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준비하는 회사채 시장… 美대선·등급 조정·SPV 연장 촉각
입력 2020.11.10 07:00|수정 2020.11.12 11:02
    美대선 결과에… 韓회사채 시장 수혜볼까?
    연말 신용등급 조정은 변수…줄강등은 없을듯
    비우량채 투심 여전히 낮아…SPV 연장 기대
    • 크레딧 업계는 내년 시장 전망과 더불어 미국 대선 결과가 국내 회사채 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말에는 신용평가사의 수시평가와 정기평가, 정부의 회사채 지원 정책의 연장 가능성 등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시장예측을 벗어난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로 미국 국채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공화당이 상원에서 다수당을 유지해 ‘블루웨이브’(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승리)가 무산되면서다. 경기부양책 규모에 대해 양당의 입장 차이가 큰 만큼 민주당이 계획했던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한국 국고채 금리도 동반 하락했다.

      대선 결과로 혼돈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5일(현지시간) 또 다시 '제로금리'를 유지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0.00~0.25%에서 동결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위기로 미국 경제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증권사 크레딧 연구원은 “미국 대선 결과 자체가 국내 크레딧시장에 결정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블루웨이브’를 예상했던 것보다 재정정책 규모가 축소되면 간접적인 영향은 예상된다”며 “국채 발행이 줄어들고, 미 국채 금리가 하락해 국내 금리가 동반하락하면 금리가 좀 더 높은 크레딧으로 투자자들이 옮겨갈 수는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대선 이슈가 지나면 연말 신용평가사의 정기 평가 시즌이 본격 시작된다. 올해 6월 정기평가와 수시평가에서 ‘부정적’ 전망이 붙은 기업이 대거 늘었다. 10월 30일 기준 NICE신용평가가 36개, 한국기업평가가 37개, 한국신용평가가 32개 기업에 부정적 전망을 부여하고 있다. 부정적 전망을 달아놓은 기업의 등급 향방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가 연말 평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연말 시점에 수시조정을 통한 줄강등사태가 우려됐으나 최근 등급액션으로 보면 연쇄 강등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말에 등급 조정이 많이 될지라도 일시적일지, 아니면 지속적인 조정이 이뤄질 지는 변수로 남는다.

      크레딧 우려가 계속된 일부 기업들이 호실적을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LG디스플레이(A+/부정적)는 7분기 만에 흑자전환하면서 등급 하락 우려를 일부 덜어냈다. 현재 등급이 A+이기 때문에 한 단계만 강등되면 우량등급으로 평가받기가 애매해진다. 대한항공(BBB+/부정적)도 화물부문의 흑자 유지와 정부의 유동성 지원에 힘입어 올해는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업황 부진이 계속되는 호텔신라(AA/부정적 검토)와 호텔롯데(AA/부정적 검토), CJ CGV(A/부정적)는 여전히 등급 리스크가 큰 곳으로 꼽힌다. 재무개선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적자가 누적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CJ CGV의 경우 연말 정기평가 등급하락을 대비해 장기 등급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올해 코로나로 인해 시행된 회사채 정책지원의 연장 여부도 관심이다. 정부가 지난 7월 10조원을 출자해 결성한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의 활동기간은 내년 1월 31일까지다. SPV는 초기 자금으로 3조원을 납입했고 현재까지 1조6000억원 정도를 사용해, 1조3000억원 정도가 남았다.

      연장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한국은행은 또 다른 일반기업의 자금조달 지원 제도인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 운용기한을 내년 3월 3일까지 재연장하기로 의결했는데 10조원 한도 중 아직 지원 실적이 없다.

      이런 사례를 고려하면 시장에서는 SPV도 연장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하는 분위기다.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긴 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아 내년에도 기업들의 자금조달 자체는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내년 상반기까진 하위등급 회사채 투심이 쉽게 회복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SPV의 운영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기관들의 북클로징으로 연말에 회사채 발행 문이 닫혔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들이 SPV 수혜를 받을 시기는 얼마 남지 않았다. 11월 첫째주와 둘째주엔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곳이 없다. 18~19일 하나에프앤아이, 삼성물산, NH투자증권, ㈜두산, SK건설이 수요예측을 하고 이달 말 막바지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