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미국발 보호무역·친환경 기조에 '생존전략' 고심
입력 2020.11.17 07:00|수정 2020.11.18 10:05
    美보호무역주의 유지· 친환경 규제 이슈 부상
    '생존용' 미래 먹거리 필요하지만…투자 부담도
    • 상반기 코로나 여파로 적자행진을 보였던 국내 철강사들이 3분기엔 양호한 실적을 내면서 한 숨 돌렸다는 평이다. 다만 미국 대선 이후 보호무역주의 유지와 더불어 친환경 정책이 본격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상 업황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생존’을 위한 미래 먹거리 준비의 필요성이 본격 대두될 전망이다.

      올해 ‘최악’의 시간을 보낸 철강사들이 3분기에는 원가절감과 사업 개편 등 노력에 힘입어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회사들이 3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별도기준 261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1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현대제철도 별도 기준 전분기 대비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99.8% 증가해 각각 3조7571억원, 18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엔 자동차 등 전방산업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포스코를 비롯 주요 철강업체들의 매출액이 급감했다. 포스코는 사상 첫 영업적자를 냈다. 상반기 주요 철강 8사(포스코, 현대제철, 세아베스틸, 세아창원특수강, 현대비앤지스틸, 현대종합특수강, 동국산업, 동국제강) 합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2% 감소한 24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EBITDA도 각각 5202억원, 2조6000억원에 그쳤다.

      4분기와 내년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오르고 있지만 변수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철강업체들의 실적가변성은 어느때보다 높아졌다는 평가다. 신용평가사들도 4분기 이후 중기적인 관점에서 각 사의 실적을 모니터링 해 신용등급에 반영할 예정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미국 대선 이후의 수출 규제 방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이든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때부터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했던 만큼 규제 유지에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 많다. 글로벌 철강 산업과 미국 철강 시장 또한 코로나로 인해 수요가 감소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아 비관세장벽을 유지하는 기조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 부활로 철강업종에 강력한 규제를 가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환경정책이 강화될 가능성은 크다. 탄소배출과 관련된 규제 강화 및 수입 제품에 대한 탄소세 부과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철강업계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탈(脫) 탄소화’를 가속화하는 등 대응을 준비해야 할 전망이라 관련된 투자 자금이 높아질 수 있다.

      일례로 현대제철은 2025년까지 연간 약 50만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을 위한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대기오염물질 배출 저감을 위해 방지시설 추가 설치, 정박 중인 선박을 위한 육상전력 공급장치(AMP) 설치 등 다양한 환경개선책을 준비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들에 투입되는 투자자금은 4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의 수소전기차 사업에 발맞춰 친환경적인 수소 생산능력 강화도 계획하고 있다.

      투자 부담은 높아지겠지만 철강업계의 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흐름이다. 공급과잉 등으로 인해 2~3년 전부터 철강업계가 불황이 이어진 가운데, 코로나 사태를 분기점으로 실적 방어 전략을 넘어 '생존 전략 마련'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지만 단기간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최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철강업계도 뉴모빌리티 시대에 대비해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처해야 할 것”이라며 철강업계의 위기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상반기 실적 기준으로 현대제철, 세아베스틸, 현대종합특수강 3개 업체는 등급 하향변동 요인의 정량조건을 일부 혹은 모두 충족하고 있다. 높은 원재료 가격이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서는 올해 연간 실적 기준으로도 일부 또는 하향변동요인을 충족할 것이란 예상이다. 세아베스틸과 현대종합특수강은 상반기 중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포스코는 등급전망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됐다. 3분기 흑자 전환 등 개선도를 보이고 있긴하지만 2017~2018년 수준의 채산성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올해 차입금 규모는 하향변동요인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지만 보수적 재무 정책을 고려하면 중기적인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