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 이슈 넘긴 LG화학, 중요해질 '배터리 성장계획' 가이드라인
입력 2020.11.02 07:00|수정 2020.11.03 09:38
    배터리 재평가·외형성장 위한 발판 마련
    중장기 성장계획 두고 다양한 관측 거론
    신설법인 출범 전후해 전략 가시화해야
    • LG화학의 전지사업부 분사는 싱겁게 끝났다.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2대 주주 국민연금과 일부 소액주주가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대다수의 투자자는 LG화학의 비전에 공감하고 힘을 실었다. 한달 뒤 전지사업부는 LG화학의 100% 자회사로 출범된다.

      앞서 LG화학은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2024년까지 매출 30조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는 없을 것이며 LG화학이 70~80% 이상의 지배력을 유지해 지분 희석도 최소화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개인투자자의 투매로 단기간 내 주가가 급락하자 3년간 주당 최소 1만원, 매년 30% 이상의 배당성향을 이어가겠다는 당근도 제시했다.

      이번 분할 통과로 배터리 독립을 통한 재평가와 외형성장의 발판은 마련했다. 앞으로 성장전략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더 엄격해질 전망이다.

    • LG화학은 신설법인의 상장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상장 계획에 대해선 확정하지 않았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다고 가정했을 때 최소 1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상장 시점이나 위치에 대해서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신설법인의 상장 계획에 따라 평가도 나뉠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나스닥에 상장한다고 가정할 경우 ESG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패시브 자금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고 시장점유율 1위 프리미엄을 인정받아 기업가치가 대폭 상승할 수 있다"라며 "글로벌 자본이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을 대신해 LG화학을 선택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이 어느 시장을 선택할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해외 상장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투자자들은 코스피에 상장한 LG화학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배터리 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 중복상장으로 인한 LG화학 지분희석 문제는 최소화할 수 있지만 분할결정 당시와 같은 주주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와 해외 증시에 동시상장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어디까지나 외부에서 나온 시나리오 중 하나다.

      상장 준비 기간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내부에서는 당초 1년에서 3년 단위의 전지 사업부 분할상장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미 다양한 전기차 업체가 LG화학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역시 다수 완성차 업체와 합작법인(JV)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미국 GM과의 협력 사례와 마찬가지로 JV 설립은 당장 상장을 추진하지 않더라도 증설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테슬라가 배터리 내재화를 통해 수직계열화에 나섰지만 LG화학의 생산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라며 "일부 배터리 제조사가 취하고 있는 것처럼 LG화학이 테슬라의 차세대 배터리를 위탁생산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주총 전 투자자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3년 단위 배당정책을 발표했다. 3년간 연결기준 30% 수준의 배당성향을 약속하며 배당금액을 매년 최소 1만원으로 계산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 이후 LG화학의 연결기준 순이익이 2조3000억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주환원책을 지키기 위해선 3년 동안 LG화학의 연결기준 순익에 신설법인 이익이 100%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의 관측이 다양한 만큼 LG화학이 신설법인 출범과 함께 중장기 청사진을 공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분할계획 반대 의결권 행사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다수 개인투자자가 여전히 분할 결정에 분개하고 있다. 찬성 주주 역시 분할 이후 신설법인의 성장계획에 대해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요구하고 있다.

      증권사 배터리 담당 한 연구원은 "LG화학이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기존 사업부 성장전략 등 메시지를 내놨지만 결국 배터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핵심"이라며 "12월 신설법인 출범을 전후해 중장기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소통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