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증권도 못한 '한국판 로빈후드'…토스증권은 가능할까
입력 2020.11.16 07:00|수정 2020.11.17 10:21
    주식거래 수수료 키움證보다 내리나
    로빈후드같은 수익구조 구축도 난해
    추가 자금조달도 난항…"카카오와 달라"
    • 비바리퍼블리카는 연내 '토스증권'(현 토스준비법인)이란 이름으로 증권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출범과 동시에 토스증권이 주식 브로커리지 서비스를 개시할 것으로 알려지며 증권가는 그 여파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특히 토스는 미국의 스타트업 주식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RobinHOOD)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토스증권이 카카오페이증권도 될 수 없었던 '한국판 로빈후드'로 거듭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로빈후드는 주식거래 수수료 무료를 내세우면서도 가공한 이용자 데이터를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등 수익구조를 갖췄지만 이는 한국 증권시장의 정서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견고한 수익구조를 갖출 방안이 없다면 현재 토스증권의 시장 안착을 위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자금조달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11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토스증권의 본인가안을 심의 및 상정한 데 이어 18일 금융위가 이를 상정할 예정이다. 토스는 지난해 5월 금융투자업 예비인가를 신청한 바 있다.

    • 토스증권의 롤모델로는 로빈후드가 꼽힌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토스증권은 사용자 경험(UX·User eXperience)과 토스 플랫폼 및 새로운 서비스로 차별화해야 한다"라며 "토스증권의 롤모델은 로빈후드, 성공 방식은 카카오뱅크가 될 전망이다"라고 평가했다.

      로빈후드는 카카오페이증권의 롤모델로도 꼽힌 바 있다. 로빈후드의 주 가입 대상은 20~30대고 이용자 평균 연령은 31세로 젊은 세대들이 애용하는 주식거래 플랫폼이다. 카카오페이증권도 '투자·자산관리의 대중화'를 비전으로 내세우며 출범하고 자본이 크지 않은 젊은 개인투자자들을 모집해왔다.

      그러나 아직 주식거래 중개 플랫폼이 갖추어지지 않고 있다. 토스증권이 카카오페이증권을 제치고 먼저 젊은 세대들이 많이 쓰는 주식거래 플랫폼 지위를 선점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인 이유다.

      증권시장에서는 이런 전략이 쉽지 않을 것이란 평이 일단 주류를 이루고 있다.

      2013년 설립된 로빈후드는 주식 및 ETF의 무료거래를 앞세워 밀레니얼 세대의 호응을 얻으며 지난해 기준 70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한 바 있다. 로빈후드처럼 시장에 차별점을 제시하려면 주식거래 수수료를 더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경우 수익구조가 부실해지며 토스증권의 경쟁력을 설득하기 어려워진다.

      로빈후드처럼 무료회원 가입 시 이용자로 하여금 데이터 활용에 동의를 받아 이를 바탕으로 수익을 내는 PFOF(Payment for Order Flow) 등 별도 수익구조를 갖추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정서는 엄연히 다르다는 지적이다. 로빈후드는 PFOF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가공해 만든 의미있는 데이터를 팔아 수익을 낸다. 미국에서 크게 발달한 헤지펀드들이 해당 데이터를 많이 산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이는 최근 2~3년 사이에 급증한 수입원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기반이 아직 국내엔 부족하다. 이제서야 가명정보 활용을 허가하는 내용의 마이데이터사업이 걸음마 단계를 시작했을 뿐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업계의 주식거래 수수료를 크게 낮췄던 '메기' 키움증권도 1~2bp 수준인데 토스증권은 내세우고 있는 '접근성'을 설득시키려면 더 낮추어야 할 것"이라며 "로빈후드가 영위하는 PFOF 사업은 미국 문화에 상당히 적합한데, 이와 비슷하게 최근 한국에서 마이데이터사업이 허용됐다고 하더라도 허용과 문화는 엄연히 다르다"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을 비롯, 국내 브로커리지 기반 증권사의 핵심 수익 모델은 증권담보대출이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까지만 대출(신용공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핵심 수익원으로 삼으려면 수천억원의 증자가 필요하다는 게 이슈다. 자본 경쟁으로 가면 토스증권은 경쟁력을 만들어내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토스증권과 로빈후드의 공통점으로 꼽히는 또다른 지점은 높은 이용 편의성, 즉 UX다. 로빈후드 앱은 다양한 거래 상품에 맞는 트레이딩 툴을 제공하며 투자 경험이 부족한 일명 '주린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토스증권을 출범시키려고 준비 중인 대주주 비바리퍼블리카도 "기존 증권사에서 볼 수 없던 고객 친화적인 인터페이스와 투자정보 서비스를 통해 초보 투자자들이 쉽게 이해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기존 증권사들의 MTS도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진 않는다는 항변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토스증권이 접근성을 어떻게 증명할 건지도 잘 모르겠고 기존 증권사들의 앱도 접근성이 떨어지진 않는다"라며 "오히려 돈이 있는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은 회장이 직접 디지털 관련 팀에 힘을 더 실어, 능력있는 경력직원들을 채용해 UX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토스증권은 한동안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에 잘 안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증자가 필요하다고 지적되는 까닭이다. 신용공여를 위해서라도 자기자본을 늘릴 필요성이 크다.

      그러나 자금 조달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대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가 토스증권에만 자금을 주입할 순 없는 일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증권 외에도 보험, PG, 은행 등 비즈니스 다각화를 꾀하고 있어 자금 수요가 큰 상태다. 게다가 이승건 대표의 지분율도 그동안 6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받으면서 20% 이하로 크게 떨어졌다. 기업가치가 오르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앞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마다 이 대표의 지분율 감소는 불가피한 셈이다.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에 유동성이 크게 공급되면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어려운 금융사들이 상장에 나서고 있다. 토스증권이 추후 상장에 나서더라도 플랫폼에 있어 높은 평가를 주기 애매하다는 이른 평가도 나오는 중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장에 나선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라는 거대한 플랫폼이 있어 가격을 높게 주는 것에 일부 설득력을 얻기 쉽다"라면서 "하지만 카카오와 토스의 플랫폼 가치 차이는 매우 크다는 점을 감안, 토스증권이 IPO 시장에 나온다고 하면 가치산정이 정말 난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