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앞세운 SK IET, 시총 5조 언급...배터리 표준화 리스크는 여전
입력 2020.11.12 07:00|수정 2020.11.13 14:50
    바이든 당선·문 정부 ‘그린뉴딜’ 수혜주로 내년 상장 ‘빅딜’ 기대감
    증권사 IB 및 IPO 담당자들 모두 초미의 관심사
    다만 예상 시가총액 5조원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 IET) 상장이 친환경 테마를 등에 업고 ‘대어급’ 딜이 될 조짐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친환경에너지 공약에 더해 국내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그린뉴딜’과 궤를 함께 한다.

      상장 작업을 맡은 증권사들도 SK IET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SK그룹 딜인 만큼 이번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향후 SK이노베이션 분사 등을 통해 일감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다만, 분리막이 사용되는 전기차 배터리의 규격화 양상은 변수가 될 수 있다.

    •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 IET 상장을 두고 투자자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증권사 IB 부문 담당자들은 대부분 SK IET 상장에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SK IET는 지난 7월 미래에셋대우와 JP모간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상장을 준비 중이다.

      IPO업계에서도 SK IET는 주의 깊게 보는 딜로 꼽힌다. SK그룹 딜인 데다 이번 상장의 성공이 향후 SK이노베이션 분사 과정에서 자문 역할을 맡을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SK IET 상장이 잘 마무리 되어야 고려해볼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 SKC, SK IET 등으로 수직계열화 구축을 꾀하고 있어 SK IET 상장의 상징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SK IET의 시가총액을 최대 5조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가장 큰 근거는 SK IET의 빠른 성장세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올해 1902억원, 내년 2574억원, 2022년 3084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분리막 생산량도 현재 5.3억m²에서 2025년 29.1억m²으로 5.5배 확대될 전망이다. 이날부터는 중국 창저우공장에서도 연간 3억4000m² 규모로 분리막 생산을 시작했다.

      국내 및 해외에서 친환경 테마가 각광받는 점도 SK IET에 호재다. 전기차 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분리막은 친환경 업종의 대표 주자인 전기차 수요와 직결된다. 바이든 당선인과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인 친환경 테마와 엮이며 SK IET의 몸값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은 친환경 인프라 건설에만 4년 동안 2200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문 정부도 지난 7월 한국판 뉴딜 정책의 주요 의제로 친환경을 꼽았다. 2025년까지 전기차·수소차 등 그린 모빌리티에 2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5조원이 넘는 SK IET의 예상 기업가치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일부 나온다. 분리막이 사용되는 일반 리튬이온 계열 배터리가 아직까지 표준화되지 않은 만큼 분리막 수요의 고속 성장세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분리막은 일반적인 리튬이온전지에 사용되는 소재다. 음극재와 양극재가 닿지 않고 전해질만 이동할 수 있도록 해 배터리의 안전성을 담보해준다. 반면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형식은 모든 부분을 고체로 만들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배터리다. 삼성SDI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두고 개발에 매진 중이다. 만약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된다면, 분리막은 더 이상 수요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자금조달 목적이 최우선인 만큼 SK IET 시가총액을 5조원 이상으로 보고 싶을 것”이라며 “일본 아사히나 중국 W스코프 등을 유사업종으로 끌어 쓰면 (예상 시가총액 5조원이라는) 숫자를 맞출 수는 있겠지만, SK IET가 분리막을 주요 제품으로 두는 데다 전고체 배터리와 경쟁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비교가 가능할지 장담은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증권사의 한 IPO 담당자는 “아직까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표준화가 되지 않은 상태다”라면서도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더라도 적용되는 분야가 달라 일반 리튬이온전지의 수요도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