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9兆 거론…"고초 예상"
피어그룹 선정 기준에 귀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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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가 증권사들에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송부했다. 거래 수주 가능성이 제기되는 증권사가 한정적이라 제안서를 제출할 지 여부부터가 고민이라는 평가다. 폭발적으로 오른 장외가를 어디까지 기업가치에 반영해야 할지도 고민거리다. 상장을 함께 앞두고 있는 카카오페이와의 기업가치 산정 기준 기업(피어그룹) 선정을 어떻게 차별화 할지도 관건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KB증권, 대신증권 등 국내 증권사 10곳과 외국계 증권사 5곳에 RFP를 보냈다. RFP에는 구체적인 질문보단, 기업가치 산정 방식 등 일반적인 수준의 요청이 담겨있다고 전해진다. RFP 제출 기한은 이달 24일이다. 이달 말 경쟁설명회(PT)를 거쳐 이르면 내달 초 주관사단이 확정될 전망이다.
주관사 선정 초기 단계지만, 여러 제반 조건을 고려하면 선정될만한 증권사가 한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아예 제안서 제출을 포기하는 증권사가 나올지도 관심이다. 일부 증권사는 제안 포기 여부를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단 삼성증권을 유력한 주관사 후보로 보는 분위기다. 삼성증권은 올해 카카오게임즈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데다, 최근 카카오페이 주관사로 추가 선정되기도 했다.
다른 대형사들은 카카오뱅크가 꺼릴만한 조건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카카오 경쟁사인 네이버와 '혈맹' 관계다. NH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의 경쟁사인 케이뱅크의 3대 주주다. KB증권은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 카카오뱅크의 주요 주주다. 지분율이 10%가 되지 않아 주관사 선정은 가능하지만, 이미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페이지를 잇따라 경쟁 없이 수주하며 '특혜론'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계열사인 한국투자밸류운용이 카카오뱅크 주요 주주라 RFP를 수령하지 않았다.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로 얼마를 제시할지도 주관사 후보들의 중요한 고민거리다.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는 현재 9조~12조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달 말 TPG캐피탈(TPG Capital)로부터 2500억원 가량 상장전투자유치(프리IPO)를 받을 당시 주당 발행가는 2만3500원으로, 카카오뱅크의 투자평가가치는 8조6000억원 정도로 책정됐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주당순자산비율(PBR) 4.93배다. 장외가 기준 시가총액은 33조6800원 수준으로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시가총액 합계(36조2664억원)와 비슷한 규모다. 카카오뱅크의 희망공모가밴드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업계에선 카카오뱅크가 원하는 기업가치에 맞춰 밸류 스토리를 짜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분위기다. 먼저 피어그룹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 카카오뱅크는 국내 시중은행과 달리 인터넷은행법에 따라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이어서 국내 금융지주와의 비교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은행도 아니고 테크핀도 아니라 애매한데, 법적으론 은행감독법이 아닌 인터넷은행법에 따라 설립된 것이라 피어그룹을 선정하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라며 "주관사랑 한국거래소가 말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삼성화재 등 국내 금융사 전례처럼 시장 분위기를 잘 타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해외 인터넷은행들 정도가 비교군으로 유력하다는 평가가 많다. 일본 세븐일레븐 지주에 있는 금융사 세븐뱅크(SEVEN Bank)이나 라쿠텐은행 등이 기업가치 비교군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븐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PBR은 1.6배 정도다. 그럼에도 세븐은행은 비즈니스 모델에 있어 카카오뱅크와 달리 차별화가 돼있다는 평가다. 제휴 은행들이 세븐일레븐에 설치된 ATM 사용료를 지불한 금액을 수수료수익으로 인식하며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라쿠텐은행도 쇼핑몰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쇼핑몰 포인트를 은행, 증권 계열에서 현금처럼 사용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을 통해 빠르게 흑자 전환했다.
카카오페이와의 피어그룹과도 차별화를 둬야 한다. 중국 기업 텐센트 산하 위챗페이나 앤트그룹 산하의 알리페이가 비교그룹으로 꼽히는데, 이를 카카오뱅크 피어그룹에서는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카오 금융 계열사들의 시너지도 내기 어렵다는 평가다. 카카오 산하 주력 금융계열사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있는데, 겹치는 사업이 있더라도 사실상 경쟁 관계인 만큼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페이와 시너지 창출할 전략' 관련 질문에 대해서도 "양사가 제공하는 사업이 겹칠 순 있지만 각자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협력하고 전체 시장 내에서 점유율 확대하고 사업적 지위 공고히 하고 카카오의 전체 시장 영향력을 키워 나가는게 우선순위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의 순이익은 올해 상반기 기준 45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배 가까이 증가했다. 8월 말 기준 고객수는 1294만명, 여수신 잔고는 각각 18.3조원, 22.3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매월 평균 20만명 수준의 신규고객이 유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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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1월 12일 17:3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