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티저 발송…사모펀드들 “가격 높다”
입력 2020.11.02 07:00|수정 2020.11.03 09:40
    사모펀드 등에 티저 발송
    기업가치 2.5조~3조원 거론
    고밸류에 사모펀드 투자 망설여
    주관사 수수료 놓고도 '설왕설래'
    • 카카오모빌리티 투자유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투자유치를 위한 티저레터(투자안내서)까지 배포됐다.

      다만 이를 수령한 사모펀드들 사이에서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7년 글로벌 사모펀드인 TPG로부터 투자유치를 받을 때보다 두배가량 높은 몸값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주관사 수수료도 통상의 경우보다 높아 투자자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 투자유치 주관을 맡고 있는 UBS가 글로벌 사모펀드 등에게 티저레터를 발송했다. 기업가치 기준 2조5000억원에서 3조원가량을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가 구주를 일부 매출하고 증자를 통해 사업확장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 나서기 위함이다.

      사모펀드들 사이에선 3조원에 육박하는 기업가치는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2017년 TPG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유치를 받았을 때 당시의 회사 기업가치는 1조6000억원 정도로 평가됐다. 매출 성장세가 빨라지고 올해를 기점으로 흑자전환이 기대된다고는 하나, 3년 만에 기업가치가 두배 정도 뛸 정도로 회사의 수익창출능력이 좋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게 사모펀드들의 평가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카카오가 생각하는 밸류에이션과 사모펀드 입장에서 투자할 수 있는 밸류에이션의 갭이 상당히 벌어져 있다”라며 “사업적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전략적 투자자를 제외하고는 3조원에 이르는 기업가치를 받아줄 수 있는 곳을 찾기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TPG 투자 이후 추가적인 투자자 모집은 지난해부터도 꾸준히 물밑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복수의 투자자 접촉은 있었으나 밸류에이션 차이로 번번히 투자유치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에 UBS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적극적인 투자유치에 나선 것은 그만큼 재원 마련이 시급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내비게이션, 주차장 예약, 카풀 서비스 등 사업영역 확장에 나섰다. 여기에다 법인택시회사와 택시운송가맹사업자를 연달아 인수하는 등 대규모 투자금이 들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50여개 법인택시 회사가 모연 만든 국내 최대 택시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의 지분 70%를 인수하기도 했다.

      2018년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사업을 시도하려 했으나 택시 업계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현 제도 틀 안에서 사업 확장을 위한 방편 중 하나로 택시 업체 인수에 나섰다. 규제 때문에 당초 생각지도 않았던 방향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변경되고, 이에 따라 더 많은 투자금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우버 모델을 생각하고 투자를 고민했지만, 택시운송업체를 인수 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이 초기와 많이 달라졌다”라며 “새로운 모빌리티 혁명을 기대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선 택시운송 회사에 투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라는 지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UBS가 투자유치에 성공하게 될 경우 받게 될 수수료에 대한 말들도 나오고 있다. IB업계에선 이번 투자유치금 수준이 IB들이 통상적으로 받는 수수료(2~3%)보다 두 배 이상 높다는 언급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카카오모빌리티의 투자유치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고,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금의 상당량을 주관사에 떼어줘야 한다는 의미다. 사모펀드들 사이에선 이렇게 높은 수수료를 떼가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사모펀드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 투자에 높은 밸류에이션을 요구하면서 주관사에 떼는 수수료가 이렇게 높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