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 부진, 투자 지속…계열분리·고배당 쉽지 않은 호텔신라
입력 2020.10.30 07:00|수정 2020.11.02 09:49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에 주가 상한가
    현금 여력 없고 운전자본 부담 커
    고배당 사실상 어려워
    •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삼성그룹주(株)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커지고 있다. 지분상속과 증여세, 그리고 재원 마련을 위한 배당 확대 가능성 때문이다. 이부진 사장이 맡고 있는 호텔신라도 해당된다. 특히 호텔신라 우선주는 26일 전일 대비 30% 오른데 이어 27일 장중 10만4500원까지 거래되며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급등 배경엔 이부진 사장이 자신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호텔신라에 넘기며 호텔신라 지배력을 강화, 향후 계열분리에 나설 거란 기대감이 깔려있다. 현재 호텔신라 최대주주는 삼성생명 등 삼성 계열사들(17%)로 이 사장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전혀 없다. 계열분리를 위해선 보유 중인 삼성물산(5.55%)·삼성SDS(3.90%) 지분과 스와프(맞교환)를 통해 호텔신라 지분을 취득하는 안이 거론된다.

    •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이부진 사장이 그룹의 정점이자 지배구조 개편 핵심에 있는 삼성물산 지분을 포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또 호텔신라가 몇 년간 대규모 투자가 예고돼 있어 삼성그룹에서 벗어나는 것이 부담이라는 평가다. 계열분리보다 전문경영인으로 호텔신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호텔신라가 배당을 늘리는 것도 여의치 않다. 사업 전망만 놓고 봐도 당분간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쉽지 않아보인다. 이에 증권가에선 호텔신라가 고배당을 강행할 가능성은 삼성그룹 계열사들 중에서도 가장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호텔신라 우선주 주가가 오르고는 있지만 함께 반등한 삼성물산과는 경우가 다르다고 본다"라면서 "이익잉여금이 적다고 볼 순 없지만 대규모 투자금이 투입될 사업이 대거 예고돼 있고 실적도 부진한 상태라 배당 여력이 없다"고 분석했다.

      지난해말 4000억원이 넘었던 호텔신라의 현금성자산(개별기준)은 올해 6월말에 1600억원대로 줄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은 7300억원에서 1조2100억원으로 늘었다.

      호텔신라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평을 종합하면 ▲실적 부진으로 자금운용이 어려워지며 배당 여력이 떨어졌고 ▲운전자본 부담이 큰 비즈니스 특성상 고배당 정책 기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으로 요약 가능하다.

      그간 탄탄한 수익성을 자랑해온 호텔신라는 지난 1분기에 창사 이래 최초로 영업손실(670억원)을 냈다. 2분기에도 634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 6.2%를 기록했지만 상반기 -8.5%까지 떨어지며 한국신용평가가 제시한 등급 하향 트리거(4% 이하)에 도달했다. EBITDA(상각전영업이익)가 적자 전환되며 ‘총차입금/EBITDA’도 신용평가사들의 기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올 연말 등급이 하향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채권 유통시장에서는 호텔신라 회사채가 이미 회사 동일 등급 AA 회사채들에 비해 30~40bp 이상 높은 금리로, 즉 한 단계 낮은 A+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된 캐시카우였던 면세 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매출 비중이 전체의 95%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의존도를 낮추고 호텔 및 레저 산업으로 분산하며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신규 출점이 잇따라 예고돼 있어 재무 여건이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투자 확대와 맞물려 재무 레버리지 비율이 더욱 악화할 우려가 있다.

      향후 몇 년 간은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거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배당 여력은 더욱 없을 거란 평가다. 현금으로 직접 매입해 운전자본 부담이 많은 비즈니스라 이익잉여금을 쌓으면서 오히려 배당 부담을 줄여야 할 실정이다.

      호텔신라는 대표적인 '짠물 배당' 주로 꼽힌다. 지난 2014년 이후 5년째 비슷한 규모로 배당에 나서고 있다. 평균적인 시가배당률은 보통주 0.5%, 우선주 0.9% 수준으로 은행 이자율보다도 낮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 배당 기대감을 키웠던 2018년에도 배당성향은 오히려 12%대로 내려 앉았다.

      당장은 이부진 사장이 삼성물산이나 삼성SDS 등 다른 계열사를 활용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6년간 이들 계열사로부터 배당금을 수취하며 현재 983억원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추가적인 재원 확보는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하거나 주식담보대출을 받는 등의 방식이 될 거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