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상황 약화는 불가피…중장기 투자 여력도 줄 듯
빅딜 후에도 대규모 투자 계획 줄줄이…경쟁사도 꿈틀
조기에 수익성 끌어올리느냐에 중장기 성패 갈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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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10조원을 들여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자금 마련에 부담이 없을지 관심이 집중돼 있다. 자체 현금 및 외부 차입, 재무적투자자(FI) 초빙 등 다양한 수를 감안하면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단 차입 규모에 따라 재무부담은 늘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자본적지출(CAPEX) 여력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낸드에서도 글로벌 2위에 오르게 되겠지만 기술 변화, 글로벌 규제, 고객 기반 유지 등 신경 쓸 요소가 많다. 경쟁자들의 움직임도 살펴야 한다. 재무부담을 최소화하고 계획한 투자를 집행하기 위해선 결국 양수 사업부와의 시너지 효과가 최대한 빨리 나타나야 한다.
미국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옵테인 사업부 제외)의 인수대금은 총 90억달러(10조3104억원) 규모로 SK하이닉스는 내년말 70억달러, 2025년 20억달러를 나눠서 지불할 예정이다.
그만한 설비를 갖추기 위한 투자금을 감안하면 싸게 샀다는 의견과 자본규모나 매출 대비 싸게 인수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인텔 낸드 사업부의 자본 규모는 약 3조원(작년말 기준), 2018년 투자한 키옥시아는 7조원 중반(3월말 기준)이다. 올해 키옥시아가 상장에 나서며 제시한 기업가치가 15조6000억~19조5000억원이었다.
가치평가를 떠나 SK하이닉스가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내년 회사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18조5000억원, 연평균 CAPEX와 배당을 각각 약 13조원, 약 1조원으로 가정한다면 절반가량은 마련할 수 있다는 예상이 있다. 회사는 상반기 기준 5조원가량의 현금성자산이 있고, 국책·특수은행 중심의 인수금융협의체도 지원을 검토 중이다. 지원 여부나 규모가 달라질 수 있으나 금융업계에선 지원 규모를 30억달러 수준으로 거론하고 있다. 이 외에 사모펀드(PEF) 등도 SK 쪽에 투자 기회를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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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지표 악화는 불가피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인수자금 대부분을 차입으로 조달한다고 가정하면 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이 기존 0.7~1배에서 1~1.4배(2021~2022년)로 높아져 등급 하항 전제조건(1.5배)에 다가갈 것으로 봤다. 한국기업평가는 등급하향 변동요인으로 순차입금/EBITDA 0.3배, 차입금의존도 10%를 제시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이 요건에 걸리는 상황이라 차입을 최소화하더라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룹 차원에서 자본확충에 나서자니 신경 쓸 것이 적지 않다. 그룹 전체로 보면 에너지·화학 분야의 현금창출력이 악화했고, 다른 영역도 투자 부담이 있는 상황이다. 모회사나 지주회사가 증자로 자금을 지원하기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SK그룹이 저성장 사업 정리 작업을 신중하게 하는 것 역시 그룹 전체의 현금 흐름이 꼬일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란 시선이 있다.
SK하이닉스가 일단 내년 인수자금은 마련한다 해도 그 후의 설비투자 부담 역시 커진다.
SK하이닉스는 2018년부터 20조원을 들여 M16 공장 증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엔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2년 이후 총 120조원을 투자해 D램 및 차세대 메모리 생산 팹(FAB) 4개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인텔 낸드 사업에 큰 돈을 쓴 직후부터 막대한 투자금이 또 들어가야 하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물론 인텔 낸드 사업 연구개발(R&D) 부담도 더해진다.
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할 반도체 기계설비는 보통 감가상각이 4~5년 수준으로 빠르게 이뤄진다. 설비투자를 늘리면 뒤따라 감가상각 규모가 늘고 눈으로 보이는 이익률이 떨어질 수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은 D램 2위 자리를 공고히 하던 차에 이번 빅딜로 낸드 부문에서도 2위에 오르게 됐다. 고부가가치 SSD 기술을 확보했고, 경쟁 부담도 줄였으나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낸드는 아직 D램보다는 경쟁자가 많다. 기존 낸드 2위 업체인 키옥시아는 웨스턴디지털과 손잡고 낸드플래시 공장 증설에 1조엔(약 11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며 맞불을 놨다.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확장 전략에 나서느냐도 변수다. 이런 상황에선 자금 부담이 있어도 투자 속도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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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 인수 후 얼마나 빨리 수익성을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중장기 이후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빨리 돈을 벌어 투자 부담을 완화해야 하는데 기술 변화, 고객 유지, 글로벌 규제 등 변수가 많다.
지금까지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은 글로벌 점유율에 비해 돈이 되지 않았다. SSD가 완제품이라면 낸드는 단순한 부품 수준이니 부가가치가 낮았다. SSD 사업에 강점이 있다는 인텔 낸드 사업조차 매년 적자를 내다가 올해 상반기 흑자전환했다. 반짝 반등인지, 본격적인 수익 구간에 든 것인지는 좀더 추이를 살펴야 명확해 질 것이란 평가다. SK하이닉스 낸드 사업과 시너지효과 평가는 그 후의 일이다.
낙관론도 있다. 이번에 SSD, 그 중에서도 가치가 높고 대규모 수요가 있는 기업향 SSD(eSSD) 기반을 확고히 했기 때문에 점차 수익성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 낸드 주요 사업 기반이 중국에 있다는 점, 그룹 차원에서 통신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우시 공장에서 D램을 만들던 SK하이닉스는 이번 빅딜로 낸드 영역에서도 다른 업체보다 발 빠르게 중국 시장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며 “모회사 SK텔레콤이 통신망을 이용해 데이터센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SK하이닉스가 메모리를 공급하는 등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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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29일 16:2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