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바이든'...美 대선 역전극에 코스피 훈풍
입력 2020.11.05 15:05|수정 2020.11.05 15:10
    코스피 3주만에 장중 2400선 회복...코스닥 1.9% 급등
    불확실성 해소에 달러 약세 가능성이 호재로 작용한 듯
    미 증시는 부양책 기대 줄며 업종별로 큰 편차 보여
    국내 증시도 '전방위 훈풍'은 오래 지속 안될 듯
    • 10월 변동성 증시의 핵심 원인이었던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기울며 국내 증시에 훈풍이 불었다.

      업종별로 다소 편차를 보인 미국 증시와는 달리, 국내 코스피ㆍ코스닥은 업종 구분 없이 대부분의 종목이 상승하는 대세 상승장의 모습을 보였다. 달러 약세ㆍ원화 강세 가능성이 증시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5일 3시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2.16% 오른 2407.77를 기록하며 지난달 13일 이후 처음으로 240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 역시 2.2% 오르며 845선을 다시 넘어섰다. 코스피 코스닥 합산 2271개 종목 중 76%인 1738개 종목이 상승세를 보였다.

      대선 결과 불확실성에 따른 경계 심리가 작용하며 시초가 대비 하락 마감했던 전날과는 달리, 5일 증시는 불확실성 해소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을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이날 증시는 바이든 후보가 경합주에서 역전에 성공하며 의외의 대승이 유력해진 점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최종적으로는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 경우 트럼프 현 대통령이 재검표를 요구하거나 선거 결과에 대해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해도 결과엔 큰 영향이 없게 될 수 있다.

      또한 환율의 영향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0.0원, 0.88% 떨어진 1130.00원으로 거래됐다. 4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지며 환율이 상승 마감했던 것과는 정 반대의 분위기였다.

      시장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이 약(弱) 달러 현상을 심화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갈등 구조를 형성하고, 미국 우선 정책을 펼치며 약(弱) 위안화, 강(强) 달러를 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이 같은 갈등 구조가 해소되며 달러가 추세적으로 약세를 보일 거라는 전망이 많다.

      약달러로 인해 원화가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를 보이면 일반적으로 증시에는 호재로 인식된다. 제한적이지만 국내 수출 실적과 기업 이익이 견고하다는 방증이 될 수 있는데다, 환차익을 고려한 해외 투자 수요를 자극할 수 있어서다.

      다만 이런 전방위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당장 가까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이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꼽힌다. 실제로 일부 트럼프 지지자가 폭력을 행사하는 등,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내년 1월까지는 선거 결과로 인한 혼란이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상원 의회를 공화당이 장악하게 된 점 역시 낙관만 할 수 없는 배경으로 꼽힌다. 앞서 지난달 초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메릴린치는 대선 결과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공화당 상원'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았다. 대통령의 재정 부양책이 상원에서 막히며 경제가 디플레이션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메릴린치는 '바이든 대통령-민주당 상원'의 경우 가장 많은 재정 부양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재선-공화당 상원 유지'의 경우에도 현재 수준의 확장적 재정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봤다.

      실제로 삼성증권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이 같은 점을 업종별로 반영했다. 대규모 부양책의 수혜가 예상되던 항공ㆍ여행ㆍ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큰 폭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백화점 업체인 콜스의 주가가가 5% 떨어졌고, 아메리칸에어라인도 2%대 하락률을 보였다.

      부양책 축소에 따라 국채 공급 기대감이 줄며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하루에만 10bp(0.1%포인트) 넘게 하락했고, 시장 금리 급락에 따라 씨티그룹 등 주요 은행주 역시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트럼프 정부와 마찰을 빚던 나스닥의 대형 기술주들만 그간의 규제 이슈가 해소되며 급등세를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바마 케어'를 부활시킬 거라는 기대감에 헬스케어 부문도 4.5%가량 올랐다.

      이날 국내 증시의 경우 이 같은 업종별 특성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한진칼이 3.79% 오르는 등 항공업종이 강세를 보였고, 은행도 1.65% 상승세였다. 삼성전자가 2.5%대 상승세를 보이는 등 반도체 및 반도체장비 업종이 2.56% 오르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지수가 고점 대비 10%가량 하락하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던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심리적으로 증시를 압박하던 대주주 요건 3억원→10억원 완화 가능성이 커진 점 역시 호재로 작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