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은 아시아나 인수 대가로 '경영권 방어'를 받아낼 수 있을까
입력 2020.11.13 15:25|수정 2020.11.16 11:03
    제 3자 배정방식 산업銀 참여 전망…해결과제 산적
    주주반발 극복하고 아시아나 인수 당위성 설파해야
    시장과 주주 설득은 오롯이 조원태 회장의 몫
    KCGI연합, 한진칼 임시 주총서 이사진 진입 노릴 수도
    •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게 될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인수를 추진한다. 이해관계는 명확하다. HDC현대산업개발에 매각작업을 실패한 산업은행과 이동걸 회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구겨진 자존심 회복을 노린다. 정부로서는 항공업 구조조정의 큰 단추를 채울 수 있게 된다.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완료되면 국내 유일의 국적항공사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가진다. 하지만 아직 이른 얘기다. 엄청난 부채이전과 재무부담, 그리고 인수에 필요한 자금확보 등의 논란이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KCGI연합과 주주들의 반대를 극복해야 하는데 정부나 산업은행이 이를 대신 해결해줄지는 미지수다. 결국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주주들의 반대를 설득해야 하는 것은 오롯이 조 회장 몫이다.

      관건은 이런 구도에서 조원태 회장측이 충분한 '대가'를 받아낼 수 있느냐다. 산업은행과 정부가 KCGI연합과의 오랜 분쟁에 마침표를 찍어줄정도로 조 회장에 힘을 실어주느냐 여부다. 불가피하게 발생할 특혜 의혹도 간과하기 어렵다.

      한진칼 증자 등으로 접근…신주발행 자체는 어렵지 않아

      현재까지 거론된 아시아나항공 인수 구조는 산은이 한진칼 제 3자배정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유입된 자금으로 ‘한진칼’ 또는 ‘대한항공’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은 약 1조원으로 금호산업의 지분(30.77%) 가치는 약 3000억원이다. 이미 확정된 균등감자에 이어 대주주에 대한 차등감자까지 진행한다면 한진그룹은 불과 수백억원만 들이고도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자회사 정리 작업 등은 아직 고려하기 이르다.

      한진칼의 정관상 현재 발행주식(5917만419주)의 3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 3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 금액으론 약 1조원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 구주를 인수하기엔 충분하다. 이미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전부 회사 추천 인사로 구성돼 있어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신주 발행의 근거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역시 정관에 신주발행이 가능한 경우로 ▲긴급한 자금조달을 위하여 국내외 금융기관 또는 기관투자자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사업상 중요한 기술도입, 연구개발, 생산·판매·자본제휴를 위하여 그 상대방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다른 회사를 자회사로 만들기 위하여 당해 회사의 주식을 현물출자 받는 경우 등이 명시돼 있다. 신주 발행이 결정되면 납입일 2주전까지만 주주들에게 통보하면 된다.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우선주를 인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당장 의결권을 보유하진 않지만 3년후 보통주로 전환조건이 달려있다. 현재 우선주 발행 상황을 살펴볼 때 추가적인 발행을 통해 5000억원 이상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여유가 충분하다.

      이번 거래는 정부 측의 제안 형태로 비춰지는 터라 독과점 이슈 등 각종 법적 관련 사항도 '위기상황'이라는 논리로 극복할 가능성이 높다.

      한진칼 주주 설득이 1차 난관…KCGI연합 임시주총 요구할수도

      문제는 조원태 회장은 한진칼의 최대주주가 아니라는 데서 비롯된다. 이사회를 가까스로 장악하고 있지만 언제든 KCGI 주주연합에 그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금 5600억원에 부채가 12조8000억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선 이사회 및 한진칼 주주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혜 시비를 우려하게 되면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당시처럼 전면에 나서줄 지는 미지수다. 결국 경영권 방어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을 이끌어 내는 작업 그리고 주주연합을 비롯한 한진칼 주주들의 설득까지, 이후에 진행 될 일련의 과정들은 결국 조원태 회장이 직접 책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진칼 지분 약 47%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주주연합(KCGI·반도그룹·조현아)을 비롯해 한진칼 소액주주까지 반발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미 주주연합 측은 13일 “ 현재 외부 자금 지원이 필요한 기업은 한진칼이 아니라 대한항공이다”며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하여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려하는 것은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신주의 배정에 대한 결정은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지만 한진칼 이사회 자리를 노리는 주주연합이 임시주총을 요구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 조원태 회장 입장에선 상당히 빠르게 증자를 진행해야만 승산이 있다.

      한진칼의 이사의 수는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올해 주주총회에선 9명의 이사 후보가 추천됐다.  올 주총에선 반도그룹의 보유지분이 의무 보유기간을 채우지 못해 인정 받지 못하면서 주주연합 추천 인사들은 모두 선임되지 못했다.

      그러나 임시주총에서 주주연합이 이사회 진입을 시도한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 이사의 선임은 발행주식 총수의 25%, 참석 주식수의 과반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미 주주연합은 47%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정기주주총회와는 다소 다른 양상을 띌 가능성이 높다.

      재계 한 관계자는 “주주연합 측에서 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추후 경영권 확보도 어려울 뿐더러 엑시트 방안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몰리게 된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거나 임시주총을 통해 이사회 진입을 시도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이는 데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명분을 제대로 내세우지 못하는 이상 과거 조원태 회장 측에 동조했던 소액주주들도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진칼 주주들은 악재로 인식…장밋빛 미래는 아직 먼 얘기

      이미 투자자들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한진칼에 상당한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진칼 주가는 이날만 8%이상 급락했다.

      주주연합 측이 이번 사태를 장기전으로 끌고 간다면 단기 주가하락 상황을 오히려 추가 지분 확보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조원태 회장 그리고 산업은행과의 불편한 동거가 예상되지만 이미 최대주주의 지위를 가지고 있으면서 언제든 이사회 진입을 노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다보니 아시아나항공이 조원태 회장에게 선물(?)이 될지 아니면 뇌관이 될 지는 지켜봐야한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산업은행의 도음으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하고 코로나 사태가 진정돼 항공업이 정상화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아시아나항공에 수조원의 추가 자금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한진그룹 자체적으로도 당장 내년도 시재를 걱정하고 있다. 결국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떠안는 한진그룹에 암묵적인 지원을 약속하지 않는 이상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단 의미다.

      이번 거래가 아시아나항공을 떠넘기는 대신 한진그룹의 생존을 담보한 것인지 아니면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담보한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조원태 회장은 본인의 경영권을 약속 받았든 한진그룹의 생존을 담보 받았든 유·무형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