품이 꺼질지가 관건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뱅크 이사회는 27일 7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5000억원은 기존 주주들에 지분율대로 배분하고, 2500억원은 TPG로부터 유치하기로 했다. 신주 발행 가격은 주당 2만3500원이며, 카카오뱅크 기업가치는 8조5800억원(증자 전)으로 평가됐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대고객 영업을 시작한 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몇 없는 혁신 기업 ‘카카오’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고, ‘테크기업’ 성격도 있으니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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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성장세를 구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가치 평가는 이견도 적지 않다. 매력도는 있지만 결국은 은행으로 봐야한다는 시각이 많다.
카카오뱅크는 납입자본금(1조8255억원) 대비 4.7배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증권업계의 추정 가치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국내에 마땅한 비교그룹이 없어 평가는 제각각이지만 대체로 6조~9조원으로 거론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증권사는 6월 리포트에서 올해 상장전 투자 및 내년 상장시 신주 발행을 거친 후의 시가총액을 약 9조원, PBR은 3배로 예상하기도 했다.
최근 주요 금융지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0.4배를 오간다. 카카오뱅크는 현재로도 그보다 10배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고, 시가총액 9조원대의 하나금융지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아직 ‘우량 개인 고객 신용대출’ 뿐인 카카오뱅크 가치를 다양한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갖춘 대형 금융사보다 훨씬 높이 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지적이 많다. 은행은 대표적인 '투하 자본 대비 이익이 낮은' 산업이다. 직접 은행을 하는 카카오와 그 자본으로 다른 곳과 손을 잡는 네이버의 향후 성적표에도 관심이 모인다.
게다가 현재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뱅크는 장외에서 40조원, 즉 KB·신한·하나금융 지주 시가총액을 합한 정도의 가치로 거래되고 있다. '비이성적인 과열'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해외로 눈을 돌려봐도 가치 평가 근거를 찾기 쉽지 않다.
영국의 챌린저뱅크(Challenger Bank)는 지급결제업무 중심이라 예대마진 위주의 카카오뱅크와 결이 다르다. 상장 해외 인터넷은행은 미국 알리파이낸셜(Ally Financial), 일본 세븐뱅크(Seven Bank) 등인데 가치 평가는 후하지 않다. 알리파이낸셜은 전통은행과 비슷하고, 세븐뱅크는 ATM 수수료 위주라 테크기업으로 보긴 어렵다.
한 외국계 IB 임원은 “카카오뱅크가 좋은 회사이긴 하지만 결국은 돈을 조달해 빌려주는 은행이기 때문에 높은 가치를 주기는 어렵다고 봤다”며 “앞으로 성적표도 다른 은행들과 같이 기초 자본을 얼마나 늘려가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카카오뱅크로서는 이번 기회에 일종의 '마지노선'을 설정한 효과를 보게 됐다.
카카오뱅크는 매년 기존 주주 대상으로 액면가 5000원을 기초로 자본금을 늘려왔지만, 이번에 FI를 초빙하면서 ‘외부 가치 평가’를 수치화했다. 즉 지금 회사의 가치는 10조원에 육박하며, 상장은 이 이상 가치로 진행될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주게 됐다. 더구나 그 대상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PEF니 판단의 신뢰도도 더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번 자금을 기점으로 카카오뱅크는 2022년 상반기 상장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기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상장에 앞서 가치산정의 근거를 만들기 위해 바람몰이에 나선 것으로 본다”이라며 “시장에 글로벌 PEF는 할인을 적용한 가치로 손을 잡았을 것이니 향후 상장 때는 그보다 높은 값을 받아야 한다는 신호를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거래에서 TPG는 FI로서 통상 상장전 투자에 적용되는 구주우선매출권, 적격상장 요건 충족 등 회수책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 카카오뱅크의 성장 과실을 직접 마주하지 않아도, 혹은 상장 후 기업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더라도 수익 확보는 가능할 전망이다.
TPG는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5000억원), 녹수(3600억원) 투자에 성공했으나 이후 성과는 뜸했다. 그나마 두 건 모두 이상훈 대표가 TPG로 오기 전부터 공을 들이던 거래였다. 이후 숱한 거래에 이름을 올리며 자문 비용 지급에 후하단 평가는 얻었으나 실제 손에 쥔 성과는 크지 않았다. 올해 초 헬스밸런스(2800억원) 인수에 성공하며 한숨을 돌렸고 이후 이번 카카오뱅크 투자가 진행됐다.
다만 이번 투자는 한국 시장에 특화된 메자닌 투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증권사 IB 임원은 “드라이파우더가 쌓인 다른 글로벌 PEF와 마찬가지로 TPG도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결국 예대마진 먹고 사는 은행에 대한 지분투자에 대한 평가는 기다려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상장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IPO이후 '따상'만 하면 엑시트가 가능할 수 있는 장점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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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28일 16:2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