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성장 기대감에 기댄 포스코케미칼 1조 유상증자
입력 2020.11.16 07:00|수정 2020.11.17 10:21
    1조원 증자로 차입금 상환 없이 소재사업 확대
    신주 발행비중 27%…발행 예정가 6만700원
    유증 결의 후 일주일 동안 주가 하락폭 4% 안팎
    성장 기대감에도 밸류에이션 부담은 높아질 전망
    • 포스코케미칼이 1조원대 유상증자에 나선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전액을 차입금 상환 없이 2차전지 소재사업 투자와 운영자금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증자 규모가 자기자본을 넘어선다. 2차전지 성장 기대감이 주가 희석 우려를 웃돈다는 평가와 수익성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테마주 투심에 기대 대규모 조달에 나선다는 평가가 교차한다는 분석이다.

      13일 포스코케미칼 주가는 8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6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1조3250만원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지만 일주일 동안 주가 하락폭은 약 4% 안팎에 그쳤다. 신주 예정가는 6만700원으로 현재 주가 대비 할인율은 약 25% 수준이다.

      이번 증자를 위해 발행하는 신주 수량은 1647만5000주로 기존 발행 주식 수의 27%에 달한다. 신주의 11.8%는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하고 이후 88.2%를 구주주에 배정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현재 포스코케미칼 지분 61.26%를 보유하고 있다.

    • 27% 수준 주가 희석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유지되는 배경에는 포스코케미칼의 2차전지 소재 사업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3분기 매출액은 약 3887억원이다. 영업이익은 1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배터리 소재부문 매출액이 15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제철 관련 사업의 부진을 배터리 소재 성장성이 대체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선 내년 배터리 소재 부문의 매출비중이 50%를 넘기며 15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증자를 통해 조달한 1조원 중 대부분은 2차전지 소재 사업 확대에 사용될 예정이다. 공시에 따르면 포항공장 노후화 설비 교체 및 증설과 기타 경상투자에 들어가는 1400억원을 제하면 대부분 자금이 배터리에 사용되는 양극재와 음극재 설비와 원재료 구입 등에 사용된다.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1447억원 역시 배터리 업체가 진출한 유럽 현지 공장 건설 등에 사용될 것으로 관련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 포스코케미칼은 오는 12월 4일 1차 발행가액을 확정하고 28일부터 5거래일 간 신주인수권증서를 상장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의 당선이 확실시되며 배터리 시장 성장전망이 확대하고 있는 만큼 주가 하락으로 인한 증자 규모 축소 우려는 적다는 분석이다. 이번 증자가 선제적 투자재원 확보로 이어져 중장기 성장성이 더 높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현재 주가를 유지할 경우 내년 실적 전망을 기준으로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진다는 지적도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코로나 폭락장 이후 글로벌 배터리주 랠리에 합류해 주가 상승을 지속해왔다. 높은 성장 잠재력에도 기존 사업 부진으로 반기 기준 주당순이익은 약 848원으로 전년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주가수익비율(PER)은 같은 기간 29.46배에서 100배 안팎으로 확대했다. 증자 금액 대부분을 투자활동에 투입하는 만큼 증설 완료 시점인 2023년까지 주가 부담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대 고객사인 LG화학의 시장 지위가 확대되는 만큼 포스코케미칼 역시 소재 사업 설비투자에 나서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며 "내년에는 2위 고객사인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출하량도 고성장이 예고돼 있어 증설자금 회수까지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